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FA선수들, 일본행 러시

▲ 박명환(두산 베어스)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의 일본 진출설이 만발하고 있다.

주니치 드래곤즈가 지난 11월 21일 이병규(LG 트윈스)에 대한 신분조회를 요청한 것에 이어, 지난 11월 22일에는 박명환(두산 베어스)이 “일본 진출에 전력 투구하겠다”는 선언을 했다. 여기에 신시내티 레즈에서 방출된 김선우도 일본행을 모색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내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는 한국선수는 상당히 늘어날 전망이다.

이중 가장 오랫동안 일본행을 준비했고 가능성도 높은 선수는 박명환.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은 박명환을 두고 NPB 센트럴리그 전통의 라이벌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한신 타이거스가 물밑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야쿠르트 스왈로스와 요코하마 베이스타스가 관심을 보인다는 설이 나돌고, 에이전트 박유현 씨는 “퍼시픽리그 1개 구단과도 협상을 벌이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명환, 일본행 체계적 준비

누구보다도 박명환의 경우는 선수 본인이 일본행을 강력하게 희망하는 경우.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욕심 없이 가능하면 일본에서 오랫동안 뛰면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싶어하는 것. 박명환은 지난 11월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어깨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고질적인 어깨 통증이 부상이 아니라 투구 폼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으면서, 일본 진출의 부담을 덜었다.

▲ 이병규(LG 트윈스)
이승엽의 추천으로 요미우리 스카우트진의 물망에 오른 이후, 지금으로서는 박명환이 내년 요미우리의 마무리를 맡는다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지난 11월 22일 요미우리 구단이 전력을 다해 추진했던 슬러거 오가사와라 미치히로(전 니혼햄 파이터스)의 영입이 성사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교섭도 서서히 진행될 전망.

요미우리가 잠시 잠잠한 사이에 한신 구단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에이스 이가와 게이가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생길 공백을 박명환으로 메우자는 것이 한신의 구상. 한신은 박명환이 희망하는 2년 이상의 다년계약을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를 최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박명환 쪽은 “다년계약을 고집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거듭 의사를 밝혔지만, 다년계약은 일본야구에의 정착을 원하는 박명환이 보장받아야 할 최소한의 희망사항이다. 요미우리와 한신이라는 NPB 전통의 구단이 경쟁 양상을 펼치면서 박명환은 유리한 입장에 선 셈이다.

최근 박명환의 측근은 “돈은 실력대로 받으면 된다. 가장 고려하는 부분은 야구환경”이라고 말했지만, 모름지기 돈은 많이 받을수록 좋은 것이 인지상정. 소속구단 두산이 책정한 조건이 4년간 35억원으로 알려져, 연간 2억엔 선은 받아야 자존심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996년 데뷔한 박명환은 프로 11년 동안 통산 88승 75패를 거뒀다.

한편 이병규에게는 주니치 드래곤즈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간간이 흘러나오던 이병규의 일본 진출설은 지난 11월 21일 주니치가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이병규의 신분조회를 의뢰한 것이 알려지면서 제대로 불을 지폈다. 주니치는 외국인선수 알렉스 오초아가 팀을 떠났고, 주전 중견수 히데노리마저 부진해 외야수 영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 김선우
주니치는 약물복용 의혹으로 메이저리그를 떠난 새미 소사의 영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병규와의 본격적인 협상은 오는 12월 초순쯤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균 연봉은 1억3천만엔(약 1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규는 지난 11월 17일 4년간 45억원을 제시한 LG구단의 제안을 거부하면서 아무 제약 없이 FA시장에 나섰지만, LG는 여전히 잔류를 설득하고 있다. 여기에 타선의 힘이 떨어진 지바롯데 마린스도 이병규를 스카웃 리스트에 올린 상태다.

그동안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던 김선우는 내년 시즌을 일본에서 보내는 방안도 염두에 두고 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의 활약으로 일본구단에 깊은 인상을 남긴 김선우는 일본에서 시즌 10승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으며, 지바롯데 마린스와 소프트뱅크 호크스 등이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우 본인이 메이저리그 잔류에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고, 국내 지명권을 쥔 두산이 3년간 30억원이라는 조건을 제시해, 김선우는 내년 한·미·일 어느 나라에서 뛰게 될지의 향방도 감 잡기 힘든 형국이다.

‘이승엽 대박’ 재연 가능할까

이들의 일본행은 이르면 11월말, 늦어도 12월초에는 하나둘 가닥이 잡힐 예정이다. 4년간 30억엔(약 240억원)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이승엽의 이들이 일본프로야구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새로운 야구 인생을 펼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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