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반대파도 ‘홀로 서기’ 준비…통합 역시 변수 산적해 순탄할지 의문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통합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아직 양당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조차 개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8일 사실상 통합을 공식 선언함에 따라 정치권에선 어떤 여파가 미쳐올 것인지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두 대표는 양당 통합을 상징하는 첫 공동 행보로 19일 오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청년이 미래다’ 토크 콘서트에 함께 참석해 청년층과 소통하며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노력했는데, 이 같은 시도가 지지율이 저조한 현 상황을 뒤집을 국면 전환의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전대 전 통합선언으로 ‘기정사실화’…‘정면 돌파’ 카드 효과 낼까

안 대표와 유 대표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오늘의 한국정치는 낡고 부패한 기득권 보수. 무책임하고 위험한 진보가 양 극단을 독점하면서 진영 논리에 빠져 있다. 이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건전한 개혁보수와 합리적 중도의 힘을 합쳐 우리 정치의 혁신을 바라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자 한다”며 가칭 ‘통합개혁신당’ 창당 의사를 공식화했다.
 
정체성 문제 등으로 양당 통합에 있어 내홍까지 겪었던 이들 두 대표는 이날 회견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차이점들이 지나치게 부각되고 있다”며 양측 간 크게 다를 부분이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특히 유승민 대표는 이날 회견을 가지게 된 이유와 관련,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의지와 통합신당을 만들어서 어떤 정치할 것인지 분명히 말씀드리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 저희 바른정당도 국민의당도 아직 통합 진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저와 안 대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통합개혁신당을 만들어서 반드시 국민지지를 받는 개혁보수+합리적 중도정당을 만들고 싶다”고 어느 때보다 양당 통합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과 관련한 논평 등에 있어 양당 간 온도차가 있는 부분을 비롯해 여전히 차이를 보이는 사안들과 관련한 질문들이 나오자 유 대표는 “우리 통합개혁신당이든 어느 당이든 구성원들 생각이 100% 똑같다고 할 수 없고, 중요한 건 같은 것을 추구하냐는 점”이라고 역설했고, 안 대표도 “차이점이 있다면 여러 많은 공통점도 있다.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열심히 토론하고 노력하는 게 발전하는 정당의 모습”이라고 봉합하면서 일단 어떤 사안보다도 ‘통합’ 자체에 무게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 뿐 아니라 두 당이 합해도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의 이탈로 이전보다 의석수가 줄어들어 ‘뺄셈 통합’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엔 유 대표가 “의석수란 게 국회 안에서 힘이고 세력임이 분명하고 부인할 생각 없다”면서도 “동시에 국민의 지지가 더 중요할 것이라 생각한다. 다음 선거에선 국민 지지에 따라서 의석이 다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렇듯 통합에 대한 굳은 의지를 보인 두 대표는 내친김에 공동 행보까지 하려는지 다음 날인 19일엔 가상화폐·최저임금·청년일자리 등 민생·경제나 4차 산업혁명을 주제로 청년들과 토크콘서트 하는 자리에 함께 나서서 서로 목도리도 매주고 한 목소리로 정부를 비판하기에 이르렀다.
 
그 중에서도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에 대해선 안 대표가 “정부가 잘못을 솔직히 고백하고 정상적으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자 곧바로 유 대표가 “속도 조절을 하지 않고 바로 올려버린 것이 잘못”이라고 동조하는 등 자연스럽게 합을 맞추기도 했는데, 이런 일방적 통합 행보에 부아가 치민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측은 비난을 퍼붓는 것은 물론 신당 창당 작업도 속도를 높이겠다고 맞불을 놨다.
 
◆ 통합 반대파도 창당 작업 가속화…중재파 역시 ‘결별’ 인정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국민의당 통합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소속 의원들이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의 통합 공동선언 발표와 관련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두 대표의 통합 선언이 있던 당일 기자회견 직전부터 “의총에 보고도 되지 않고, 설사 사전보고가 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사후 추인이 관례”라며 “불법이고 해당행위”라고 인정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던 통합 반대파의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18일 통합선언 직후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수구보수통합당이라고 당당하게 하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 통합 반대파인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 측에선 같은 날 최경환 의원을 통해 “무슨 근거로 오늘 합당을 선언하나. 오늘 선언으로 양당 내부에서 합당 반대 불길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며 “지금까지 당권파들의 행태, 당무위를 열고 당규를 개정하고 의총을 거부하는 행태를 볼 때 이미 신뢰는 무너졌다. 이제 결별할 때”라고 분당 추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이들은 그저 공갈이 아니라는 듯 하루 뒤인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체회의를 가진 가운데 정동영 의원이 “오늘부터 우리는 국민의당지키기운동본부를 탈피해 개혁신당 창당추진위원회로 간다고 말씀드린다”며 “다음 일요일인 28일 발기인 대회와 더불어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회가 뜬다. 그래서 우리는 창당 발기인 모집에 들어간다”고 실질적인 결별 과정에 돌입했음을 천명했다.
 
