30만명 밥줄 볼모로 지원 받아내려는 속셈
일자리 감소와 3조원 혈세 낭비 정부의 딜레마

GM이 자회사인 한국지엠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4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받으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GM이 자회사인 한국지엠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4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받으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GM이 자회사인 한국지엠의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한국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것을 두고 4개월 남짓 남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를 압박해 지원을 받으려는 노림수라는 비판의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조원이 넘는 적자를 내고 있는 한국지엠이 더 이상 못 버티고 철수를 감행할 경우 한국지엠 노동자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포함 30만개 일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어 지역 경제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점을 노려 GM이 철수설을 제기하며 지원을 요구하면 한국 정부가 어쩔 수 없이 지원을 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2일 한국지엠에 따르면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최근 고형권 기재부 제1차관을 만나 한국지엠에 대한 한국 정부의 재정 지원 등을 요청했다. 경영정상화를 위한 유상증자 규모만 3조원에 이른다. 산업은행도 한국지엠 지분 17.02%를 갖고 있어 5100억원을 출자해야 한다.

◆GM본사의 일자리 압박… 고민 깊은 정부

정부의 고민은 깊다. GM본사가 요구한대로 3조원을 유상증자 하더라도 한국지엠이 경영정상화가 될지는 미지수다. 현 경영상 흑자 내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한국지엠 공장 내에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에 대해서 수익성 문제로 외주로 나가는 방향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한국지엠 내 생산을 요구 중이다.

한국지엠은 전북 군산, 인천 부평구, 경남 창원시, 충남 보령시 총 4곳에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군상 고장 가동률은 계속 떨어져 20%안팎이다. 부평2공장의 가동률은 약 60%다. 특히 군산 공장은 지난 8일 모든 공정을 중단했다. 4월까지 한시적 중단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 가동 중단이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산 공장에 신차 배정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는 카젬 사장 발언으로 볼 때 군산 공장의 어려움은 심각한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지원이 없을 경우 군산 공장이 문을 닫을 가능성은 높다. 벌써부터 협력업체 1곳은 250여명의 직원 중 100명의 직원이 희망 퇴직했다. 협력업체 1곳은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현대중공업 군산 도크가 폐쇄된 상태서 한국지엠 공장마저 문을 닫을 경우 지역경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팽배하다. 호남의 지역 경제를 고려할 때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GM이 철수에 나선다면 4개 공장과 협력업체 줄도산으로 이어지고 30만명의 일자리가 위협받게 된다. 이에 4개월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부 여당이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GM본사가 이런 점까지 계산 한국 정부에 3조원 가량의 유상증자 지원 카드를 내민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수설 관련 의원들의 질문에 "경영정상화"말만 되풀이하며 구체적 답변을 피해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모습ⓒ뉴시스
지난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철수설 관련 의원들의 질문에 "경영정상화"말만 되풀이하며 구체적 답변을 피해간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 모습ⓒ뉴시스

◆밑 빠진 독에 혈세 낭비 정부 ‘딜레마’

반면 GM 본사 요구대로 정부가 지원에 나설 경우 벌써부터 밑 빠진 독에 혈세를 쏟아붓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은 최근 성명을 통해 “한국GM의 매출원가율은 국내 완성차 4개사 평균보다 약 14%포인트 높아 비상식적이고, 국내 완성차 평균 매출원가율을 적용하면 최근 3년간 순손실 2조 원이 순이익 3조 원으로 변경된다”며 “현행과 같은 한국GM 수익구조에서 정부가 증자를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GM은 산은에 회계장부도 공개하지 않고 지원만 요구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3월 한국GM의 대규모 손실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주주감사권을 행사해 116개 자료를 요구했는데 6개만 제출했다. 이외에도 최근 4년간 한국GM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한국GM은 2013년부터 지엠홀딩스로부터 높은 이자율의 원화를 차입해 4400억 원에 달하는 이자를 부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년간 누적적자만 2조5000억원 이상이 쌓인 한국지엠은 2014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3조원을 지원하더라도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지엠 노사가 구조조정과 수익성 개선의 노력이 선행되지 않는 한 정부가 지원하더라도 적자 지속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빌미로 지속적인 지원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실제 GM은 호주 정부로부터 2011년~2012년 2년간 1조7000억원이 넘는 지원금을 받으면서 호주 공장을 운영했지만 2013년 지원금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를 결정했다. 한국지엠도 자체 경쟁력이 없다고 GM본사가 판단한다면 또 철수를 제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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