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시기와 권력구조에 따른 서로 다른 속셈을 관철시키기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

▲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관련 질문에 “대체로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려면 아마도 3월 정도에는 발의가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 말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본다”고 예상했다. ⓒ청와대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에서 개헌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과 계획이 알려지자, 개헌투표와 지방선거의 동시실시를 반대해오던 자유한국당은 물론 국민의당도 대통령 주도의 개헌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개헌발의를 국회에서 주도하면서도 동시투표가 가능하도록 일정을 서둘러야한다고 야당에 촉구했다.
 
겉으로는 개헌시기와 주체에 대한 공방으로 보이나 결국 각 당의 이해관계 속에 숨어있는 본질은 권력구조인데, 대통령은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하면서도 국회의 합의를 존중하고 국민의 요구를 반영해야한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재편된 개헌·정개특위 위원을 선정하고 첫 자체회의를 가진 자유한국당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맹공이 이어졌다.
 
 
◆대통령 “국회, 늦어지면 정부가 발의...원력구조는 미룰 수도”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오전 10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개헌 관련 질문에 “대체로 지방선거 시기에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하려면 아마도 3월 정도에는 발의가 돼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그러려면 국회 개헌특위에서 2월 말까지는 개헌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본다”고 예상했다.
 
문 대통령은 “지방분권, 기본권 강화, 중앙 권력구조 개편 분야 방안들은 오래 전부터 나와 있다”면서 “그 가운데서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을 모으면 된다고 본다”고 말해 그 동안 논의의 진전이 있었다고 파악했다.
 
개헌시기와 관련된 개헌안 발의 주체에 대해서는 “국회 개헌특위 논의가 2월 정도 합의를 통해 3월쯤 발의가 가능하다고 판단하면 우리는 국회 쪽 논의를 더 지켜보며 기다릴 생각”이라며 “그러나 그 것이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정부가 보다 일찍 개헌에 대한 준비를 자체적으로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해 정부 발의를 시사했다.
 
개헌내용과 방안에 대해서는 “두 가지 개헌의 길이 있다고 본다. 만일 국회가 의지를 갖고 정부와 함께 협의된다면 저는 최대한 넓은 개헌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그러나 국회와 정부가 합의되지 않고 만약 정부가 발의하게 된다면 아마도 국민 공감과 국회 의결을 받아낼 수 있는 최소한의 개헌으로 좁힐 필요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개헌안에 대해 국회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또 국민 투표에서 통과도 돼야한다. 그래서 국회가 동의하고 또 국민이 지지할 수 있는 최소 분모들을 찾아내는 게 필요하다”면서 “최소분모 속 지방분권 개헌이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국민 기본권 확대 개헌도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중앙 권력구조를 어떻게 개편할까라는 부분은 많은 이견이 있을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지지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낼 수밖에 없고 만약 하나의 합의를 이뤄낼 수 없다면 그 부분에 대해선 개헌을 다음으로 미루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어떤 선에서 우리가 합의를 이룰 수 있을 것인지 국회와 긴밀하게 더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과거 대선 기간 때부터 개인적으로는 대통령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면서 “아마 국민들도 가장 지지하는 방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다만 그러나 개인 소신을 주장할 생각이 없다”고 분명히 했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개인의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 개인적으로는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했다”며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마음껏 시켜먹어라 근데 난 짜장면’을 외치는 악덕사장님이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사진 / 오훈 기자
◆한국당 “4년 중임, 지방선거 동시실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
자유한국당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당 헌법개정 및 정개특위·사법개혁특별위원회의를 열었다. 지난해 원내대표 간 합의에서 합의한 위원회지만 한국당은 위원구성을 계속 미루고 있었는데, 이날 참석한 위원들은 대통령의 개헌 구상에 대한 비판이 주로 쏟아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은 개인의 소신을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말하면서 개인적으로는 4년 중임제가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했다”며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중국집에 가서 ‘마음껏 시켜먹어라 근데 난 짜장면’을 외치는 악덕사장님이 연상된다”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은 전적으로 국민의 몫이라는 사실을 문 대통령은 간과해선 안 된다”며 “개헌의 시기와 내용, 방법은 전적으로 국민적 논의를 통해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대통령은 분명히 인식해주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그는 “6개월간 논의 대장정을 시작해야 되는데 문 대통령이 어제 형식적인 국회 개헌 논의를 이미 민주당에 청부했다”며 “문재인 개헌으로 가져가겠다는 이 술책에 대해 모든 정치적 역량과 뜻을 모아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번 기회를 놓치면 별도 국민투표를 하는데 국민 세금 1200억을 걷어야 한다 했다"며 "개헌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개헌 문제를 비용으로 판단하는 문 대통령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상수 의원은 “비용이 1200억원 들어가는 것 아껴서 좋으나 세월호와 같은 교통사고에도 5000억 지불하는 나라다. 새로운 100년을 대비하는 중요한 헌법인데 지방선거와 곁다리로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백년대계를 위한 국민 선거에서 비용을 알량하게 따졌는지는 몰라도 절대로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비꼬았다.
 
