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5개월 심층진단

▲ 오세훈 서울시장
11월말로 오세훈 서울시장의 취임이 만 5개월을 맞는다.

선거 막판에 출마를 결정하는 바람에 ‘준비 안 된 후보’라는 비판을 들었던 오 시장은, 그런 까닭인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민생 정책이나 현안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를 운영한 결과를 반영해 지난 10월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발표했지만 대부분 이벤트성 사업이라는 지적을 들었다.

오 시장의 등장은 화려했다. 5·31지방선거에서 다크호스로 등장해,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역대 민선 서울시장 가운데 최고 득표율 59%를 기록했다. 임기 첫 달에는 건설교통부와 용산 미군기지 공원화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일으키며 언론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정부 감사에 대립각을 세우며 ‘할 말은 하는 시장’이라는 인상을 남겼고, 은평뉴타운 분양원가 공개와 후분양제 도입 선언은 노무현 대통령의 동의를 이끌어냈다.

조용한 업무스타일

그러나 그 이후에는 조용했다. 업무스타일이 조용한 것일 뿐이라는 평가도 있었지만, 이명박 전임 시장의 ‘청계천 복원’처럼 내로라하는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장악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인수인계와 시정계획에 바쁜 일정을 보내다보면 외부에서는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오 시장은 “이 전 시장도 청계천과 버스사업 골격이 드러나면서 언론에 자주 등장했을 뿐”이라며 “100일만 지켜봐달라”고 자기변호를 하기도 했다. 그렇게 100일이 지났다.

▲ 서울시 신청사 조감도
공무원과 민간전문가의 시정쇄신 아이디어를 수집한 ‘100일 창의서울추진본부’의 운영을 바탕으로 ‘시정운영 4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은 지난 10월 9일. 문화·환경·상상력을 기치로 내걸고 한강을 관광상품화해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는 의지를 골자로, ▲도시 균형발전 ▲경제문화도시 마케팅 ▲시민행복 업그레이드 ▲맑고 푸른 서울 ▲한강 르네상스 등의 5대 핵심프로젝트, 15대 중점사업, 471개 단위사업을 임기내 실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4개년 계획 발표 직후 ‘한강 르네상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표된 노들섬 문화콤플렉스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겪었다. 당시 서울환경연합은 “63빌딩의 2배가 넘는 규모의 초대형 콤플렉스는 노들섬이 갖고 있는 하중도로서의 생태성과 멸종위기종의 서식지로서의 가치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계획으로 개발독재시대의 계획을 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논평을 냈다. ‘환경’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며 최열 환경재단 대표를 공동인수위원장에 임명했던 것을 감안하면 면목이 없는 대목이다.

4개년 계획 자체도 총체적인 비판에 부딪혔다. ‘굵직한 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연계성이 미흡한 총론 없는 각론의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 ‘선택과 집중이 없다’ ‘환경 개선이나 문화복지 확대 같은 쉽고 무난한 것들만 제시됐다’는 지적들이 쏟아졌다.

가장 뼈아픈 지적은 ‘민생에 와닿지 않는 이벤트성 정책들뿐’이라는 말일 것이다. 잠수교를 보행자 전용도로로 바꾸겠다는 계획은 교통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았음이 드러났고, 한강 물을 빼고 강바닥을 드러내 그 위를 남사당패가 지나는 ‘현대판 모세의 기적’은 과도한 이벤트성 발상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오 시장은 지난 11월 17일 “이러다가 ‘대한민국 오락부장’이라는 말을 들을까 걱정”이라는 푸념도 공개적으로 늘어놨다고 전해진다.

전임 시장이 벌린 사업들도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뚜렷한 대책이 없다. 이 전 시장이 청계천 개발 당시 임시로 노점상들을 옮긴 ‘풍물시장’ 노점상들은 ‘동대문운동장 패션 브랜드화 사업’에 맞서 생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오 시장은 딱히 이들을 설득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 전 시장이 채택한 서울시 새청사 건립계획안에는 “디자인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며 재설계를 지시했지만, 문화재위원회에서 3번이나 부결되고 말았다.

서울시 공무원 장악 능력도 의문이다. 취임 직후 “서울시 공무원 조직을 장악할 생각이 없다”고 한 오 시장의 발언 때문인지 편하게 일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전언이 들린다. ‘천만상상 오아시스 실현회의’ 같은 이벤트성 정책에 발맞춰 본연의 업무보다 ‘반짝 아이디어’에 더 매달리고 있다고도 한다.

4년 뒤 재임 계획 밝혀

최근 오 시장은 재임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조직 다지기에 들어갔다. “4년 뒤가 아닌 40년 뒤 평가받는 시장이 되기 위해” 8년이고 12년이고 서울시를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광역단체장에는 연임에 제한이 없다. 그러나 4년 뒤 서울시장에 재출마하기 위해서는 전임 시장과 차별화되는 자신만의 색깔을 선보이는 것이 급선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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