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실패론 둘러싼 빛과 그림자

반대 입장이해 못하는 이분법적 사고
경험부족은 미숙한 국정운영 이어져
노 대통령의 좌측에 쏠린 인사가 문제


현 정부의 실세들인 386 정치인들에게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고 있다. 그들의 화려한 과거경력에 비해 지난 3년 반 동안 보여준 내실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86정치인들은 또 한번의 치욕적인 결과에 고개를 숙였다. 진보정치연구소와 한길리서치가 벌인 여론조사에서 17대 국회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집단 1위를 한 것이다.

386 정치인들은 과거 권위주의에서 탈피, 새로운 정치 패러다임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지만, 그 이념적 가치를 국민이 원하는 정책결정에 접목시키는 결과 보여주는 것은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386 이상주의, 미숙한 정책으로 이어져

▲ 원회룡 한나라당 의원.
▲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지난 21일 386의 공과(公課)를 두고 여야 소장파 의원들 사이에 고성이 오갔다. 논란의 불씨는 지난 20일 국회 정보위원회의 김만복 국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강길모 씨가 정부 여당과 청와대의 일부 핵심 인사들을 ‘김일성주의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지칭한 것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386정치인 실패론’을 보도한 데서 비롯됐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오전 한 방송국과의 인터뷰에서 “여당은 무한책임을 지기 때문에 따가운 시선은 감내해야겠지만, 일만 생기면 386이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며 “대통령과 386을 일치시켜 공격하는 프리즘”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내 386주자인 원희룡 의원은 “참여정부의 핵심을 이뤘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념적 잣대나 도덕적 우월주의를 고집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유연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로 다른 입장을 이해하면서 문제의 해법을 찾기보다는 이분법적으로 사물을 보면서 오만에 빠진 것이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즉, 같은 이념을 갖고 민주주의라는 큰 틀은 만들어 놨지만, 이상주의와 실용주의로 나뉘어 서로를 적대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당의 386정치인들도 인정하고 나섰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은 더 성숙하고 실용주의적인 사고를 갖춘 386세대가 정치에서 절대다수가 돼감으로써 점차적으로 교조주의적 세대를 대체해나갈 것이라고 말해 여당 내 386정치인들이 ‘이상주의’에 빠져있음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386정치인의 미숙함도 도마 위에 올랐다. 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386세대는 국가를 운영할 준비가 돼 있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빨리 정권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더 많은 경험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권력이 손안에 넣은 것이라는 말이다.

그들은 투쟁하고 이념을 내세울 줄은 알지만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엔 경험이 부족했다는 분석이다. 즉, 그들은 자신들의 높은 가치들을 견실한 정부 정책으로 바꿔 놓는 데 실패했다는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후, 그들은 대기업 규제와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통해 부유층과 그렇지 않은 계층간의 경제적 격차를 줄이기 위한 급진적인 개혁들을 추진했다. 외교적으로는 친북반미를 내세워 동맹국들과 심각한 마찰을 초래했다.

이는 경제성장의 둔화, 소득격차 확대, 국제사회에서 동맹국들과의 불안한 관계 등으로 이어졌고, 여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당연히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는 15%까지 떨어졌고 열린우리당은 17대 총선이후 0:40이라는 치욕적인 결과를 얻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정부가 하자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국민이 없고 그 만큼 개혁의 구호는 공허한 반향만을 낳고 있다”고 했다.


386의 실패는 노 대통령 탓?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은 6월 항쟁을 이끈 그들을 일약 시대의 주역으로 도약시켰다. 경험이 부족하지만, 새로운 정치실험을 해보겠다는 그들의 사기는 높았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386정치인과 함께 실용주의자들을 고루 등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한나라당 소장파인 정병국 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 대통령이 386세대를 기용하고 함께 정치하는 것까지는 좋았다”며 “그러나 대통령이 기본적인 리더십을 확보한 상태에서 386을 통합 조정의 연결고리로 활용하기보다는 대통령 스스로 386과 같은 생각을 갖고 (정권을) 운영하다 보니 결국 모든 잘못이 386의 잘못으로 귀결됐다”고 주장했다.

결국 노 대통령의 한쪽으로 쏠린 국정운영방식이 그들을 거대한 권력체로 만들었고, 경험과 미숙함으로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는 분석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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