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논란 판촉사원 직고용으로 돌파구 모색
수십명 죽은 가습기 살균제 사태엔 사과 한마디 없어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이 지난 12일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자며 대도약해야 할 원년”이라고 선포하고 있는 모습. ⓒ애경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애경그룹은 올해 사옥 이전과 상반기로 예정된 애경산업의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도약을 꿈꾼다. 그 중심에는 애경그룹 채형석 부회장이 진두지휘 하며 생활용품 백화점, 화학, 부동산 등 시너지를 극대화해 실적 향상을 이끌 방침이다. 하지만 사옥 이전에 따른 파생되는 문제 외에도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불법파견 논란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지난 12일 신년 임원 워크숍에서 “낡은 것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자며 대도약해야 할 원년”이라고 선포했다.

애경그룹이 대도약하기 위해선 채 부회장 말처럼 낡은 것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애경그룹은 그동안 납품업체 비용 전가, 판매직원 부당 파견 등 불공정행위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또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고와 관련해 아무런 사과조차 없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 지탄의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언급된 내용들은 애경그룹이 대도약을 위해서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이 가운데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은 난제로 꼽히고 있다.
 
◆불법파견 논란 직고용 돌파구 모색…애경산업 상장
일단 애경그룹은 불법파견 논란에 대해선 대형마트, 백화점 등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판촉사원 약 700명을 연내 직접 고용하는 것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다.
▲ 애경 신사옥 조감도.ⓒ애경그룹

이는 도급 형태로 판촉사원을 운영하는데 하도급 업체 소속 판촉사원에게 업무 지시를 한 것은 물론 인사에도 관여했다는 의혹 지적이 제기되자 고용 형태 전환을 통해 파견법 위반 소지를 모면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2015년 애경그룹 계열사 AK플라자에 조사 인력을 파견해 납품업체 비용 전가, 판매직원 부당 파견 등 불공정행위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바 있다.

애경그룹은 지난 15일 사옥 이전을 포함한 1,300여명의 신규채용과 4,600억원대의 투자를 계획했다. 이에 발맞춰 계열사인 애경산업은 이날 판촉사원을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를 설립해 고용하는 방안 추진 검토에 들어갔다.

애경산업은 기업공개를 통해 상반기 안에 유가증권시장에 이름을 올린다는 계획인데, 한국거래소가 지난 30일 예비심사를 통과했다고 밝힘에 따라 이르면 3월안에 이름을 올릴 것이란 전망이다.

불법파견 논란이 사회적 이슈다 보니 상장에 앞서 이 문제 해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상장예비심사 기준에는 해당사항이 아니지만 상장 이후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다. 일단 애경산업은 “비정규직 제로 시대라는 사회적 흐름에 맞춰 지난해부터 TF를 만들어 관련 방안을 논의해 왔다”며 선을 그었다.

애경산업은 2016년부터 상장 검토를 시작했다. 애경산업은 그룹의 모태로 상징성 있는 회사다. 그런데 아직까지 상장을 하지 않은 점에서 상징성을 대표하지 못했다. 현재 상장 기업으론 애경유화, AK홀딩스, 제주항공 3곳뿐이다. 상장을 하면 가장 실적이 좋은 제주항공과 함께 그룹의 얼굴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채 부회장은 고 채몽인 선대회장의 장남으로 지난 2006년부터 총괄부회장에 오른 뒤 사실상 총수 역할을 수행중이다. 차남이 이끌고 있는 애경산업이 상장하게 되면 오너 일가가의 지배력은 더욱 공고해 지고 AK홀딩스 지주사를 기반으로 한 채 부회장이 입지 또한 확고해진다. 투자업계서는 애경산업 상장을 통한 시장의 흥행이 이어질 경우 시가총액이 최대 1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대통령까지 사과했는데…사과 한 마디 없는 애경
총수 역학을 하고 있는 채 부회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가습기 살균제 사태 해결을 어떻게 풀지도 주목된다. 현재로선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대해선 사과하겠다는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 지난해 11월13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대책 촉구 기자회견에서 가족들이 '가습기살균제참사 사망자 1275명' 이라고 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뉴시스

애경은 1997~1999년 3년간 파란하늘맑은가습기 7만5천개를 판매했고, 2002~2011년 10년간 가습기메이트 165만개를 제조 판매해 왔다. 옥시에 이은 판매량 2위다. 또 이플러스라는 이름의 이마트 가습기살균제PB상품을 35만4천개를 공급했다.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에 따르면 애경의 가습기메이트를 사용한 후 병원치료를 받아야 했던 피해자만 10만9500명에서 18만2500명으로 추산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폐손상을 중심으로 2,196명을 판정했는데 이중 609명이 애경 제품을 사용했고 이 가운데 117명은 애경제품만을 단독으로 사용했고 사망자는 15명에 달한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습기메이트 구매, 사용피해자 신고센터를 개설 △애경에서 판매한 모든 가습기살균제의 판매이력을 구매자에게 공지 △사과와 책임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애경은 시민단체의 요구에 일절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피해자들로부터 2016년 안용찬 애경그룹 부회장(전 애경산업 대표이사) 등 전·현직 임원들이 고발을 당한데 이어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습기살균제’ 사태 재조사 방침을 밝혔다, 공정위는 지난 9월 재조사에 착수, 그 과정에서 최소 2013년까지 해당 제품이 판매됐다는 매출기록을 발견해 공소시효가 만료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공정위 전원회의를 열고 애경의 반박을 들은 뒤 법 위반 여부, 과징금 규모, 검찰 고발여부 등 최종 제재안을 결정한다.

공소시효 만료가 올해 말까지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가 폭발력 있는 사안인 만큼 애경 입장에선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이 책임을 묻는 목소리가 높고,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 국가도 함께 책임을 지겠다고 밝히고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 정부를 대표해 사과까지 한 마당에서 언제까지 늑장으로 일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채 부회장이 언급한 올해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기 위해 “낡은 것들을 과감히 버리자” 메시지에서 보듯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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