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일방적 발표에 野 반감…인사권 문제 언급 없어 내용 놓고도 지적 쏟아져

▲ 청와대가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전격 발표했는데, 이를 놓고 벌써부터 정치권이 크게 들끓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청와대가 지난 14일 조국 민정수석을 통해 국정원과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방안을 전격 발표했는데, 이를 놓고 벌써부터 정치권이 크게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은 권력기관 개혁안 내용도 문제가 있지만 일단 개혁 주체는 국회가 되어야 하는데, 청와대가 사법개혁을 주도하려 든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어 이번에 발표된 개혁안이 국회 문턱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 개혁안 핵심은 검·경수사권 조정,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 공수처 신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발표한 ‘문재인 정부 권력기관 개혁방안’은 ‘과거 적폐의 철저한 단절·청산’, ‘촛불시민혁명의 정신에 따라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으로 전환’, ‘상호 견제와 균형에 따라 권력남용 통제’란 3가지 기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 대체로 기존 국정원과 검찰에 집중됐던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 몇몇 권한을 경찰로 이관하면서도 경찰이 비대해지는 것을 우려해 경찰에 대한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조직 역시 분리시킨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먼저 그동안 타 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아 내부적으로 불투명했던 국정원에 대해선 이전과 달리 감사원의 감사를 받도록 해 기관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내정치에 절대 개입할 수 없게끔 대공수사권은 경찰에 신설할 안보수사처로 이관시키며 대북, 해외 기능만 전담하는 전문정보기관(가칭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거듭나게 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구상이다.
 
다음으로 기소독점권부터 직접수사권한, 경찰 수사 지휘권, 형 집행권 등 방대한 권한을 갖고 있던 검찰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 수사·기소권은 독립기구인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해 여기로 이관시키는 것은 물론 공수처 신설 이전까진 경찰이 검사를 수사할 수 있게 하고 오직 경제, 금융 등 특수사건에 한해서만 검찰의 직접수사를 인정하며 일반사건에 대해선 경찰의 국가수사본부에 뒤이은 2차적·보충적 수사에 그치게 하는 등 이전보다 권한을 대폭 축소시킬 방침이다.
 
이 뿐 아니라 법무부 역시 탈검찰화를 위해 법무부 주요 보직에는 검사들을 배치하지 않음으로써 검찰권 악용을 막을 예정이며 검찰국과 기조실을 빼고는 외부 전문가에 모두 개방해나가겠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검찰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검찰과의 수사권 조정 및 국정원으로부터 대공수사권을 받아 크게 권한이 강화된 경찰에 대해서도 수사경찰(가칭 국가수사본부)과 행정경찰을 분리하고 시도지사 예하에 자치경찰제를 도입해 조직 비대화를 경계할 계획이며 경찰위원회를 실질화하는 방향으로 견제장치를 마련해나가겠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 청와대 측 개편안, 인사권 언급 없어 ‘속 빈 강정’?
 
물론 이 같은 개편안에 대해 벌써 여러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먼저 대공수사권만 경찰로 넘긴 채 대북, 해외정보를 수집하는 역할만 국정원이 맡게 될 경우 이전처럼 단일기관이 대북정보 수집과 대공수사를 연계할 수 없다 보니 국정원과 경찰이란 별개 기관 간 상호 혼선만 초래되고 수사속도가 떨어지게 될 가능성이나 국정원에서 수집한 정보가 수사권을 가진 경찰로 제공되는 과정에서 유출될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또 사법통제를 강화하지 않으면서 경찰의 수사권한만 강화시키면 과도한 권한이 집중된 경찰을 현실적으로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청와대도 이를 고려해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시키겠다고는 했지만 결국 이들의 인사권을 모두 경찰청장이 행사하게 해놨기에 조직 분리는 사실상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특히 야권에선 최근 영화 <1987>을 보고 눈물을 흘렸던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도리어 당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을 일으켰던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다시 돌려주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는데, 자유한국당의 김용태 혁신위원장도 15일 “경찰에 대공수사권을 주는 건 1987년 남영동 대공분실을 만들자는 얘기 말고는 아무 것도 안 된다”고 청와대 개혁안 내용에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김 위원장은 수사권한이 어느 기관에 있느냐보다 이 기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정치권력이 갖고 있는 이상 과거처럼 수사 개입 가능성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는데, “청와대의 인사개입 방지책을 만들지 않으면 경찰의 권력 남용이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이번 개편안에 정작 권력기관 개편의 핵심인 인사권에 관한 문제가 거의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법사위원장인 같은 당 권성동 의원도 “권력 기관의 핵심은 최고권력으로부터 검·경·국정원을 정치적으로 독립시켜 수사의 독립성을 확보하는데 있다”며 “국회에서 사법개혁 논의를 하기에 앞서 대통령이 먼저 검찰 인사권을 내려놔라”라고 한 목소리로 압박했다.
 
