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지분 분할매각 검토 시사 매각 절박함 드러내
호반건설, 지분 40% 인수 후 2~3년내 나머지 지분 인수 제안
대우건설 노조, 호반건설‧엘리언 두 곳 반대

▲ 대우건설 본입찰이 오는 19일 진행된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대우건설 본입찰(19일)을 하루 앞둔 가운데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통매각의 기존 입장에서 분할매각으로 선회해 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품에 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를 전망이다.
 
◆산은, 기존 입장 선회 지분매각 검토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산업은행에 분할매각 방식을 제안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호반건설의 제안은 대우건설 지분 50.7% 중 40% 가량만 먼저 인수한 후 경영하다 2~3년 내에 나머지 지분인 10.75%를 인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산은은 지난 17일 진행한 매각추진위원회(매각위)에서 분할매각 방안에 대해 “제안을 받을 경우 검토가 가능하다”였다.

산업은행이 그동안 대우건설 매각 방식을 놓고 시장에서 흘러나온 기존 분할매각에 대해 “분할 매각할 계획은 전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만큼 업계서는 산업은행의 검토 가능성 언급을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산업은행은 하루라도 빨리 대우건설을 팔기 원한다. 지난해 10월 매각 공고 당시 산업은행은 사모펀드(PEF) KDB밸류 6호를 결성해 보유하고 있는 보통주 2억1100만주(지분율 50.75%) 전체를 명시했다.

시장에선 당시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입찰 실패 시 지분 분할 매각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분할매각 방식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히면서 대우건설 통매각 의지를 고수했다. 그런데 입찰 흥행이 불발되면서 매각 불발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본입찰을 하루 앞둔 상황에서 입찰에 참여한 업체는 호반건설과 중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언홀딩스 2파전으로 압축됐다. 대우건설이 매각되려면 산업은행의 의지와 대우건설 노조 반대라는 산을 넘어야 한다. 산업은행이 지분 분할 매각 검토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매각 의지는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만큼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매각의 절박함이 읽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 산은은 지난 17일 진행한 매각추진위원회(매각위)에서 분할매각 방안에 대해 “제안을 받을 경우 검토가 가능하다”였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헐값 매각'에도 빨리 파는 게 유리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헐값매각이라는 비판을 무릅쓰고라도 매각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서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와 더불어 향후 국내 주택 건설 경기가 위축될 것이란 전망에 계속 갖고 있어봤자 기업 가치가 개선될 여지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한 것이란 분석이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지분을 인수한 이후 대우건설 주가는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우건설 지분의 50.75%를 인수할 당시 주가는 1만5000원 이다. 그런데 현재 대우건설 주가는 (18일 15:00 기준) 5720원으로 인수 당시 주가의 38% 선이다.

현 주가로 대우건설을 매각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1조5000억원 안팎이다. 이때 산업은행의 손실은 인수 당시 (투자비용 3조1000억원) 보다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산업은행은 매각가로 주당 7300~7500원선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 2조원대를 생각하고 있지만 시장 가치가 하락하면서 헐값 매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지분 50.7% 중 40% 가량만 먼저 인수한 후 경영하다 2~3년 내에 나머지 지분인 10.75%를 인수하겠다는 지분 분할 매각 방식을 산업은행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호반건설
 
◆여유 호반건설, 지분 분할매각 제안
산업은행이 매각 의지를 관철한다면 현재 최종 입찰 후보자인 호반건설과 중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언홀딩 중 한 곳이 인수하는데 두 곳 다 산업은행이 원하는 가격대를 써낼지는 낮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할 수 있을까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자금 마련이 쉽지 않아 지분 분할 매각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주가로 호반건설이 제안한 40%가량을 인수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뺀 인수가는 9655억원으로 추정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1조2000~1조3000억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은행이 분할매각을 하더라도 호반건설이 높은 인수가를 제시할 가능성은 낮다. 대우건설 주가가 7000원대로 오를 가능성이 낮고 입찰 후보자인 엘리언으로 매각하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산업은행의 처지로 봤을 때 적정선에서 인수가를 제시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무엇보다 호반건설이 분할 매각을 제안한 것은 인수의지가 있지만 인수 자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산업은행이 호반건설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다. 손실을 줄이는 게 급선무인 산업은행이 분할매각을 진행할 경우 인수가는 낮아지기 때문에 손실은 불가피하다.

엘리언의 경우엔 중국계 투자회사로 실체가 불분명하고 외국자본에 팔릴 경우 국부유출 및 기술 유출 이라는 비난에 시달릴 수 있다. 앞서 산업은행은 금호타이어 매각과 관련 중국계 더블스타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지만 국부 유출 및 기술 유출 논란이 더해지며 결국 무산됐다. 때문에 산업은행이 금호타이어로 홍역을 앓은 기억에 쉽사리 본입찰에서 엘리언을 선정하는데 부담이 갈 수밖에 없다.
 
◆대우건설 노조, 매각 반대 원점에서 재검토 촉구 산은 '압박'
산업은행이 본입찰을 통해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노조라는 큰 산을 넘을지도 불투명하다. 대우건설 노조는 17일 성명을 발표하고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밀실 특혜 매각을 반대하는 입장을 냈다. 노조는 지분 분할 매각에 반대할 뿐만 아니라 중국계 업체에 대한 신뢰할 수 없다며 두 인수 후보 2곳에 반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만약 이들이 대우건설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전된다면 이들의 인수를 절대적으로 저지할 것이라며 대우건설 매각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호반건설에 대해 매각 반대 이유로 거론하는 것은 지분 분할 매각과 경영능력 의심, 브랜드 인지도, 임직원 이직률이 높다는 점을 들었다.

중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언에 대해선 국내 건설환경에 대한 이해도가 전무하고, 중국계 자본에 의한 기술유출과 먹튀 가능성 때문에 반대 입장을 고수 중이다.

노조가 격렬하게 저항할 경우 산업은행의 대우건설 매각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또 인수 후보자들이 인수가를 낮게 써낼 경우 매각 중단 카드 가능성도 흘러나오고 있다.

산업은행 뜻대로 대우건설 매각이 성사될지 현 상황이 우호적이 않아 쉽사리 입장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투자금 회수 목적에서 원하는 인수가를 희망하지만 현 상황이 산업은행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고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더라도 노조의 극렬한 반대 저항을 뚫을 수 있을지 여부에 낙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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