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고진영 성가 "Amazing Grace"

'종교'라는 코드는, 사실 그 안에 푹 빠져있지 않으면 좀처럼 가까이하기가 쉽지 않은, 소위 '제한적 코드'에 속한다. 하지만 자신의 내면적 감수성과 사상을 외부로 표출해내는 것이 모든 예술 행위의 근원이고, 인간의 정서/사고상 체계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종교성'을 표출시키는 것이야말로 어찌보면 예술적 표현행위에 있어 '극치'일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해볼 때, 종교음악 역시 분명 음악적 논의의 대상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는 것일테다. 한편, 오페라 "마적", "피가로의 결혼" 등으로 잘 알려지고, 서울종합예술원, 덕원예고, 계원예고 등 많은 예술학교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소프라노 고진영의 새 음반인 성가 "Amazing Grace"는 앞서 언급한 '종교음악으로서의 가치'를 제쳐놓고서라도, 선명한 음악적 가치 - 종교성을 제외한 -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을 수 있을 법한 음반이다. "놀라운 은혜", "오 나의 구주여", "나 주를 멀리 떠났다" 등의 익숙한 성가들이 소프라노 고진영 특유의 날카롭게 찌르는 듯하면서도 천성적인 '안정성'으로 음 전체를 부드럽게 아우르는 창법에 의해 새롭게 녹아나고 있으며, 특히 "시편 145편", "시편 57편", "시편 23편"으로 이어지는 시편의 안온한 해석이 인상적이다. 어떤 음악이건, 부르는 이의 '진실'이 배어들어가 있다면, 그것은 종교적/사회적/문화적 차이를 뛰어넘어 청중의 마음을 뒤흔들 수 있는 법이다. 우리가 먼 영국의 청년들이 질러대는 사회적 소외계층의 분노에 대해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우리로선 이해하기 힘든 인디언들의 토속민요에 한 순간 마음을 빼앗겨 버릴 수 있는 것도, 모두 이런 내면적 진실이 국가와 인종, 시대를 뛰어넘어 청중들에게 어필한 예일 것이다. 그리고 고진영의 이번 성가 앨범 역시, 그 종교성에 굳이 구애받지 않고서라도, 청중들의 마음에 와닿을 수 있을 법한 걸작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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