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떠도는 ‘고건 신당 필패론’ 대해부

불분명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국민들 ‘고건은 모호해’
이렇다 할 반전 못 만들어···지지율 15%대 답보상태
당장 지지율 반등 못 시키면 신당 좌초할 수도
결국 신당 포기하고 범여권 ‘오픈프라이머리’ 참여?
‘대중적 이미지’ 내밀어도 노·DJ의 ‘제3후보’ 상대해야



▲ 고건 전 국무총리.
고건호가 비틀거리고 있다. 핵폭탄일 것 같았던 ‘고건신당 창당선언’에 정치권의 반응은 ‘글쎄~’로 요약된다. 정치가로서의 변신이 힘들다는 점, 불분명한 이념적 스펙트럼, 지지도 하락에 맞물려, 고건호가 ‘삐걱’거리고 있다는 것.

결국 그가 살아남기 위해선, 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뛰어들어야할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노무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오픈프라이머리 승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지지기반이 튼튼한 정동영, 김근태 등의 여당 대선주자들과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의 물밑후원을 받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김혁규, 추미애 등에게 맞서 이길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고건 전 총리는 한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의 국민경선에는 절대 참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과의 관계에 대해선 정파를 초월해 개인 차원에서 뜻을 같이 하는 부들과 신당 창당을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 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엔 두 가지 의중이 실려 있다. 첫째는 ‘당 대 당 통합방식’은 지양하고, 둘째는 ‘자신의 깃발아래’ 범여권통합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과 범여권에서는 이러한 고 전 총리의 발언에 ‘글쎄~’ 또는 ‘재밌소?’라는 반응을 보이며 한껏 무시하는 내색을 보이고 있다.

최근 지지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고 전 총리는 이를 신당창당선언을 통해 위기를 넘기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텃밭이라는 호남에서 지지율하락을 면치 못하는 그가 과연 ‘넘버2’ 30년 인생에 종지부를 찍고 ‘넘버1’ 으로 부상할 수 있을까.


지지도 하락···고건호 ‘비틀비틀’
고건 전 총리는 다급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했다. 그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당창당선언’을 통해 이를 돌파하려 했으나, 여의치 않다.

내일신문과 한길리서치연구소의 대선주자 지지도 11월 정례여론조사에서 고건 전 총리는 이 기관의 지난달 조사에 비해 8.1%포인트가 빠진 15.4%로 3위로 밀려났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고 전 총리가 가장 위기에 빠졌음을 알 수 있다. 여의도에선 그의 지지도 하락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고 결국 대선 레이스에서 탈락하지 않겠느냐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고 전 총리는 그 동안 야당후보에 맞설 수 있는 범여권세력의 대항마로 불려왔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그의 효용성은 적어지고, 결국 고건 신당이 좌초할 수밖에 없다는 설이 파다하다.

게다가 고 전 총리의 정치적 기반은 다른 범여권대권주자들에 비해 미약하다 못해 초라하다. 여당 핵심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고건 신당에 참여할 의원들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에서 각각 2~3명 정도 일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지지도 하락과 맞물려 호남권 의원들의 발걸음은 멈췄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그의 여당인지, 야당인지에 대한 불분명한 자세, 참여정부의 초대 총리로서 노 정권을 승계하는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입장, 무비전·무대안 등이 맞물려 고 전 총리가 최대 위기를 맞은 것만은 분명하다.


오픈프라이머리 참여, 승산 있나?
고 전 총리가 그나마 3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는 ‘대중적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즉, 그에 걸맞은 자신만의 새로운 정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고건호의 순항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가면 갈수록 오리무중인 그의 행보와 맞물려, 새로운 정책과 대안은 나오질 않고 있다. 고 전 총리는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신당의 모습이 갖춰지면서 지지율의 변화가 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야당 대권주자들은 앞 다퉈 부동산 정책, 운하 건설 등 새롭고 다양한 정책들을 내놓는데 반해,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운운하는 발언에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냐는 것.

또한 그는 “한나라당내 중도세력과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고 전 총리의 불분명한 스펙트럼을 그대로 드러내는 대목이다. 범여권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그의 주장에 한나라당 의원을 포함하겠다는 것은 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한나라당 대권주자들이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데, 한나라당 의원들이 고건호에 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내에서도 ‘어이없다’는 표정이다. 당 관계자는 “고 전 총리가 신당을 창당하는 것에 불만은 없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나겠다고 하는 것은 그 만의 생각일 것”이라고 일축했다.

결국 고 전 총리가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카드는 오픈프라이머리 밖에는 없다는 분석에 힘이 쏠리고 있다. 고건신당 약화에 따른 호남 지지세력 이탈, 모호한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른 의원들의 외면으로 지지도가 내려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즉, 그는 자신의 강점인 ‘대중적 이미지’를 살리려고 애를 쓸 것이고, 범여권내 지지도 1위를 달리고 있다고 판단,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하면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가 오판을 했을 가능성 또한 점쳐지고 있다. 그는 줄 곧 ‘노 대통령과 김 전 대통령’을 외면했기 때문이다. 이 두 킹(King)은 범여권내 최대주주임에는 틀림없다. 정가에선 이미 그들이 내세우는 후보가 있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영남출신의 CEO형 지도자가 대권후보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천명해 고 전 총리가 오픈프라이머리 참여를 시도해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고건호, 되돌리기엔 너무 늦었다?
DJ와 노 대통령의 힘은 무시할 수 없다. 비록 지지도 바닥을 기고 있는 노 대통령은 ‘친노세력’과 ‘노사모’를 중심으로 몇몇 대권주자들을 점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한 거물급 특보단을 구성, 자신의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있다고 한다.

DJ 역시 호남에선 아직까지 대통령 이상이다. 결국 이 둘이 동시에 미는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많다는 설이 파다하다. 호남에서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고 전 총리가 과연 DJ를 상대할 수 있을까.

한편 정치권에선 DJ와 노 대통령은 고건, 정동영, 김근태, 천정배 등의 후보로는 한나라당 후보에 승산이 없다고 보고 ‘제3후보’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만약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간다면 고 전 총리는 ‘악수’를 두고 만 것. 여당의 한 관계자는 고 전 총리가 정말로 대권후보로 나서고 싶다면 신당창당을 무르고 열린우리당의 오픈프라이머리에 참여해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미 고건신당 창당선언을 했고 DJ와 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쉽사리 돌아서기란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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