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과 중재파 의식…당장의 강행 돌파보다 ‘후폭풍’ 최소화 고려한 듯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예정됐던 당무위원회 소집을 번복하며 잠정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예정됐던 당무위원회 소집을 번복하며 잠정 연기하기로 전격 결정해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안 대표의 이 같은 결정이 징계 가능성 자체를 완전히 철회한 게 아니라 잠시 연기했다는 점에서 국민의당 분당 사태를 앞두고 후폭풍은 최소화하면서도 통합 반대파를 한층 압박·견제하기 조치란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통합 찬반 진영 중 최후에 어느 쪽이 웃게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安, ‘중재파 동향’ 변수에 통합 반대파 측에 공 넘겨
 
반대파와 분명하게 선을 그은 안 대표가 이제 와서 굳이 자신의 입장을 번복하는 듯한 모양새까지 취하며 당무위 소집을 연기한 데에는 우선 중립파 의원들의 동향이나 지방선거를 비롯한 복합적 요소가 작용했을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미 통합파와 통합 반대파가 각자 창당 준비에 들어간 상황에서 양측이 지리한 내홍을 확실하게 결판 낼 수 있는 전환점은 사실상 중립파 의원 포섭 여부가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 일단 통합 반대파 측의 경우 중립파 의원들을 끌어들이게 되면 원내교섭단체 충족 가능성이 높아져 6월 지방선거에서 안 대표의 통합신당 측과 호남을 놓고 일전을 벌일 여지가 생기게 되기 때문이다.
 
또 통합 반대파 측 비례대표 의원 3명을 제명시키는 데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안 대표로 인해 일각에서 나온 통합 반대파와 정의당 간 공동교섭단체 구성 가능성 역시 23일 YTN라디오에 출연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전혀 생각한 바 없다”며 “각 당이 자신들의 정치 노선이나 철학을 국민들에게 내보이고 평가받은 거고 당을 만들거나 조직을 구성한다는 건 그런 데 기초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런 (교섭단체) 혜택 얻기 위해 더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해 중립파 포섭 외엔 달리 당세 확대할 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물론 통합파 측에서도 당의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의 민심을 호남 중진이 대다수인 통합 반대파 신당 측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데다 바른정당과의 통합 작업도 아직 매듭지어지지 않아 지방선거 준비도 급해진 상황에서 소속 의원들 중 호남 출신 다선 중진 의원들이 적어 호남에 내보낼 지방선거 후보군도 구하기 쉽지 않은 만큼 아직 입장이 분명치 않은 중립파 의원들의 존재를 무겁게 느끼고 있다.
 
이들이 통합파 측과 손을 잡을 경우 통합 반대파로선 원내교섭단체 구성이 어려워지기에 창당을 해도 영향력과 존재감이 크게 위축되는 게 불가피한 것은 물론 호남을 중심으로 벌어질 통합파와의 지방선거 대결에서도 원내교섭단체 자격이 없는 정당으로서 불리해질 가능성이 커 통합파에게 있어서도 ‘통합 반대파 신당’과 ‘지방선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핵심 열쇠가 중립파 의원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몸값이 높아진 중립파 의원들의 행보에 자연히 이목이 쏠리면서 안 대표도 자신이 통합 반대파에 대해 ‘비상징계’ 권한까지 발동해 몰아붙이는 모습이 자칫 주요변수가 될 중립파 의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중립파 의원들을 놓고 벌이는 양측의 물밑 경쟁 역시 이미 시작된 모양새인데 당 봉합을 강조해오던 박주선 국회 부의장은 이미 통합 반대파 측에 몸을 담았고, 전남 지사 출마가 유력한 주승용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신당 측에 합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어 나머지 김동철 원내대표와 손금주, 황주홍 의원 등을 놓고도 앞으로 한층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통합 반대파지만 개혁신당 창당 대열엔 최근에야 합류 의사를 공식적으로 표명했던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조차 23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창당에 이르게 되면 현재 중도파나 중재파 입장 와 있는 여덟 분에서 열 분 정도 중 마음을 결정하셔서 저희 개혁신당에 참여하실 분은 여러 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하며 여론전에 들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통합파 측에서도 중재파 의원들을 의식한 듯한 발언이 나오고 있는데, 뉴시스에 따르면 한 통합파 의원은 안 대표가 당무위를 연기한 이유와 관련 “중재파 의원들은 마지막까지 한 명이라도 더 데려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지금 꼭 징계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이런 의견을 안 대표가 수용한 것 같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선지 안 대표는 23일 당무위 대신 가진 오후 기자간담회를 통해 “창당을 하면 당적을 정리하는 게 합당하다. 외부에 새로운 당을 창당한다고 하고 당적을 유지하는 행위는 정당 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일단 통합 반대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도록 공을 넘겼는데, 바른정당과의 통합 일정도 감안했는지 우선 이번 주말까지 입장을 정리하라고 최후통첩을 전했다.
 
