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개헌안 발의시한 ‘3월’ 못 박자 여야 개헌 투표 시점 놓고 격돌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지방선거와 개헌투표 동시 추진 의사를 거듭 천명하고 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개헌 의지를 재차 피력하면서 정치권에서 다시 개헌이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의외로 개헌 문제와 관련해 여야 간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오는 6·13지방선거에서 개헌투표를 동시에 치를지 여부인데, 그간 여러 정치적 이슈로 잠시 관심에서 멀어진 듯했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신년 회견에서 국회에 사실상 3월을 개헌 발의 데드라인으로 제시함에 따라 논란은 다시 가열되고 있다.

무엇보다 야권은 문 대통령이 국회가 아니라 정부에서도 개헌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치고 있어 청와대 주도의 개헌을 추진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데, 여당까지 즉각 대통령의 개헌 발언에 발맞추고 나서면서 충돌은 한층 격화되는 모양새다.

◆ 문 대통령 “개헌안, 3월엔 발의돼야…안 되면 정부가 준비”

이미 대선공약으로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를 내세웠던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과 관련해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 투표 동시 실시는 국민과의 약속이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정당과 후보들이 약속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고 별도로 국민투표를 하려면 적어도 국민 세금 1200억원을 더 써야 한다. 개헌은 논의부터 국민의 희망이 되어야지 정략이 되어선 안 된다”고 국회에 촉구했다.

또 문 대통령은 “저는 줄곧 개헌은 내용과 과정 모두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며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 합의를 기다리는 한편, 필요하다면 정부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한 국민개헌안을 준비하고 국회와 협의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선 “지방선거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3월 중순 정도에는 발의가 돼야 한다.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의 합의를 통해 3월정도 발의가 가능하다 판단하면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생각”이라면서도 “그러나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라고 정부 자체 개헌안 추진 의지까지 분명하게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문 대통령은 개헌 권력구조에서 어떤 형태를 선호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엔 “중앙 권력구조 개헌은 많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국회가 동의하고 국민이 지지하는 최소 분모를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민도 가장 지지하는 방안이 아닐까”라며 “가장 지지를 받는 방향을 찾아볼 수밖에 없고,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해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반응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11일 우원식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개헌 발의권이 마지막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부여한 국회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여야가 결론 내리자”며 “2월 내 개헌안을 만들어서 6월 개헌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 여야가 합의한 특위를 본격 가동하겠다”고 즉각 후속조치에 들어갔다.

우 원내대표는 하루 뒤인 1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개헌특위, 사개특위 출발이 한 주 늦어진 만큼 더 힘차게 달려야 한다. 국회가 주체적으로 개헌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당부한다”며 야권에 거듭 호소했다.
 
반면 이 자리에서 추미애 대표는 우 원내대표와 ‘냉온 투트랙’ 전략인지 “지금 야당은 개헌약속을 지키기 위한 성실한 노력을 해야 함에도 찬물을 끼얹는 색깔론을 벌이고 있다”며 “개헌 저지 세력이 된다면 시대 역행세력이 될 것”이라고 야권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려면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 하는 만큼 야권을 압박하던 민주당에서도 11일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가 “(다수의) 동의가 안 된 개헌안을 던지는 것은 ‘안 될 일을 지키는 차원에서 한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며 “합의가 안 되면 국회의 3분의 2가 동의할 수 있는 내용을 가지고 (발의)할 것”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이는 권력구조 개편 등 견해차가 적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좀처럼 접점을 찾을 수 없다면 나중에 처리하고 일단 서로 합의된 부분부터라도 통과시키자는 문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이토록 정부여당이 개헌투표 시점을 지방선거에 맞추는 걸 최우선으로 하는 데 대해 야권에선 계속 의혹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 한국당 “개헌투표, 지방선거 아닌 ‘연내’로…제왕적 대통령제도 고쳐야”
 
▲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가 문재인 개헌 추진을 용납하지 않겠다며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투표 실시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 중에서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가장 격하게 반발하면서 신년사를 통해 밝힌 문 대통령의 개헌 발언을 놓고 일일이 지적하며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한국당은 대통령 신년사가 발표된 당일 곧바로 신보라 원내대변인 논평을 통해 “결국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밀어붙이겠다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문 대통령이 동시투표를 못박은 것은 국회를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자 야당을 더 이상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라고 문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신 대변인은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실시에 대해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라며 “국민개헌이 되기 위해선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당은 문재인 개헌 추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껏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그는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선 여야가 공감하고 있다. 국회는 여야 합의로 얼마 전 개헌특위 활동 시한을 6개월 연장하고 논의를 지속키로 합의했다”며 “한국당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국민개헌의 연내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공언해 ‘개헌 발목잡기’란 시각엔 선을 그었다.

