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의 졸속 매각 추진이 불러온 불발 사태
매각 당분간 어려울 듯, 산은-대우건설 책임 공방 불거질 듯

매각 불발 원인이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 손실에 따른 것으로 산은과 대우건설 경영진과의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매각 불발 원인이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 손실에 따른 것으로 산은과 대우건설 경영진과의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대우건설 매각 무산은 산업은행의 무리한 매각 추진과 대우건설 관리 부실이 빚어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 매각 불발 원인이 모로코 사피 석탄화력발전소 손실에 따른 것으로 산은과 대우건설 경영진과의 책임 공방이 가열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산업은행은 이번 무리한 인수 강행으로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해외건설 특성상 해외 리스크는 어느 정도 예상되는 일이다. 해외부실이 MOU 직전 드러나고 매각 불발 까지 이어진 것에 산은은 당혹스런 표정이다.

그런데 업계서는 산은이 대우건설 해외부실을 몰랐던 것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 산은이 대우건설 경영 전반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부실 규모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것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만약 몰랐다면 관리 부실을 인정하는 셈이고, 알았다면 인수자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것으로 신뢰를 훼손하는 것에 해당한다. 때문에 산은이 매각 불발에 따른 ‘책임론’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대우건설은 손실규모가 파악되자마자 즉각 보고한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대우건설 주장에 따르면 실제 손실 규모를 산출한 것은 이달 초로 산은과 대우건설이 최근에 이를 받아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산은이 손실 규모가 3000억원일 정도는 몰랐다는 입장으로, 대우건설 관리 능력 부재라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 대우건설 경영진 문책도 거론되고 있다.

일단 산은은 대우건설의 잠재부실을 해소한 뒤 시장 여건을 감안해 재매각에 나선다는 방침을 새운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서는 당분간 대우건설 매각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부실을 떨어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재매각이 올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 대우건설 주가 회복 여부다. 지난 7일 5680원이던 주가는 매각 무산된 8일 5180원으로 곤두박질했고, 이날도 5060원으로 -2.32% 하락했다. 5000원선 붕괴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한 호재가 없는 한 대우건설 주가가 회복될 조짐이 없고, 무엇보다 대우건설 관리 부실 비판을 산은이 어떻게 잠재우느냐가 관건이다. 이외에도 덩치 큰 대우건설을 인수할 기업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올해 재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손실규모가 파악되자마자 즉각 보고한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대우건설은 손실규모가 파악되자마자 즉각 보고한 만큼 문제없다는 입장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산업은행은 그동안 헐값 매각, 호남기업 특혜 의혹에도 불구하고 호반건설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 매각을 추진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대우건설 매각과 관련해 “손해를 봐도 팔겠다”며 매각 의지를 드러냈다. 막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 호남기업 특혜 의혹을 제기하고 노조에서도 매각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면서 눈치를 보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아왔다. 우선협상선정이 연기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였다. 결국 한차례 뜸을 들인 후 호반건설을 우협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대우건설의 숨겨진 해외 손실 3000억원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매각이 무산됐다.

대우건설 인수 9부 능선에 이른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의 해외손실에 따른 재무적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지난 8일 전격 인수를 포기했다. 업계 13위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통해 업계 3위와 재계 순위 10위권 내 진입이 예상된 상황에서 암초를 만나 아쉬움이 클 터. 그럼에도 인수를 강행할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위험성 커 발을 뺀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대우건설 노조는 “산업은행이 자행한 졸속·밀실·무책임 매각의 당연한 결과이며, 책임은 회피하면서도 자금회수를 위해 무리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행한 전형적인 행태가 가져온 실패”라고 비판했다. 이어 “산업은행 전영삼부행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은 대우건설에 대한 공정한 관리 실패 및 이번 매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라고 촉구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