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공방이 진행될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도 부각되고 강화돼

▲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명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특히 노무현 정 대통령의 죽음과 관련한 ‘정치보복’을 언급한 것에 대해 반발이 컸고, 이후 여야도 가세해 입장 표명과 함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직접 거론하며 정치 보복 운운한 데 대해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마치 청와대가 정치 보복을 위해 검찰을 움직이는 것처럼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이는 우리 정부에 대한 모욕이며,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역임하신 분으로서 말해서는 안 될 사법질서에 대한 부정이고, 정치금도를 벗어나는 일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백브리핑 요약해 밝히며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에 대해 설명
박수현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있었던 백브리핑에 대한 요지도 정리해 SNS 등을 통해 자세히 입장을 밝혔다.
 
박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고 밝히며 “대통령의 ‘분노’를 이해하는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분노에 대해 “대통령의 분노가 어떻게 개인적인 것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적어도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를 맡고있는 책임감 때문에 그동안 많은 인내를 해왔지만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것이 국민통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정의롭지 않은 것에 인내하지 않는 것이 진짜 책임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가 검찰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하는데, 청와대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게 국민의 명령이고 적어도 우리는 그런 꼼수를 쓰지 않는다”며 “그래서 모욕스럽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박수현 대변인은 “어제 ‘노코멘트’라고 한 것은 청와대가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어제 수준에서는 어떤 말을 할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는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 추미에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나라를 생각하고 애국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라가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국가원수의 품위를 잃지 말고 당당하게 사법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자유한국당 또한 정쟁거리로 삼거나 물타기를 중단하고 만약 그런 행동을 계속 한다면 그것은 MB와 한 몸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사에 협조하고, 한국당은 옹호 마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문 대통령의 ‘분노’ 이후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일부 이를 두둔하는 야당 등에 대해 강하게 반박하며 입장을 나타냈다.
 
추미애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 ‘보수궤멸’ 등의 격한 표현으로 자신을 향해 좁혀 오는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며 “그러나 그것은 곧 억지주장이라는 것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오랫동안 자신의 분신으로 충직하게 일해 왔던 사람의 내부 고발이었다. 바깥의 정치보복이 아니라 내폭이었던 것”이라며 “더 이상 그 분신마저도 엄청난 불의, 비리, 악을 감출 수가 없고 더 이상 악의 편에 설수가 없다는 양심고백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추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조금이라도 나라를 생각하고 애국하는 마음이 있다면 나라가 정상 작동될 수 있도록 국가원수의 품위를 잃지 말고 당당하게 사법당국의 수사에 협조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면서 “자유한국당 또한 정쟁거리로 삼거나 물타기를 중단하고 만약 그런 행동을 계속 한다면 그것은 MB와 한 몸이라는 것을 자인하는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추 대표는 “터무니없는 말로 옹호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제도 분에 못 이겨 당 대표가 욕설을 선동했다”며 “국민에게 비전과 희망을 주는 것을 포기하고 욕설을 선동한다면 보수 스스로 자멸의 길을 선택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반성 없는 성명과 그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 물타기 시도에 분노를 금치 못하겠다”며 “이들의 의도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국정원 정치개입, 대선공작, 특활비 횡령 등 권력형 비리 사건, 민주주의 파괴 의혹 등 ‘범죄’의 실체가 드러나자, 이를 감추기 위해 소위 전 정권 대 현 정권, 보수와 진보 프레임 전환 시도에 불과하다”고 규정했다.
 