특히 한국당은 홍준표 대표가 대선후보였던 시절 지방선거 동시 개헌투표 실시에 찬성했던 점도 의식한 듯 하루 뒤인 11일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까지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에 나와 “대선 공간에선 유권자인 국민에게 표를 받기 위해 대선후보들은 때로는 좀 무리한 공약을 내건다”며 “지금 개헌 문제도 그렇고 대선에서 공약을 내걸었다고 그걸 액면 그대로 100% 실천해버리면 나라는 망한다”고 강변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헌법개정 및 정개특별위원회·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에선 앞서 선호하는 권력구조 형태와 개헌 시점 등을 밝혔던 문 대통령을 겨냥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마음껏 시켜먹어라 근데 난 짜장면’을 외치는 악덕사장”이라며 “개헌의 시기와 내용, 방법은 전적으로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은 분명히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심지어 그는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하지 못하면 향후 별도의 투표를 위해 국민 세금 1200억원이 들어가게 된다고 한 문 대통령 발언까지 꼬집어 “개헌 문제를 비용으로 판단하는 문 대통령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 개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라며 “1200억 비용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나라를 바꾸는 개헌을 지방선거 곁가지로 갖고 갈 수 없다는 사실을 명백히 밝힌다”고 확실하게 각을 세웠다.

이밖에 같은 당 김무성 의원도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에 힘을 실었던 문 대통령을 겨냥 “개헌은 제왕적 권력구조를 분산시키는 ‘권력분산 개헌’ 외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우리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해왔는데 문 대통령은 사람이 문제라고 호도하고 있다. 문 정권도 제왕적 권력구조를 유지하게 되면 3년 정도 지난 뒤에 권력형 부정사건이 반드시 터진다”고 경고했다.

◆ 개헌특위 위원장도 야권 몫…3분의 2 의결정족수도 난관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제61차 원내정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의 개헌 관련 발언에 우려를 표했다.

소위 ‘문재인 개헌’을 저지하겠다는 한국당의 이 같은 반발은 향후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여당인 민주당에서 맡고 있지만 개헌·정치개혁특위 위원장은 한국당이 맡고 있는데다 3분의 2에 달하는 개헌 의결정족수 역시 현재 117석을 갖고 있는 한국당을 배제하고선 절대 통과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당장 개헌특위 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재경 한국당 의원 역시 “대통령안을 발의해도 한국당이 반대하면 더 이상 개헌 카드는 써먹을 수 없다”며 “청와대도 잘 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일 정도여서 장차 개헌투표가 정부여당이 원하는 대로 지방선거 때 동시에 실시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인 상황이다.
 
문제는 바른정당은 물론 국민의당까지도 문 대통령의 압박성 태도에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개헌 의결은 차치하고 발의 정족수인 150석을 충족하는 것도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바른정당에선 10일 “시간에 쫓긴다는 이유로 대통령이 개헌안을 밀어붙이려는 시도는 단념하는 게 낫다. 국회 합의도 건너 뛴 벼락치기 식으로는 안 된다”고 비판적 논평을 내놨다.

여기에 국민의당에서도 11일 김동철 원내대표가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헌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된다. 개헌은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이 돼야 한다”며 정부가 개헌 발의 시한을 정한 채 몰아세우는 데에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아울러 김 원내대표는 한국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80% 이상이 개헌을 찬성하는 이유는 기본권과 지방분권에 있지 않다. 제왕식 대통령제를 종식시키란 것”이라며 “국회의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정권에 대한 국회의 내각 불신임권이 보장된 그런 개헌이어야 한다. 이것 없는 개헌은 하나마나”라고 제왕적 대통령제 혁파에 분명하게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4년 중임제를 원하는 상황에서 한국당은 이원집정부제 또는 혼합정부제 같은 권력분산형 정부 형태를 원하는 등 권력구조를 개편하는 데 대한 여야 간 시각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어 과연 문 대통령이 제시한 3월까지 개헌안이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 정치권 동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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