신보라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대해 “결국 지방선거 때 개헌투표를 밀어붙이겠다는 야당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국회의 논의를 기다려보겠다고 전제했지만 이는 수식어에 불과하다. 한국당은 문재인 개헌 추진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 대변인은 “백년대계 개헌을 지방선거 때 밀어붙이겠다는 발상은 졸속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것이자 지방선거를 유리하게 가져가기 위한 정략적인 의도”라며 “문재인 개헌이 아닌 국민개헌이 되기 위해서는 권력구조 개편 등에 대한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개헌에는 국회의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정권에 대한 국회의 내각 불신임권이 보장된 그런 개헌이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은 국민과 함께하고 국회주도의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대개혁 완성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 / 오훈 기자
◆국민의당 “정권에 대한 국회의 내각 불신임권 보장돼야”
국민의당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우려’와 ‘실망’을 거론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1일 원내정책회의를 열고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개헌에 대한 인식이 매우 우려된다”며 개헌은 국회가 주도하는 개헌이어야한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개인적이란 표현을 내세워 특정방식, 대통령 4년 중임제를 선호한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냈고 그에 더 해 3월 중 국회 개헌 발의가 되지 않으면 정부가 그보다 일찍 개헌안을 준비해놔야 한다며 이미 청와대 주도의 개헌 준비가 착수됐음을 암시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대통령 주도의 개헌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희박해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80% 이상이 개헌을 찬성하는 이유는 제왕식 대통령제를 종식시키란 것이다. 이것 없는 개헌은 하나마나”라고 주장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번 개헌에는 국회의 국민적 지지를 상실한 정권에 대한 국회의 내각 불신임권이 보장된 그런 개헌이어야 한다”며 “국민의당은 국민과 함께하고 국회주도의 촛불민심이 바라는 국가대개혁 완성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촛불 국민 혁명의 완성은 개헌이고, 개헌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라며 “문 대통령의 ‘권력구조 개편을 빼고 개헌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발언은 그 개헌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정부는 명분쌓기용 ‘개헌안 대기중’ 신호를 중단하고 국회 개헌안 마련에 협조할 생각이 있는 것인지, 권력구조 개편에 의지가 있는 것인지 분명히 밝히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비례성이 명시된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에 반드시 포함돼야”
정의당은 다른 야당의 입장과는 달리 국회에서 개헌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대통령의 개헌안이 발의될 경우 우호적인 국민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11일 상무회의에서 “대통령의 발언은 그동안 국회 개헌특위가 지지부진해지고 모든 정당이 약속했던 지방선거 동시개헌이 제1야당 대표의 한마디에 의해 무력화되는 것에 대한 반대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대통령이 국회의 개헌 논의를 존중하고 지켜봐야 하겠지만 개헌논의 공전을 마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것도 예상된 결과”라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그런 점에서 국회가 개헌 및 정치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에 우호적인 국민들이 더 많아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다른 야당에 경고하는 듯한 예측을 했다.
 
그는 “오늘부터 2월까지 모든 사안을 터놓고 논의하여 개헌과 정치개혁에 속도를 내야 합니다”며 “특히 비례성이 명시된 선거제도 개혁은 개헌과 정치개혁 분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고 요구했다.
 
 
▲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개헌 발의권이 마지막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부여한 국회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여야가 결론을 내리자”며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적기를 끝내 정략적 사고로 좌초시킨다면 국회가 신뢰 받을 헌법기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공을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은 국회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
더불어민주당이 야당을 향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기 전에 조속히 개헌안 협의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정부의 개헌 발의권이 마지막 수단이 되지 않도록 국민이 부여한 국회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여야가 결론을 내리자”며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의 적기를 끝내 정략적 사고로 좌초시킨다면 국회가 신뢰 받을 헌법기관이 될 수 있을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개헌에 의지가 있다면 각 당의 입장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정리해야 한다”며 “그것이 정리돼야 개헌·정개특위에서 협상을 할 수 있다. 이를 안 한다는 것은 시간 끌기에 불과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회에서 최대한 이견을 해소하는 과정을 해보고 그래도 안 되면 대통령이 3월 중순을 지나면서는 국민과의 약속 이행을 위해 개헌안을 제출할 수밖에 없다”며 “공을 대통령에게 넘기는 것은 국회가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국회의 개헌 발의권을 최대한 행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 대해서 개헌시기를 분명히 밝히고, 정부 주도의 발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회는 다급해졌다. 야당은 개헌발의 주체에 대해서만큼은 대통령에 맡길 수 없다면서도 개헌시기와 권력구조에 따른 저마다 서로 다른 속셈을 관철시키기 위한 힘겨루기에 돌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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