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다시 내건 노무현 승부수 숨겨진 속내

구석몰린 노 대통령의 여야에 대한 준엄한 경고
여·야, “이러다 진짜 하야하면?” 주판알 굴리고
탈당 후 ‘개헌’카드 꺼내 지지율 급반등 노리나?


▲ 노무현 대통령
정국이 청와대발 회오리에 휩싸였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를 다 마치지 않은 첫 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메가톤급 발언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이러한 노 대통령의 발언의 창끝은 여당과 야당 모두에게 겨눠져 있다는 분석이다. 우선 노 대통령을 공격하는 열린 우리당 지도부와 당내 흐름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지지도 고공비행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 측에선 예측 불가능한 혼돈상황을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 결국 한나라당의 국정협조가 없으면 실제 벌어질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여권 지도부의 압박을 정면 돌파하고 정국 주도권 장악을 내다보는 전략과 함께 레임덕을 방지하려는 측면도 곁들여져있다는 분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하야발언에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한다. 즉, 이는 노 대통령이 여야에 던지는 준엄한 경고일 뿐이고 마지막 카드가 더 나올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번지고 있다.

하야 발언 하루 전날 노무현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에게 막힌 정국을 풀기 위해 만나자고 제안했다.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라는 이름으로 대통령과 총리, 여야 대표들이 만나서 현안은 물론 큰 틀에서 앞으로의 국정운영 방향을 논의하자는 것.

만약 회의가 성사된다면 열린우리당의 힘이 약해지는 결과를 갖고 올 수 있고, 자신이 향후 정계개편의 중심추로 설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한나라당. 지지율 44%를 구가하는 상황에서 쉽게 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답은 뻔했다. 한나라당은 물론 민주·민노당까지 원칙적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구애’하는 ‘노심’은?
노 대통령이 한나라당에 대해 구애를 한 것은 ‘여·야·정 정치협상회의’가 처음은 아니었다. 그는 ‘대연정’, ‘거국내각구상’ 등 하나씩 카드를 끄집어내 한나라당을 유혹하곤 했다. 물론 한나라당은 모두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정치협상회의에 대해서도 ‘현안관련 문제는 노 대통령과 여당이 스스로 풀어야 할 문제이지 여야간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며 거절했다.

계속된 한나라당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의 이 같은 구애는 계속될 듯 하다는 게 정치권의 일관된 생각이다. 즉, 계속된 압박을 통해 한나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자신이 하겠다고 하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다는 대통령만의 스타일과도 일치하는 대목이다. 또한 한나라당 스스로 계속된 반대와 거절이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노 대통령은 간파하고 있었다.

이러한 주장은 정치권에서도 나오고 있다. 여의도에선 한나라당을 두고 ‘집권야당’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만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송민순 외교·이재정 통일 장관 내정자 거부, 정연주 KBS 사장 연임 반대 등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침해한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다. 청와대의 의중이 담겨있는 한명숙 국무총리의 ‘거국내각’ 제안도 단숨에 거절했다. 최근엔 ‘여·야·정’ 정치협상회의도 마찬가지.

그러나 한나라당의 겉모습은 확고함을 드러내고 있지만 속내는 ‘진퇴양난’이라는 분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대안 없는 반대만을 고집하고 있어 만약 이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대안 없는 반대당’이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게다가 당내 유력한 대권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당 대표가 각각 ‘대운하 구상’, ‘열차 페리 구상’ 등 내부경쟁을 위한 정책만을 내놓고 있어 현 난국을 돌파할 만한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것도 한 몫하고 있다.

한 정치평론가는 반대 전문 집권야당으로 행세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고 했다. 즉, 50%를 넘나드는 한나라당의 지지율은 자신들의 것이 아닌 현 정권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이라는 말이다. 결국 범여권의 결속력이 나올 내년 초엔 지지율이 빠질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는 분석이다.

‘카드만 남발하는 노 대통령’ 이란 말은 다시 말해 ‘반대만하는 한나라당’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노 대통령은 이를 인식, 계속된 구애를 한나라당에 하려 할 것이고, 이는 한나라당의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하야’는 여·야 모두 노린 ‘협박’
노 대통령의 구애가 한나라당만을 노린 것이라면, 그의 하야발언은 여·야를 모두 노린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야를 가장 반대해야 정상일 듯한 친노직계 의원들이 직설적으로 하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무게를 더하고 있다.

물론 하루아침에 번복했지만 대통령의 하야발언은 메가톤급이었다. 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그렇게(하야를) 하겠다는 의사는 없는 것으로 본다”고 반박했고 ‘하야 가능성은 No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답했지만 그 파장은 여전하다.

임기발언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대국민 협박’이라고 맹비난했다. 또한 “빨리 물러나라”는 식의 격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무슨 일인지 한나라당은 즉각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멈췄다. 오히려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위로와 격려를 쏟아내고 있다는 것.

내심 노 대통령의 정치적 의도를 재면서 내년 대선정국을 완전히 새로 짜려는 고도의 계획된 발언일지 모른다는 점을 경계하는 눈빛이다.

당차원에서도 공식적 대응을 자제했다. 유기준 대변인도 “경제와 안보불안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로 일하면 박수 받는 대통령이 될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임기를 잘 마치길 바란다”는 짧은 논평만 냈다.
여야가 ‘대통령 하야’를 동시에 두려워하는 이유는 헌법 제68조에 명시된 ‘대통령 하야시 무조건 60일 이내에 대선을 실시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즉, 대통령이 하야하게 되면 조기대선이 실시되고 뚜렷한 대권후보가 없는 범여권은 물론이고 한나라당도 혼돈을 맞을 수밖에 없다는 것.

여야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내년 대선까지 바라본 정치적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노 대통령의 조기하야는 조기대선은 물론이고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는 물거품, 야당의 대권주자도 쪼개질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한 중진의원은 “현재로선 한나라당의 대선승리가 가장 근접해온 상태인데 만약 조기대선이 이뤄진다면 한나라당은 대선경선을 준비조차 못한 상태에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분열도 무시할 수 없다”고 우려를 전했다.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당이 국정의 중심을 지키겠다며 당 중심 국정운영을 강조하고 대통령은 국정운영에 필요한 법안, 예산안이 발목 잡힌 것에 고통스러워 하다가 심경을 밝힌 것이라 생각한다며 극단적 상황을 피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노 대통령의 하야발언이 여야 모두에게 ‘엿’을 먹인 것만은 틀림없어 보인다.


꺼내들 빅 카드는 ‘개헌’?

여러 화두를 던져놓은 노 대통령이 한발 물러서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정치권에선 노 대통령이 시간에 맞춰 무슨 일을 진행하고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즉, 하야발언에 이은 폭발적인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것. 아직은 미지수인 이 카드가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개헌’논의가 아니겠냐는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개헌’은 조기하야에 이어 한나라당이 가장 겁내는 것임은 틀림없다. 만약 노 대통령이 당적 포기에 이어 개헌 논의 등을 전제할 경우 국민들의 동정론까지 가세, 현재의 대권주자 지지율이 요동칠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우려는 우려로 끝날 수도 있지만, 한나라당으로선 제2의 탄핵역풍을 맞을 수도 생각에 잠을 이루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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