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주승용·김동철 ‘통합신당’행…황주홍은 ‘민평당’으로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중재파인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6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마친 후 의원들과 악수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바른정당과의 통합 찬성파와 반대파 중 어느 쪽에 힘을 싣게 될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국민의당 중재파 의원들이 현실적으로 중재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결국 마음에 둔 대로 거취를 정리하며 각자도생에 들어갔다.
 
특히 지역구에서 감지되는 거센 반발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입장을 분명히 한 의원도 있는 반면 지역민심을 의식해 여전히 거취를 고심하는 중재파 의원도 있어 ‘공동으로 입장을 정리하겠다’던 당초 공언이 무색하게 뿔뿔이 흩어지는 모양새다.
 
이렇듯 중재파마저 분열된 채 국민의당이 갈라지면서 통합 찬반 세력 간 ‘마이 웨이’ 행보 역시 점차 속도를 올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첫 일전이 될 지방선거를 4개월여 앞둔 가운데 통합 찬반파 중 결국 어느 쪽이 성공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거취 표명’ 기자회견도 취소…분열된 중재파
 
계속된 내홍의 영향인지 지금껏 분당을 막기 위해 총력을 쏟아왔던 중재파조차 안철수 대표의 ‘전대 후 사퇴’ 카드로 공을 넘겨받게 되면서 어느 쪽으로든 거취를 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린 이후 당초 밝혔던 바와 달리 끝내 분열되기에 이르렀다.
 
2일 국민의당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창당 2주년 기념식은 이런 중재파 상황을 분명하게 보여준 하나의 장이 되었는데, 통합 반대파인 민주평화당 측 의원들은 불참한 이 행사에 그동안 중재파 회동을 가져왔었던 5인방 중 박주선 국회 부의장과 주승용 의원은 모습을 드러내 이미 입장이 정리됐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줄곧 안 대표에게 격한 발언을 쏟아내며 각을 세운 듯했던 박 부의장은 이날 행사에선 도리어 통합 반대파 측을 겨냥 “당내 싸움 한번 못하면서 별별 핑계를 대고 호남을 찾아간 분들”이라며 “국민의 뇌리와 호남에서 발붙이기 어려운 정당”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박 부의장은 “저는 국민의당에 계속 남아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며 “매듭이 완전히 지어지면 우리 당은 대나무처럼 쭉쭉 뻗어나갈 것”이라고 잔류 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박 부의장은 잔류 명분인지 “떠나시는 분들은 ‘보수대야합을 이루기 위한 바른정당과의 통합’이라고 비난하지만 제 목숨을 걸고 보수야합이란 단어가 떠돌아다니지 않게 하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아예 바른정당에 대해선 “개과천선도 했고, 개혁적 보수란 분들이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세력이란 것을 평가해야 한다”고 극찬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다만 그는 “통합이 대의에는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런 방법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는지는 자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발언한 데 이어 반대파와의 재결합도 염두에 뒀는지 “한순간 판단이 미흡해 떠나갔지만 그분들이 다시 큰 정당으로 돌아오는 길을 마련해주는 용서와 아량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여 향후 민평당 측이 돌아올 여지가 생길 수 있게끔 잔류를 택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박 부의장의 합류 표명에 이어 평소 통합파 측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지만 안 대표의 ‘통합 후 사퇴’란 역제안을 받은 뒤엔 ‘중재파가 합류하면 사퇴하고 안 하면 안 한다는 식으로 들려 대단히 불쾌하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던 주승용 의원도 “나가서 지역정당 역할을 하기보다 여기에 있으면서 국민의당이 진정한 중도개혁정당으로 역할 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는 것이 훨씬 값어치 있다고 생각하고 결단을 내렸다”면서 통합신당과 함께 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탈당할 용기를 가지고 우리 정당을 제대로 해나간다면 국민의당을 중도개혁정당, 얼마든지 국민의 신뢰를 받는 정당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다”며 “비록 숫자는 줄어들었지만 1인 2역을 하게 되면 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신당에 적극 협력할 의지까지 드러냈다.
 
이들과 달리 지역구 당원들이 상경까지 하면서 통합신당 합류를 격하게 반대해 창당 2주년 기념식에도 불참한 채 또 다른 중재파 의원인 이용호 정책위의장과 긴급회의를 갖고 거취를 고심하던 김동철 원내대표도 결국 같은 날 오후 기자들에게 “어제도 차선이라고 얘기했었다. 당연히 통합신당으로 간다”고 결과를 전해 중재파 의원 중 3명이 통합신당 측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당초 중재파 중 주승용 의원이 지난달 31일 “서너명씩 나뉘어 행동하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한 목소리를 내는 데 합의했다”며 이찬열, 김성식 의원까지 포함해 최대 9명의 중재파가 공동으로 거취를 정하겠단 입장을 밝혔었던 만큼 결국 9명은 고사하고 5인방 중 3명만 함께 한 이번 결과를 보면 소위 중재파 내에서조차 그동안 각자 동상이몽하고 있었다는 반증이기에 애당초 당 봉합 노력 역시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거취 고심’ 중재파 포섭 나선 민주평화당
 
