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품 활개로 골머리 앓는 명품업계, 원산지 표시 100% 믿지 말아야...

서울시내 길거리는 짝퉁 천국이다. 특히 상점이 문을 닫는 저녁 8~9시가 되면 명동 거리는 짝퉁 명품을 파는 노점상들로 문전 성시를 이루고, 요즘엔 짝퉁 명품을 파는 인터넷 사이트도 인기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검거된 해외 명품 밀수 실적은 시계류가 4199억원으로 가장 많고 의류가 324억원, 핸드백과 가죽제품이 215억원 등 총 4890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02년 2492억원에서 두 배 가량 증가한 것이며, 올해 들어 3월까지 밀수된 해외 명품은 255억원에 달한다. '짝퉁' 유통 대거 적발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 김정기)는 올들어 유명 상품을 위조해 제조하고 유통시키는 상인들에 대해 집중 단속을 벌인 결과 45명을 검거하고 15명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가짜 명품 29만여점을 압수했다고 1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문 모씨(62)는 지난해 1월부터 캐나다산 유명 의류 ㄷ상표를 위조한 5만2천여점의 가짜 명품을 캐나다 보따리상으로부터 수입, 서울 고척동 등에 상설할인매장을 개설해놓고 판매하다 덜미를 잡혔다. 또 장 모씨(56·여) 등 3명은 ㅌ상표 등 캐나다산 명품 상표를 위조한 모자 1만6천여개를 국내에서 캐나다로 밀수출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2001년 5월부터 서울 이태원동에 비밀 영업소를 차려놓고 외국인 관광객을 유인, ㄹ표 가방 등 가짜 명품을 팔아온 양 모씨(38)도 검찰에 적발됐다. 양씨는 관광객을 상대하는 여행가이드와 연계해 영업소로 끌어들인 일본인 등 관광객들에게 직접 상품을 파는 한편 주문을 받아 국제특급우편으로 우송하는 방법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중국산 가짜 명품들이 일본 세관을 직접 통과하는 것이 어려워지자 한국을 경유해 일본으로 유입시키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골프클럽, "국산이 아무리 좋아도 외제가..." 최근에는 또 고가의 골프클럽 150세트를 불법으로 유통시켜 3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긴 업자가 경찰에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 국내 클럽 시장에 유통되는 물건 중 30% 가량은 '짝퉁'을 비롯해 정상적으로 유통된 '정품'이 아닌 게 현실이다. '짝퉁'은 보통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서 클럽을 만든 뒤 한국으로 들여와 판매된다. 특히 고급 클럽의 풀세트는 보통 300만원대에서 2000만원대까지 넘나드는데 불법 유통업자들이 가짜를 만들어 판매하면 이윤이 상당하다. 하지만 조금만 자세히 살펴보면 외제브랜드 역시 중국에서 OEM(주문자상표 부착생산)으로 제작해 조립만 자국에서 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완제품까지 만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산클럽이나 외제클럽 모두 중국에서 만드는 셈이다. 그럼에도 가짜 골프클럽이 활개를 치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한국인 특유의 고가 유명 외제브랜드 선호 때문일 것이다. 골프 제조사의 한 관계자는 "샤프트를 어떤 것으로 쓰느냐에 따라 클럽의 성능이 좌우될 뿐 국산클럽과 외제클럽은 성능에서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성능이 우수한 국산 제품이 한국에서는 잘 팔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판매 방법은 "부도난 골프숍에서 물품으로 받은 정품 클럽이다", "해외 나갔다가 핸드캐리로 가져온 진품이다", "솔직히 가짜 클럽인데 진품과 똑같다" 등의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말이 대부분이며 원산지 표시를 100% 믿지 말라고 충고했다. 주얼리 업계, 모조품 활개로 골머리 주얼리 업계도 이른바 '짝퉁'으로 불리는 모조품이 활개를 쳐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다. 중견시계업체 로만손(대표 김기문)의 주얼리 브랜드 '제이 에스티나'는 최근 동대문 등지에서 자사 주얼리 복제품(제품명 티아라)이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체단속에 나섰다. 일명 왕관으로 불리는 '티아라'는 출시 이후 6개월만에 20억원의 매출을 안겨 준 제이 에스티나의 효자 제품이다. 회사관계자는 "주얼리 업계에 복제가 워낙 만연해 점주들은 자신이 복제품을 팔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며 "이에 바로 법에 호소하지 않고 자체 단속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단속결과 전체 매장의 70%가 1~2만원대 저가품부터 70만원대 고가품까지 다양한 '티아라' 복제품을 판매하고 있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유신 주얼리는 '바이오 이온 주얼리' 복제품이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을 발견, 경찰에 신고해 유통업자를 배포 혐의로 구속 시켰으며, 예명지(대표 예명지)는 해외 보석전에서 수상까지 한 히트작 '밀레니엄볼'을 한 업체가 복제 유통시켜 곤란한 경험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상표 도용 사례가 워낙 많고 하나하나 법적으로 대응해 복잡한 절차에 휘말리다 보면 제품 회전율이 높은 업계 특성상 트렌드를 놓쳐 손실이 커지기 때문에 업체들은 이에 일일이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불법 복제 업체들은 자체 공장까지 갖추고 대량 생산해 로고를 부착한 후 동대문을 중심으로 유통시키고 있으며, 도매업체를 통해 전국적으로 100만개 정도의 복제품이 유통되고 있어 매출손실 만도 15-20%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어떤 게 진짜야?' 이처럼 해외명품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제조ㆍ가공기술도 날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진짜 같은 가짜'가 판을 치자 명품과 짝퉁은 본사에서도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고. 비전문가가 보기에는 아무리 뜯어봐도 영락없는 명품이다. 수년간 짝퉁 상품을 취급해온 관세청 단속반들도 국내 특허권자에게 감정을 의뢰한다. 명품업체들이 자체 판매상황을 조회하기 위해 적어놓은 시리얼 번호를 조작하는 사례도 있다. 시리얼 번호로는 판매상황만 알 수 있을 뿐 구매자에 대한 정보가 조회되지 않아 확인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악용한 것. 이 때문에 본 매장에서 교환되는 짝퉁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면밀히 보면 가짜 구별법이 있다. 영국 버버리는 말심벌로 구별이 가능하다. 말이 거꾸로 선 모양새를 하고 있어야 하며, 말 모양이 옆으로 있거나 말머리가 위로 향해 있으면 짝퉁이라는 것. 체크 이음선이 어긋나도 가짜다. 까르띠에 시계는 오토매틱 제품에는 초침이 있고, 배터리형에는 초침이 없다는 것도 구별 법이다. 브랜드별 진품과 짝퉁 구별법을 상세히 알고 싶다면 관세청 홈페이지(www.cust oms.go.kr)의 '사이버 가짜진짜 상품 전시관'에 들어가 보는 게 좋다. 유명 브랜드의 의류·가방·지갑·벨트 진품 구별법과 함께 짝퉁과 진품 대조 사진도 공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외제브랜드에 목말라하는 이상 진짜 같은 가짜명품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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