◆ 사당화 시선 부담과 바른정당 측 권고도 고려한 듯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광주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월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까진 내부 사정에 대해 저는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게 도리”라면서도 “내부 문제는 정말 민주적이고 국민들이 보기에 성숙된, 원만한 방법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안 대표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된 데 대해선 단지 의석수나 지방선거 등 정략적 측면만 고려한 건 아닐 것이란 시각도 일부 있는데, 그동안 통합 반대파를 적극 설득하려는 시도보다 통합 추진 행보에 보다 방점을 두고 움직여야 왔기에 그간 ‘절차’를 무시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이런 비판을 완화시키기 위해 이번에 통합 반대파 측에 시간을 주는 결정을 내린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안 대표 스스로 기득권 거대 양당과의 차별성 있는 정치를 펼치겠다고 공언해왔던 만큼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있어서도 명분과 정당성이 분명히 확보돼야 할 필요가 있어 양당 통합을 앞두고 반대파의 ‘안철수 사당화’ 주장을 무력화시켜야 한다는 고민도 없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당무위 연기 발표 직전만 해도 통합 반대파 수장격으로 통합파 측으로부터 정계 은퇴 요구까지 받았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가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밤 모처에서 김관영 사무총장, 이태규, 최명길, 오세정, 김중로, 김수민 의원 등이 모여 오늘 당무위에서 징계대상을 사전에 논의했다는 제보”라며 “무슨 자격으로 이 회의에 참석했고 징계 대상을 논의했느냐. 이게 바로 안철수 1인 독재, 사당화의 증거”라고 주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대변인을 맡고 있는 같은 당 최경환 의원까지 이날 당무위 개최 연기 발표가 나온 이후에도 “안 대표가 회의를 열라면 열고, 합당하라고 하면 합당 절차에 들어간다”며 “우리 당의 기구들이 거수기가 되고 있는 게 참 안타깝다. 안철수 사당화의 극치”라고 공세수위를 높였다.
 
심지어 안 대표의 통합 파트너인 유승민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 측에서도 국민의당 내홍이 정면충돌 양상으로 흐르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줄곧 내비쳐 왔는데,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3일 광주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월 4일 국민의당 전당대회까진 내부 사정에 대해 저는 말을 최대한 아끼는 게 도리”라면서도 “내부 문제는 정말 민주적이고 국민들이 보기에 성숙된, 원만한 방법으로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측 비례대표 의원들에 대해서도 안 대표와 달리 출당이나 제명을 해 ‘합의이혼’할 수 있게끔 길을 터줘야 한다는 의견을 유 대표가 내놨던 만큼 이런 목소리와 더불어 이번 발언 역시 안 대표에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통합 반대파인 김경진 개혁신당 창당기획단장이 23일 기자간담회에서 이처럼 유 대표와 안 대표 간 견해차가 있는 비례대표 거취 정리 부분 등을 꼬집어 “속이 그렇게 밴댕이 같아서 무슨 당 대표를 하나. 제발 유 대표 반이라도 닮아라”라며 “꼭 정당보조금을 챙기기 위해 자신의 뜻과 (일치) 안 되는 사람들을 인질로 이 당에 몇 명 잡고 있어야 하나”라고 안 대표를 비난하고 있고, 뒤늦게 입장을 번복하기엔 ‘유승민 아바타’냐는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기에 안 대표로선 무턱대고 바른정당 입장을 수용하기도 난처할 것으로 보인다.
 
◆ 최후통첩 줬어도 국면 전환 어려워…분당 가속화 전망
 
▲ [시사포커스 / 유우상 기자]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과 '합당강행 저지와 개혁신당 준비 국민의당 전국여성위 소속 21인회'는 2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국민의 당을 선택한 유권자를 배신하는 것이다. 우리는 합당을 저지하고 합당 강행의경우 개혁신당 창당에 나설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그런 면에서 안 대표가 고심 끝에 이날 내놓은 방안이 바로 ‘갈라치기’ 전략인데, 박지원·천정배·정동영 등 통합 반대파의 수장격 인사들에 대해선 ‘구태 정치’ 프레임을 걸어 분명히 선을 긋는 반면 반대파 내 일부 온건파 의원들에 대해선 거취를 정리할 여지를 줘 회유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안 대표는 이날 이른바 ‘최후통첩’ 기자간담회에서 박지원 전 대표를 겨냥해선 “지금의 통합을 방해하고 당을 비난하는 행위가 얼마나 당원과 국민을 기만하는지 자각해야 한다”면서도 이밖에 다른 이들을 향해선 “신당을 추진하는 사람들께 거듭 호소한다. 해당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전당대회에 협조해 달라”고 촉구하는 식으로 분리 대응에 나섰다.
 
문제는 시한을 촉박하게 이번 주말까지라고 못을 박았다는 점에서 당초 ‘거취 결정권을 줬다’는 명분만 쌓고자 진정성 없이 제안한 게 아니냐는 의심 어린 시선도 적지 않다는 건데, 이 경우 도리어 한층 반감만 사면서 역풍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간파했는지 통합 반대파인 창당추진위원회 측에선 이날 오후 논평을 통해 “주말 시한 엄포에 실소를 금할 수 없다”며 개의치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고, 천정배 전 대표는 아예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대표는 아마 징계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과연 안 대표의 최후통첩에 얼마나 회유될 이들이 나올 것인지 벌써부터 내주 나올 결과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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