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선언 2년, 10억 못 벌면 나가지도 말라?

아나운서 프리랜서 시대가 열렸다? 최근 강수정, 손범수 두 아나운서가 나란히 프리랜서를 선언하면서 방송가에 또 다시 프리랜서 아나운서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이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냉대적인 시각과 함께 만능연예인 시대에 ‘어쩔 수 없는 대세’라는 지적까지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번번이 대형 아나운서들의 프리 선언 때마다 방송가 주변에서 표출되던 시각들이 구체화 되고 있는 것이다. 아나운서를 ‘스타’로 만들었던 방송사와 ‘자기 집을 나올 수밖에 없었던’ 프리 아나운서들의 끊이지 않는 신경전속을 들여다보자.

‘수백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방송국에 입사한 아나운서들의 수는 약 100여명, 이들은 보통 라디오나 시청자의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시간대에 편성돼 일하고 있다. 즉, 시청자들의 눈에 뜨이는 아나운서들은 그야말로 몇 몇에 불과한 것이 방송국 아나운서들의 현실이다.

90년대 이후 프리 아나운서 시대 열려

방송가에 프리 아나운서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은 지난 90년대부터다. 이숙영, 이금희, 정은아, 진양혜, 손범수, 황현정, 정지영, 노현정, 백지연, 유정현 등 내로라하는 쟁쟁한 스타급 아나운서들이 대거 프리 대열에 합류하면서 그야말로 프리아나운서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었던 게 방송가의 현실이다. 여기에 최근 화제를 모으고 있는 강수정, 손범수 아나운서까지 프리 대열에 동참하면서 아나운서들의 홀로서기가 또 다시 여론의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당초 남자 아나운서의 경우 10년 이상, 여자 아나운서의 경우 7~8년의 경력을 쌓은 후 프리전선에 합류했던 것이 일반적인 관행. 하지만 최근에는 단촐한 경력(?)에도 불구하고 프리 선언을 하는 아나운서들이 점차 늘고 있는 추세다. 이처럼 조급스러울 정도로 아나운서들이 프리랜서 대열에 뛰어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들의 대우문제가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다.

정상급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한 몸에 누리고 있는 아나운서들조차도 아침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 조근은 물론 잦은 야근, 밤샘근무 등 열악한 근무조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연봉 때문이라는 것. 쇼 오락프로그램의 특A급 MC가 60분 프로그램에 회당 900만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대우를 받는데 반해 아나운서들은 불과 2~3만원 출연료를 받는 현실이 단적인 예로 꼽히고 있다. ‘매인 몸’이나 다름없는 아나운서 신분은 일반 방송국 직원과 동격이다. 즉, 방송사 직원내규에 따른 출연료만 지급받게 되는 것이다. 또한 방송사 직원의 신분으로 한방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CF는 꿈도 꾸지 못한다. 결국 아나운서들을 ‘자유의 몸’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금전’이 되는 셈이다. 한때 ‘프리 선언 2년 만에 10억을 못 벌면 나가지 말라’는 말이 아나운서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나돌기도 했을 정도다.

하지만 막상 프리선언을 한 아나운서들의 사정은 그리 녹녹치 못한 것도 현실이다.

당장 고정적인 방송출연이 보장되던 방송사 시절과 다른 현실에 직면하게 된다. 자칫 상품성의 유효기간이 짧아질 경우 개편 때마다 친정집에 꼬박꼬박 인사를 다녀야 하는 것은 물론 심각한 경우 수준 낮은 행사장 진행도 마다 할 수 없는 것이 이들이 처해있는 현실이다. 장밋빛 꿈을 안고 자유선언을 하지만 미래는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는 게 방송가 관계자의 전언이다. 뉴스를 벗어나 교양과 예능프로그램 등으로 진출, 시청자들과 충분한 교감을 거치며 활발한 활동을 한 몇 몇 방송국의 얼굴들은 이내 인기에 부응해 프리랜서를 선언하게 된다.

전략적으로 이들을 ‘1군 선수’로 키워냈던 방송국으로선 이들에게 그야말로 ‘괘씸죄’ 처분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강수정, 손범수 두 아나운서의 뒤를 이어 올해 안에 몇몇 아나운서들의 프리선언이 이어질 것이라는 한 방송계 인사의 전언은 저간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아나운서들의 ‘홀로서기’는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나운서 프리선언 늘어날 듯

정상급 아나운서들의 끊이지 않는 프리랜서 선언과 이를 둘러싼 방송국간 치열한 논쟁이 연말 방송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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