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부터 임원까지 고른 분포 보여

여성들이 한국재계를 서서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영업과 마케팅 등 경제의 ‘필드’에서 여성들의 맹활약은 하루가 다르게 눈부시다. '여성인력을 중용해야 한다' 이미 재계에서는 여성들이 기존 관리직 중심에서 벗어나 남성들의 독무대였던 영업, 마케팅, R&D, IT 분야에까지 전방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여성파워를 가장 실감케 했던 인물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현 회장은 시숙인 정상영 금강고려화학(KCC) 명예회장과의 경영쟁탈전에서 승리를 거두면서 현대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했다.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도 재계 여성파워의 대표적인 인물. 장 회장은 지난 70년 남편 채몽인 사장이 작고한 뒤 경영일선에 뛰어들어 30여년 만에 13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그룹 오너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밖에도 국내 유통업계의 두 여걸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 신영자 롯데그룹 부사장도 주목받는 여성 경영인이다. 재계의 여성파워는 여성 임원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삼성그룹의 경우 이현정 삼성전자 상무보와 이정민 제일모직 상무보, 박현정 삼성화재 상무보, 최인아 제일기획 상무 등 10여명의 여성임원이 있다. 특히 삼성그룹은 '여성인력을 중용해야 한다'는 이건희 회장의 뜻에 따라, 신입사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93년 3%에서 2000년 15%, 2003년 27%로 크게 높아졌다. 올해에는 전체 대졸 채용의 30%를 여성으로 충원할 계획. 삼성그룹 인사 관계자는 "이러한 결과가 있기까지는 기혼여성을 위한 사내 탁아소 및 모성보호실 확대, 여성간부 리더십 교육, 육아휴직 활용지원, 여성 전문 컨설턴트 제도 등 여성들의 근무여건 지원을 강화한 것과 근무환경 개선을 위한 시스템을 꾸준히 도입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앞으로도 여성들이 모든 분야에서 능력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여성인력 중용책을 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29세의 젊은 나이에 그룹 최연소 상무로 LG그룹은 김애리 LG생명과학 상무, 이숙영 LG CNS 상무, 이금희 LG CNS 상무, 윤여순 LG인화원 상무, 김진 LG전자 상무, 송영희 LG생활건강 상무 등 총 6명의 여성임원이 있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해외법인에 파견된 여성 주재원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에어컨 수출부서에서 근무하다 4년 전 미국 뉴저지 법인에 자원한 김영은 차장은 지난해 미국에서 에어컨, 제습기 등 1억6000만달러(약 1840억원)어치를 판매해 미국 창문형 에어컨시장에서 LG전자가 시장점유율 1위(약 48%)를 달성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SK그룹도 올해 여성 임원 2명이 탄생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가장 주목을 끈 사람은 윤송이 SK텔레콤 상무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SK그룹 최연소 상무가 CI부문 TF장에 올라 화제가 됐다. 또 노무현 정부에서 첫 여성 청와대 행정관으로 발탁됐던 강선희 변호사가 SK㈜ CR전략실 법률자문역 상무로 발탁됐다. 외국계 기업에서도 여성 임원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다. 한국IBM의 경우 박정화 상무이사(마케팅), 이숙방 상무보(테크놀로지 세일지원), 한혜경 상무보(컨설팅), 박주혜 이사(컨설팅), 박소영 이사(컨설팅) 등이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에는 지난 97년 볼보트럭 재무과장으로 자동차와 첫 인연을 맺은지 7년 만에 사장에 오른 이향림 사장이 있다. 이 사장은 여성 최초 수입차 CEO이자 최연소 CEO로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로레알코리아에는 유명한 이영희 이사가 여성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21세기 사회변동의 핵심은 여성'이라고 앤서니 기든스가 강조한 것처럼, 여성시대가 급격히 도래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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