창당추진위원장인 조배숙 의원도 이제 분당 이후를 염두에 둔 듯 안 대표를 향해 “아름답고 깔끔하게 헤어지자. 국민의당 비례대표 전원을 출당하라고 제안한다”며 “다음 의원총회가 비례대표 의원들을 전원 출당시켜서 스스로 정치적 입장을 선택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심지어 대변인을 맡고 있는 최경환 의원은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전당대회 저지, 무산에 힘을 실어달라”면서도 창당 전 본격 ‘세 불리기’에 나서려는지 “전국에서 지방의원 또는 출마예정자 당원들의 탈당러시, 탈당 도미노 현상이 시작되고 있다. 창당 때까지는 이중당적도 법적으로 허용되니 개혁신당에 참여할 것을 요청드린다”고 적극 호소하기도 했다.
 
실제 최 의원의 주장대로 안 대표와 유 대표의 통합 선언이 나온 직후부터 벌써 국민의당의 존립 기반인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향후 각자 거취를 놓고 고심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는데, 국민의당 소속 9명의 광주시의원 중 상당수가 늦어도 2·4전당대회를 전후해 탈당을 강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25명의 국민의당 소속 광주지역 자치구 의원들도 통합파 측과 반대파 측 정당 중 어느 쪽을 택할지 정치 진로를 모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기류 때문인지 그동안 분당을 막기 위해 온 힘을 쏟아왔던 중재파인 김동철 원내대표조차 지난 18일 기자들과 만나 “의총을 열어 진솔하게 대화해보고, 헤어지더라도 손을 흔들면서 상대의 행복을 빌어주며 헤어져야 한다. 다음 주 정도엔 의총을 좀 열어야 되지 않을까 싶다”며 의원총회가 사실상 분당의 분수령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처럼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 보니 이제는 의총이 열리더라도 현역의원 자격을 유지하면서 탈당할 수 있는 ‘비례대표 출당’ 등의 현실적인 부분을 놓고 기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통합 반대파 측의 이 같은 요구에 안 대표는 18일 “비례대표 부분은 여러 차례 말씀 드렸고 그 부분은 변함없다”고 거부 의사를 고수한 데 이어 19일엔 아예 반대파의 창당 움직임을 꼬집어 “통합에 반대를 하면서 창당하겠다고 하는 것은 해당행위를 넘어 당을 와해시키는 행위”라고 도리어 역공을 퍼부었다.
 
◆ 국민·바른 통합, 대내외 변수 많아 ‘확정’ 예단키 어려워
 
문제는 국민의당이 분당되는 문제를 논하기 이전에 바른정당과의 통합 자체도 순탄히 이뤄질 수 있을지 여전히 확실치는 않다는 것인데, 통합 반대파가 점차 신당 창당 쪽에 무게를 두면서 갈라서는 모양새지만 앞서 이들이 전대 권역별 분산 개최, 대표당원 투표권 박탈 등을 문제 삼아 법원에 제기한 ‘전대 당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비록 이에 대해 통합파 측 김중로 전당대회준비위원장은 19일 기자간담회에서 “20여 곳으로 화면을 분할하는 것은 괜찮다는 선관위 유권 해석을 받았다”며 자신감을 표하고 있지만 전당대회 의장인 통합 반대파 측 이상돈 의원이 표결 진행을 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사이에 통합신당을 창당하기엔 세부적인 부분으로 들어가면 아직 정리되지 않은 부분도 적지 않다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는데, 지난달 이미 양당 통합 뒤 백의종군하겠다고 공언했던 안 대표와 달리 유 대표는 18일 통합선언 기자회견에서도 “저는 지금 백의종군 얘기할 생각 없다. 신당 리더십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긋는 등 당장 차기 지도부 문제에 있어서도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 [시사포커스 / 유우상 기자] 국민의당. 바른정당 통합추진 원외위원장연석회의(공동대표 권오을. 장성철)는 19일 오후 국회정론관 기자회견에서 "안철수.유승민 대표의 통합선언을 적극 지지하며, 낡은 기득권 구태정치 타파를 위해 적극 나서겠다"고 주장하였다. 장성철, 권오을 공동대표가 성명서를 발표하고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안 대표는 18일 기자들에게 “지금 해야 되는 일이 전당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치는 일”이라며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듯 답하면서도 “통합개혁신당이 출범할 때 양당에서 합의해 지도부를 뽑을 것”이라고 역설했는데, 다만 이 방안 역시 유 대표 측이 수용할지 여부는 별개의 문제인 만큼 장차 창당준비위원회를 통해 논의하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날 여지도 없지 않다.
 
한편 당 내부적 요소 외에도 외적 변수 역시 적지 않은데, 박인숙 의원의 탈당을 계기로 바른정당 내에서 탈당 사태가 재발되도록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에서 ‘흔들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정세균 국회의장의 임기가 지방선거 직전인 오는 5월까지다 보니 원내 다수당이 의장직을 맡는 관례상 박 의원의 복당으로 여당과 이제 불과 3석 차이밖에 나지 않고 있는 한국당 입장에선 개헌에 앞서 의장직을 탈환하고자 바른정당 탈당 의원들을 더 흡수하려 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밖에 분당이 일어날 경우 통합신당이 최대 40석에 이르렀던 국민의당 규모보다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거대 양당을 좌지우지하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도 어렵지 않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아 통합신당을 추진하는 양당 지도부에 적잖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이 같은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한국당까지 벌써 견제 심리가 발동했는지 두 당의 통합선언에 앞 다투어 혹평을 쏟아 붓고 있다는 점도 신당의 앞길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데, 안 대표와 유 대표가 과연 이런 변수들을 극복할 승부수를 띄울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