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랭정국 뒤덮은 ‘남북정상회담設’ 집중분석

노 대통령 잇따른 대북발언 정상회담노린 포석인가
‘레임덕’ 장관 이종석의 북한행은 ‘정상회담 길 닦기?’

여, 정계개편 매개체?···대권판도 뒤집는다!
야, 우려가 현실로?···무조건 막고 보자!


▲ 노무현 대통령
▲ 이종석 통일부 장관
한나라당에 걱정거리가 하나 늘었다. 여당과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최근 정부의 대북 관련 움직임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포석을 깔고 있는 것이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퇴임을 한 달여 앞둔 이종석 통일장관의 금강산 방문, 노무현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완화발언 등은 야당의 의혹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만약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곤혹스런 상황에 빠지지 않을 수 없다. 우선, 범여권은 이를 매개체로 정계개편이 가능할 수 있고, 현재 월등히 우월한 대선 판도가 하루아침에 뒤바뀔 수 있다는 것.

이는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발언이 시발점이 됐다. 정 전 의장은 지난 5일 중국 베이징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북핵 문제를 풀기 위해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며 “내년 대선 정국을 감안하면 내년 3∼4월이 남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는 적기”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여당내 유력 대권주자이자 전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귀추가 주목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 통일 장관이 갑작스런 금강산 방문은 더욱 불을 지피는 격이고, 해외순방중인 노 대통령의 잇따른 ‘북핵보유 기정사실화’ 발언은 한나라당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이 장관의 개성방문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이다. 퇴임을 한달 앞둔 ‘레임덕’ 장관이 북한을 찾는 경우는 드물다. 정치권에서 그의 행보에 숨겨진 의미가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도 당연할 수 있다.


퇴임한달 앞둔 이종석 통일 장관의 북한행
이 통일장관은 지난 8일 개성공단을 방문, 1단계 기반시설 공사현장 등을 시찰하고 입주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돌아왔다. 지난 6일 금강산 방문 후 바로 이뤄진 것에서 남북관계에 모종의 변화를 꾸미고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또한 북측의 주동찬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이 방문일정 내내 동행한 사실도 이 같은 해석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결국 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것에 그치지 않고, 내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기 위한 ‘포석작업’이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는 것.

그러나 통일부는 정치적 해석의 확대를 경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개성공단을 방문한 이 장관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주 총국장이 내려온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전 장관의 방문은 입주기업 관계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지 북측인사 면담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주 총국장은 민족경제협력위원회 부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장관급 회담 차석대표이고 이들이 하루 동행하면서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곤혹스런 표정이다. 유기준 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을 통해 “이 장관의 방북은 남북정상회담 ‘길 닦기’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만큼 마땅히 취소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8일 한나라당 주요당직자 회의에서도 여당과 정부의 ‘남북정상회의’ 움직임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김성조 한나라당 전략기획본부장은 정 전 의장이 지난 4일 대북 특사 파견과 남북정상회담의 적기가 도래했으며 시기는 내년 3∼4월이 적당하다고 말한 것을 볼 때 남북정상회담을 실현시키기 위한 치밀한 사전포석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우여 사무총장은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는 것 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북핵 폐기를 바라는 국민들과 우방을 혼란스럽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북한의 핵 포기에 무슨 도움이 될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즉, 노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발언이 내년 ‘남북정상회담’을 염두해 둔 것이고 이는 정부가 1조 2천억 원의 내년도 남북협력기금 사용내역을 제출한 것 등과 맞물려 오해를 불어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盧, ‘남북정상회담’으로 극적 대반전 노리나?
노 대통령은 지난달 2일 외국인 투자유치 보고회에서 북한에 핵무기가 있다고 해도 우리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최근 호주 동포간담회에서도 한국의 군사력은 우월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잇따른 대북발언은 북한의 핵 보유를 은근슬쩍 용인하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즉, ‘북한의 핵은 별것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것이고 북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한다는 것을 넘어, 내년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대북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먼저 불을 지핀 정 전 의장의 발언도 한 몫하고 있다. 그는 7일 모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정상회담은 남북간 합의사항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만 남아있다”며 “김 위원장에게 남북정상회담 개최와 남북대화 채널 복원을 위해 결단을 내릴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한나라당은 왜 이렇게 여당과 정부의 행보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것일까. 이는 남북정상회담이 실현될 경우, 범여권은 정계개편의 매개체로서 충분히 이용 가능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되고, 한나라당의 안정적 대권판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한 한나라당 입장에선 내년 대선에서 악수로 작용할 남북정상회담이 달가울 리 없다는 것.

이는 당내 의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이규택 의원은 최근 당 홈페이지에 ‘2007년 대선 시나리오’라는 글을 올렸다. 이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손을 잡고 남북정상회담 등을 통해 정권 연장을 기도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정형근 의원은 최근 김만복 국정원장 기용과 서훈 국장의 3차장 승진에 대해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의미로 풀이된다.

여권에선 남북정상회담이 최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대권가도와 정계개편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환영하는 눈치다. 즉, 북핵 위험이 고조돼 있는데다 햇볕정책이 논란에 휩싸여 있어 남북정상회담이 상황 반전의 카드가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내년 대선은 경제문제와 더불어 북한문제가 이슈가 되지 않겠느냐”라며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 우리로선 호재가 되지 않겠느냐”라고 기대를 표했다.

그러나 김성조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의 측근은 “내년 대선에 가장 우려하는 것중에 하나가 남북정상회담”이라며 “현 정부가 추진할 경우 대선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다. 이에 대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혀 ‘남북정상회담’이 내년 대선의 가장 큰 이슈가 되지 않겠냐는 분석에 힘이 몰리고 있다.


시기는 3~4월, 한나라 무조건 저지하라
여권이 내년 대선을 앞두고 필승 카드로 남북정상회담을 은밀히 추진하고 있다는 주장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최근엔 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재가를 받은 양측 핵심 인사들이 지난 10월에 이미 해외에서 연쇄 접촉을 갖은바 있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후 정상회담 추진 등에 대해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설도 파다하다.

어쨌든, 여당과 정부의 행보는 이를 뒷받침하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고, 한나라당에선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대(大)숙제’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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