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간 애무, 혼음, 스와핑, 시체간음, 유혈낭자까지 거침없어

관능적이고 노골적이다. 생면부지의 남녀가 서로 인사를 건넨 뒤 어색한 움직임을 보이자 진행자는 즉석에서 스킨십 게임을 강요했다. 은밀한 스킨십 게임에서 패한 팀에게 주어지는 페널티는 ‘키스 세례.’ 한동안 망설이던 3쌍의 남녀는 언제 그랬냐는 듯 서로의 허리를 휘감은 채 입술을 맞댔다.

서울 청담동의 C클럽. 음악 전문케이블 채널의 프로그램을 촬영 중이었다. 어두운 조명과 끈적끈적한 리듬에 몸을 맡긴 남자들이 여자의 등 뒤에 바짝 붙어 보기에도 민망한 행동을 연출했다. MC는 “조금 더 강하게”를 외쳤고, 뒤에서 감싼 남자와 여자는 한데 뒤엉켜 배꼽을 훤히 드러낸 채 서로의 엉덩이를 흔들어 댔다.

케이블TV 채널마다 선정성 위험수위를 넘나드는 프로그램들이 넘쳐나 논란이 일고 있다. 노출의 강도나 성행위 묘사의 정도가 심해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이하 방송위)가 방송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리고 있지만, 대체로 단발성 프로그램이 많아 비슷한 프로그램이 계속해서 방송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사장면 여과 없이 방영해

이중 청춘남녀의 연애비법을 알려주는 한 ‘데이트코치’ 프로그램에서는 “어우~그런데 가슴이 무서워. 난 (가슴이) 너무 큰 애들 싫어하거든” 등의 출연자들이 나누는 대화나 소재가 선정성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연애고수가 직접 알려주는 비법을 실제 상황에 적용해 보고, 연애를 하면서 겪는 다양한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취지로 제작된 프로그램으로 자타칭 ‘연애선수’라는 연예인들과 서울 강남 일대에서 ‘퀸카’ 1천여명을 만나 이들의 프로필을 파일로 정리, 보관하고 있다는 일반인 ‘선수’ 정대만 씨 등이 출연해 연애와 데이트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로 꾸며진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프로그램 본래 취지와 달리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남성 진행자들이 여성의 특정 신체 부위를 거론하거나 “(룸살롱 등 술집에서) 다른 방에서 술 마시고 우리 방 와서 취하는 여자가 좋다”는 식의 대화를 나누며 서로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한 명의 남성에게 선택받기 위해 다수의 여성이 게임을 통해 경쟁하는 과정이 문제가 됐다.

여성들이 선정적인 춤을 춘다든지 여성의 발로 남성의 몸을 더듬는 장면, 가슴 노출 및 성기애무 장면, 얼음조각을 여성 출연자의 몸에 문질러 녹여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장면 등 성과 관련된 내용이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됐을 뿐만 아니라 다수의 체험자가 벌이는 직접적인 정사장면 또한 여과 없이 방영했다.

그런가 하면 케이블채널 KM의 ‘재용이의 순결한 19’는 방송에서 연예인들을 열심히 까발리고 비웃는다. 네티즌끼리 정보를 공유하며 낄낄거리던 ‘연예인 뒷담화’를 공론화해 거침없이 난도질을 하고 있다. 정재용은 신나게 스타를 비아냥거리다가 ‘아니면 말고’식으로 잽싸게 발뺌을 해버린다.

한채영의 경우 훔치고 싶은 가슴 1위에 오르는가 하면, 그 가슴이 성형으로 만들어졌다는 의혹을 함께 받기도 했다. 그야말로 병 주고 약주는 격이다.

TV에서 영원히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연예인으로 ‘천명훈’과 ‘박명수’가 1위, 2위를 차지했고 성형의혹에 시달리는 연예인으로 ‘현영’이 1위로 선정되었다. 성형의혹 연예인 2위로 선정된 ‘김선아’에 대해 “성형이 너무 잘 나왔다. 어딘지 가르쳐주삼”이라고 말한 것이 그대로 방송됐다. 이처럼 위험천만한 주제로 순위가 매겨지고 있으며 천상지희 멤버인 ‘천무 스테파니’의 이름을 ‘열무 스파게티’로 바꿔 부르는 등 거침없는 발언이 난무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간판 MC인 정재용은 소품으로 나온 막걸리를 마시고 음주방송까지 단행하는 과감함(?)을 선보인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의 언어 오염 또한 위험 수위를 넘었다. 꾸미지 않은 ‘날것’을 보여준다는 의도로 출연자의 ‘거침없는 발언’을 유도하면서 상황이 더 심각해졌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나 토크쇼에선 방송 경험이 없는 일반인이 경쟁하듯 비속어를 쏟아내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은 진행자 입에서 부적절한 말이 나올 때마다 울리는 ‘삐∼’ 경고음이 너무 잦아 프로그램 흐름이 수시로 끊길 정도다. 1시간 남짓한 프로그램에서 무려 20차례 이상 경고음이 울린 적도 있다.

메인MC는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방송 중 욕도 하는데 껌은 왜 못 씹나”라고 말해 은연중 제작 분위기를 밝히기도 했다. 공동 진행자 또한 한 여성 출연자에게 “욕하고 싶으면 욕해도 된다”면서 ‘자유로운 방송’임을 강조했다.

또 진행자 입에서 튀어나온 “까고” “존나” “지들이” “대가리” “또라이” “처먹다” “야마돈다” “주둥이를 찢어버린다” 등 거친 발언이 그대로 전파를 탔다.

성적 농담도 난무한다. 진행자는 짧은 치마를 입은 여성 출연자의 다리를 보고 “허벅지에 반했다. 이따 허벅지랑 사진 좀 찍자”라고 말하거나 “(술자리에서 게임하다) 여자분들 몸에 케첩을 바르고 많이 빨아봤다”는 얘기를 거침없이 했다.

이처럼 케이블TV나 위성방송이 듣기만 해도 낯 뜨거워지는 장면들과 온갖 욕설을 버젓이 내보내는 것은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지난 한 해 동안 방송위가 성표현과 관련해 방송 중지 조치를 취한 프로그램은 38건 중 17건으로, 전체의 절반 가까이 된다. 나머지 21건 중 3건은 쇠사슬로 상대방의 이미를 가격해 피가 흐르는 등 지나치게 폭력적인 프로그램(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5조)이고, 지렁이와 응고된 소의 피를 넣은 피자를 먹는 게임(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6조)을 방송한 곳도 있었다.

대중매체 선정성, 악영향 미쳐

서울대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자극적인 장면을 계속 접하다보면 자꾸 더 큰 자극을 찾게 되고, 자극 그 자체에 대해 둔감해지는 현상이 발생한다”며 “이 과정에서 매체에 의해 인간의 사고가 지배당하고, 자기도 모르게 어떤 상황이 주어지면 매체에서 본 것과 똑같은 행동을 일상생활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대중매체의 선정성이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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