▲ 1일 중재파 의원들과의 거취를 논의하다가 중도 퇴장했던 황주홍 의원은 결국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의원과 달리 민주평화당행을 택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처럼 잔류에 뜻을 굳힌 의원들도 있는 반면 통합 반대파 쪽으로 기울거나 여전히 거취를 고심 중인 의원들도 남아 있는데,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기 위해선 당장 한 석이 아쉬운 민평당 측에선 이들에 대해 우선적으로 포섭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난달 30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나온 박지원 의원이 중재파를 향해 “우리와 훨씬 가깝다”며 “(민평당에) 들어와서 당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맡고, 지방선거 때) 시장, 지사 다 나가라”고 적극 러브콜을 보낸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의원은 하루 뒤인 1일엔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중진 의원 2, 3명이 아직도 안철수 합당에 찬성을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자신의 생각보다 지역 민심이 중요한데, 지금 호남에선 안철수 안 된다는 사람이 10명 중 8,9명”이라며 “결국 시간문제지만 민평당에서 함께 할 것”이라고 지속적으로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런 간절함이 결실을 맺었는지 정동영 의원은 1일 오후 전북CBS라디오 ‘생방송 사람과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용호 의원과 황주홍 의원은 입장이 뚜렷한 것 같다”며 두 의원의 합류 가능성을 내비쳤고, 실제로 황 의원은 같은 날 저녁 입장문을 통해 “저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섰고 민평당을 선택하려 한다”며 민평당 합류를 공식화했다.
 
이에 크게 고무된 민평당에선 2일 창당준비위원회 중앙운영위원회의에 황 의원이 등장하자 모든 소속 의원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크게 환대한 데 이어 조배숙 창준위원장은 “민평당 승선 뉴스는 계속될 것”이라고 한껏 기대를 드러냈다.
 
뒤이어 대변인을 맡고 있던 최경환 의원도 “매직넘버가 확보돼 국회의 의사결정권이 민평당으로 넘어오고 있다”며 “자신감을 가지자”고 분위기를 띄웠는데, 비례대표 2명을 포함해 현역 의원 16명이 창당 발기인으로 첫 발을 뗐던 민평당에선 이번 황 의원의 합류로 20석이 기준인 원내교섭단체에 한발 짝 더 다가서게 됐다.
 
◆ 민평당, 원내교섭단체 구성 가능성 있나
▲ 이용호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은 민평당 측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아직도 거취를 고심하고 있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인 이용호 의원도 1일 TBS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통합신당에 합류하기 어렵다. 지역구 의원으로서 지역민심을 거스를 수 없는 그런 상태”라며 “황주홍 의원님은 저하고 비슷하다. 민평당 쪽이 가깝다”고 밝혀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 여전히 거취를 고심 중인 송기석, 손금주 의원 등 몇몇 인사들까지 포섭하게 된다면 민평당이 ‘턱걸이’로 교섭단체를 구성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송 의원은 일단 현재 안 대표의 비서실장이다 보니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은 박선숙·김성식 의원 등도 아직 안철수계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용호 의원마저 민평당의 장래성에 대해 “제가 가서 원내교섭단체가 되면 뭐 오늘이라도 바로 가겠는데 원내교섭단체가 지금 불가능한 상태”라며 “지방선거까지 갈지 모르겠다. 민주당하고 경쟁해서 인물경쟁이나 그 외 또 선거 결과에서 이길 수 있을까, 저는 그렇게 아주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회의적 시각도 드러내 민평당이 무작정 낙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이 의원은 더불어민주당도 하나의 행선지로 고려하는 듯한 속내를 내비쳤는데 “지금은 높은 지지도 갖고 밀어붙이고 있지만 (지지율) 떨어지는 추세에 있고 그런 정도에서 120석 가지고 국정운영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에 정계개편 수요가 있다”며 “어떤 형태의 정계개편이 이뤄지느냐에 따라 제가 소신을 펼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당을 선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의원의 합류가 이뤄진다면 이상돈 의원 등 통합 반대파 측 비례대표 3명을 포함해 19명의 의석을 이루게 돼 민평당 측에선 나쁘지 않은 출발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데, 일단 안 대표 측에서 비례대표 3명을 출당시킬 의사가 없는 만큼 이보다 줄어들게 되면 6석인 정의당에 공동교섭단체 구성을 제의할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박주선, 주승용, 김동철 등 중재파 호남 중진의 합류로 선방은 한 통합신당은 이날 미래당으로 새 당명을 만장일치 확정하고, 30석이 넘는 원내3당을 출범시키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온갖 내홍 끝에 당초 39석이던 국민의당보다 줄어든 규모로 출발하는 만큼 이전보다 비장한 각오로 임하고 있어 여러 경쟁정당들을 누르고 목표한 제1야당이 될 수 있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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