이어 “더구나 그 측근들은 ‘우리도 노무현 정부에 대해 아는 게 없겠느냐’, ‘우리도 지난 정권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라는 식의 협박성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이런 협박은 가당치않은 일이다. 협박을 통해서 범죄를 감추겠다는 것인가? 분명히 말하지만 지금 검찰 수사는 범죄 행위를 수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 원내대표는 “보수궤멸을 운운하는데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 보수인가? 보수는 원래 애국, 법치, 책임과 도덕적 가치를 존중하는 것이다. 보수를 더 이상 욕하지 마시라. 보수를 더 이상 욕 먹이지 마시라”며 “다시 한 번 경고한다. 협박과 정치 보복 술수로 이 국면을 빠져 나가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박남춘 최고위원은 “최근 수사는 이 전 대통령을 비리의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는 최측근의 자백과 정황에 따라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며 “검찰을 입 안의 혀처럼 놀렸던 자신의 집권시절 경험과 잣대로 문재인 정부의 법대로 하는 수사를 정치보복 운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전 대통령과 자유한국당은 더 이상 진실을 은폐하려 해서도, 이를 동조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가장 큰 죄는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것”이라며 “역사상 가장 비겁한 대통령으로 남지 않으려면 이제라도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지낸 분으로서 당당하게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야 한다”고 꼬집었다.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에 담긴 울분의 정서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분노는 적대를 부추기는 감정”이라며 “대통령은 최고의 통치권자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과 냉철을 잃지 말아야 한다. 통치권자가 냉정과 이성이 아닌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정치보복이고 그 순간이 바로 정치보복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 “통치권자가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정치보복이 되는 것”
자유한국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주장한 ‘정치보복’에 동조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18일 경기도당 신년인사회에서 “지금 정치보복의 중심에는 청와대 일개 비서관의 지휘 하에 검찰이 사냥개 노릇을 하는 것을 알만한 대한민국 국민은 다 안다”며서 “문재인 대통령의 그런 말은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말이 아니고, 과거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할 때 하는 말을 지금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댓글에 문재앙, 문죄인이라고 썼다고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고 고발한다고 한다”면서 “그러면 이명박 대통령 때 댓글에 자기들은 어떻게 썼는가. 쥐박이라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 때는 닭그네라고 했다”고 비판했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9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분노에 담긴 울분의 정서를 십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분노는 적대를 부추기는 감정”이라며 “대통령은 최고의 통치권자로서 어떠한 경우에도 냉정과 냉철을 잃지 말아야 한다. 통치권자가 냉정과 이성이 아닌 분노의 감정을 앞세운다면 그것이 바로 정치보복이고 그 순간이 바로 정치보복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범죄 행위가 있다면 원칙대로 수사하되 그것이 한풀이 수사가 돼서는 결코 안 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대통령이 이미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인내할 수 없다 이렇게 말하는 순간 이 수사는 이미 한풀이 보복수사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장제원 대변인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노’자만 나오면 그렇게까지 흥분하고 분노한다는 것 자체가 이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는 증거인 것”이라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자고나면 터져 나오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피의사실 유포로 모욕주기 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검찰부터 문책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의 전임 정부에 대한 격한 반응은 정책혼선으로 빚어진 민심 이반에 대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과거 측근들의 입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고 수사망이 좁혀오니까 정치술수로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이라며 “이런 상황에는 분노, 격노할 것이 아니라 더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엄정한 수사로 얻은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도 지적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국민·바른, ‘양비론’ 주장하며 중간 ‘스탠스’ 찾느라 오락가락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런 논란의 와중에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했다. 전날 이행자 대변인이 “문재인 대통령은 감정적으로 발끈해서는 안 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한 논평과는 다소 다른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안철수 대표는 1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입장발표가 아니었다. 구차한 변명이자 초점을 흐려 상황을 호도하려는 술수에 불과했다. 제기된 의혹들의 사실관계에 대해선 한 마디 말이 없고, 보수 궤멸, 정치 보복 등을 운운했다”며 “어떻게 전직 대통령께서 특정진영의 우두머리인양 말을 하는 것인지 어처구니없고 ‘전두환의 골목성명’을 30년 만에 다시 보는 느낌이었다”고 이 전 대통령을 겨눴다.

안 대표는 또 “과거 측근들의 입을 통해 진상이 드러나고 수사망이 좁혀오니까 정치술수로 빠져나가려는 몸부림이라는 것,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이런 상황에는 분노, 격노할 것이 아니라 더 차분하게 흔들림 없이 엄정한 수사로 얻은 확실한 증거를 들이대 법의 심판대에 세우고 유죄 판결을 받아낼 수 있는 역량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문 대통령에게도 지적했다.
 
이행자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감정적으로 발끈해서는 안 된다.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문 대통령은 권력기관의 적폐 청산과 사법 개혁을 말하면서 하명수사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문 대통령의 분노가 검찰 수사와 사법부 판단의 가이드라인이 되는 일은 더더욱 안 된다”고 비판해 민주당의 반발을 샀다.
 
바른정당 권성주 대변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 표명에 대해 분노를 표출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수사를 강화해라는 가이드라인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그래서 현직 대통령은 공과 사를 가리고 더욱 신중해야 한다. 이전의 잘못을 바로 잡겠다는 노력이 국민들에게 정치보복이라는 피로감으로 전해지지 않도록 중립성과 공정성을 철저히 지켜주기 바란다”고 또 다른 양비론을 펼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비판에 비중을 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수사망이 좁혀오자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끌어들이며, ‘정치보복’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하자, 하루 뒤 문재인 대통령은 ‘분노’를 표하며 상황은 마치 현 정권과 전전 정권에 대한 대결국면으로 보이게 됐다.
 
이런 와중에 한국당과 민주당은 ‘정치보복’에 대한 공방을 거세게 주고받고 있다. 양 당의 이런 대립은 격화되어 가고 있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은 그 사이에서 위치해야할 자신의 지점을 찾느라 어정쩡한 모습이다.
 
문제는 ‘정치보복’이라는 프레임이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하는가 여부인데, 정치적 공방이 진행될수록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 함께 부각되고 강화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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