◆ 靑 ‘권력기관 개편안’ 일방적 발표에 野 ‘격한 반발’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국회 본청 제3회의장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홍문표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일단 높은 국정수행 지지율에 기대어 민정수석을 통해 일방적으로 자체 구상을 발표하고 그 결정은 국회에 공을 넘기는 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데, 이런 태도에 대해 야권은 예외 없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그 중에서도 법사위에서 공수처 관련 논의조차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에선 김성태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가 사법개혁특위를 통해 여야 간 논의를 시작하는 마당인데 문 대통령의 심복이 권력기관 구조개편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법개혁이든 개헌이든 ‘여러분의 의견을 종합해’ 내 맘대로 결정한다는 이 태도는 어디서 나온 건지 묻고 싶다”고 청와대의 일방적 태도에 반감을 표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검사 출신 인사들은 보다 격앙된 반응을 내놓기도 했는데, 김진태 의원은 “이 정도로 항의해선 안 된다, (개헌특위, 사법개혁특위) 양대 특위를 아예 보이콧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홍준표 대표조차 하루 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부메랑이 되어 뒤집어지기 전에 그만하라”고 문 정부에 강력 경고했다.
 
비단 한국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서도 청와대의 이런 접근법에 대해 똑같이 부정적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회 사개특위가 만들어져서 여야 3당 모두가 당리당략을 버리고 오직 국가와 민족, 미래를 위해 이 문제에 접근하기로 지난 금요일 결의한 마당에 청와대가 이렇게 뒷북을 치면서 국정을 주도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누가 봐도 바람직하지 않다”며 “대한민국은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대화와 소통, 양보와 타협을 통해 국정을 이끌어가는 자유민주주의국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아울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이날 최고위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청와대의 일방적 안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법개혁 주체는 청와대가 아니라 국회”라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 만큼 거기서 모든 당 간의 논쟁이 있어야 하고 거를 통해 결론 내야 한다”고 청와대 안 수용 가능성을 단호히 일축했다.
 
심지어 바른정당과의 통합 문제로 지도부와 대립하고 있는 통합 반대파 측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까지도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대공수사 문제를 경찰로 완전히 넘겼을 때 과연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는 그런 실력을 갖고 있는가 걱정”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국회선진화법에 의거해 국회는 과반수 결정이 아니라 2/3로 결정되기 때문에 어떤 당도 180석의 영향력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개혁이 잘 이뤄질까 하는 것에 부정적으로 본다”고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다.
 
이밖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 역시 같은 날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경찰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넘기는 개편안 내용을 들어 “많은 국민은 경찰은 과연 깨끗한가, 유능한가란 의문을 가진다”며 “경찰이든 검찰이든 권력기관 개혁 핵심은 인사권으로 권력을 장악해 하수인하게 한 것이 핵심이다. 국정원이 권력 하수인 노릇을 했던 과거 문제의 본질은 건드리지 못하고 엉뚱하게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는 것”이라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유 대표는 “검찰 수사권을 경찰에 넘기기만 하면 국민이 원하는 개혁이 되느냐. 이 정부의 의도가 무엇인지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국회에서 바른정당은 이를 집중 심의하겠다”고 인사권 관련 문제를 적극 제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냈다.

◆ 與 “야당 우려도 반영할 것”…청와대 案 처리 협조 호소
 
▲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편안을 수용해 속히 처리하자고 야권에 거듭 협조를 요청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렇듯 야권이 한 목소리로 부정적 입장을 내놓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선 야권을 ‘어르고 때리는’ 투트랙 전략을 펴며 청와대를 위한 지원사격에 본격 나섰는데,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걸 ‘권력기관 힘빼기다’라고 잘못 지적하는 건 촛불혁명이 준 시대적 과제를 잊어버렸거나 엉뚱한 데 힘써온 권력기관의 잘못을 덮어주려는 의도”라고 야권의 지적에 반박했다.
 
이에 반해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번 개혁안 핵심은 견제균형 대원칙 하에 각 기관의 작동 방식을 민주화해 권력남용을 원천봉쇄하겠다는 것”이라며 “본질은 국가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야당이 우려하는 것도 적극 반영하겠다”고 협조를 호소하는 등 야권의 입장 변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개헌 문제와 더불어 계속 국회를 압박하는 식으로 나오는 청와대 측과 선을 그은 야권에서 별 다른 계기 없이 입장을 번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데다 청와대의 권력기관 개혁안이 관철되려면 경찰법과 국가정보원법 뿐 아니라 형사소송법, 감사원법 등 최소 6건의 법안을 고쳐야 하는 문제다 보니 다수 야당이 포진한 현 원내구도상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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