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기대회 수영 3관왕 박태환

▲ 박태환 선수(경기고)
‘마린보이’ 박태환(경기고)이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24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수영 3관왕을 달성했다.

박태환은 지난 7일 새벽(한국시간) 하마드아쿠아틱센터에서 열린 2006 도하아시아경기대회 남자 자유형 1천500미터에서 아시아신기록 14분 55초 03으로 우승했다. 종전기록 15분 00초 27을 보유했던 중국의 장린은 8초 차로 멀찌감치 따돌렸다. 1천500미터 세계기록은 호주의 그랜트 해킷이 지난 2001년 기록한 14분 34초 56으로 박태환과는 20여 초 차이다.

앞서 박태환은 이미 자유형 200미터와 400미터에서 금메달을 확보했다. 1천500미터만으로도 체력을 상당히 소모했을 박태환은 곧이어 열린 혼계영 400미터에서도 4번째 주자로 나서 동메달 획득의 주역이 됐다. 이로써 지난 4일부터 닷새 연속으로 시상대에 오른 박태환이 이번 대회에서 거둔 메달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자유형 100미터), 동메달 3개(남자계영 400미터·800미터) 등 모두 7개. 한국 스포츠 사상 단일대회 최다메달 기록이다.

금3·은1·동3에 아시아新 2개

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에 오른 박태환은 포상금도 두둑하게 챙기게 됐다. 아시아경기대회 포상규정은 금 500만원, 은 300만원, 동 200만원. 여기에 아시아신기록 포상금 1천만원과 한국신기록 100만원이 추가로 지급된다. 1천500미터 외에 200미터에서 아시아신기록, 800미터 계영에서 한국신기록을 각각 세운 박태환은 포상금만 4천500만원을 받는다.

대한수영연맹은 이와 별도로 격려금 지급을 염두에 두고 있다. 정해성 대한수영연맹 전무이사는 “한국으로 돌아간 뒤 연맹 이사회를 소집해 24년 만에 아시아경기대회 3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박태환에 대한 격려금 지급 문제를 상의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밖에도 내후년 고등학교를 졸업할 박태환에게 기업체의 후원도 물밀듯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순수한 이미지의 준수한 외모, 수영으로 단련된 매끈한 몸매에 한창 성장기인 만큼 스포츠마케팅을 노리는 기업이나 광고업계가 박태환을 가만 놔둘 리 없다. 인터넷에서는 벌써부터 방송사들의 섭외 경쟁으로 선수 생활에 지장을 줄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박태환이 수영을 시작한 것은 천식 때문이었다. 치료법으로 수영을 하라는 권고를 받고 찾아간 수영클럽에서 노민상 감독을 처음 만났다. 노 감독은 수영을 시작한 지 1년쯤 지나면서 타고난 부력과 유연성이 좋은 박태환이 눈에 들어오자, 10년 장기계획을 세우고 전문적인 훈련에 들어갔다.

이제 박태환은 아시아를 넘어 세계 최고를 향해 도전할 생각이다. 박태환과 같은 나이에 방콕 아시아경기대회 2관왕에 오른 조오련도 “아시아에서의 선전에 만족하지 말고 세계무대를 겨냥해 계속 정진해줄 것”을 부탁했다.

여기에 주종목 1천500미터의 세계기록 보유자 그랜트 해킷이 전성기가 지났고, 14분대 기록만으로도 이미 세계정상권이어서 가능성이 높다. 올 들어 전세계를 통틀어 1천500미터에서 박태환보다 좋은 기록을 세운 선수는 러시아의 유리 프릴루코프와 폴란드의 마테우츠 자우리모비츠 2명뿐이다. 그나마 박태환과는 불과 3~4초 차이로 격차가 크지 않다.

게다가 아직 몸이 여물지 않은 17세이고 수영선수의 전성기는 20세 전후이므로 체계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힘을 키우면 충분히 기록을 향상시킬 수 있다. 박태환은 지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중3의 나이로 처음 세계 대회의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이때 받은 성적표는 ‘부정출발.’ 그때까지만 해도 스타트가 느리다는 지적을 받았던 박태환은 이제 라이벌 장린보다 스타트 반응속도에서 0.06초 빠르다. 약점을 연습으로 극복한 것이다.

이번 박태환의 쾌거가 한국 수영의 부활을 가져왔다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지난 2002년 부산 대회에서 김민석의 자유형 50미터 금메달 하나에 그쳤던 한국은 이번 대회 수영부문 예상 금메달도 애초부터 박태환의 3개뿐이었다.

당초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자유형 100미터·200미터·400미터·1천500미터 4종목에만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단체전 선수가 모자라 박태환이 예정에 없이 긴급 투입됐고, 연일 예정에 없는 경기에 동원되느라 마지막 금메달이 걸린 주종목 1천500미터 자유형에서는 체력 부족으로 초반 아슬아슬한 레이스를 펼쳐야 했다.

내년 3월 세계선수권 도전

박태환은 “3관왕을 달성해 기쁘다. 예상하지 못한 너무 좋은 기록이라 얼떨떨하다”며 해맑게 웃었다. 마지막 3번째 금메달을 같은 날 뜻하지 않게 목숨을 잃은 승마 김형칠 선수의 영전에 바친 박태환은 내년 3월 세계선수권에서는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1천500미터를 중점적으로 준비할 계획이다. 아직 이르지만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사상 최초의 올림픽 메달 획득의 가능성을 타진해볼 태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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