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공약 파기’라며 합의 무효화, 재협상, 10억 엔 반환, 화해치유재단 해체 요구

▲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 ▲2015년 합의는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으므로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 ▲피해자 여러분들께서 바라시는 바를 모두 충족시킨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깊이 사과 등의 처리방향을 밝혔다. ⓒ뉴시스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9일 정부가 발표한 지난 2015년 12월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에 대해 해석과 의견이 분분하다.
 
강경화 외교부장관은 ▲위안부 피해자 분들의 명예·존엄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정부의 노력 ▲일본 정부가 출연한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엔은 우리 정부 예산으로 충당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않은 2015년 합의는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음 ▲2015년 합의는 양국 간의 공식합의였으므로 일본 정부에 대해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을 것 ▲진실과 원칙에 입각해 역사 문제를 다루는 동시에, 한·일 양국간 미래지향적 협력을 위해 계속 노력 ▲피해자 여러분들께서 바라시는 바를 모두 충족시킨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깊이 사과 등의 처리방향을 밝혔다.
 
이에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보수 야당은 합의파기, 재협상요구, 10억 엔 반환 등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파기’이며,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대못박기’라고 비판했다. 이들 보수야당과는 정치적 입장을 달리해오던 정의당도 ‘10억 엔 반환’과 ‘화해치유재단 해체’ 등 구체적 후속조치를 요구하면서 ‘아쉽다’고 평가했다.
 
 
◆한국당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처사”
자유한국당은 외교문제에 패착을 보여 온 현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라며 일본의 반발 등을 우려했다.
 
전희경 대변인은 9일 구두논평에서 “정부가 내놓은 입장을 보면 입장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입장문”이라며 “무엇을, 어떤 방향으로 해결했다는 것인지 손에 잡히는 실체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전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전임정부의 모든 정책을 적폐로 규정하고 단죄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위안부합의 역시 외교관례를 무시하고 외교문서까지 공개하면서 정부가 나서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고 지적하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지자에 맞춰 급조된 정책 등을 추진하다 보니 상대방이 있는 외교 문제 등에 늘 패착을 보여왔다. 이번 입장 발표는 지지층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비난만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종필 여성가족위원회 간사는 10일 자유한국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결정적 문제가 있다고 하면서도 폐기나 재협상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면서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문제 결국 찜찜하게 봉합 되었다. 무턱대고 합의 파기를 주장해온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는 처사를 했다”고 개탄했다.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에 대해서는 “우리 예산으로 10억 엔 조성 처리방안 협의하겠다고 입장을 발표했지만, 고노 다로 외무상은 발표직후 합의이행하지 않는 것은 받아들 수 없다고 했다.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현 정부는 명분에 집착해 기존 외교안보 현안들을 적폐로 몰아놓고 상대가 있는 외교에서 이러한 일반적 대응을 하는 것은 어떤 부작용을 낳을지 제대로 생각도 안 해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간사는 “현 정부의 아마추어 외교가 과연 국익에 우선되는 것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 대한 진정성 있는 자세가 무엇인지 현 정부에 다시 한 번 되새겨볼 것을 촉구한다”고 비판했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외교부 장관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사과는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며 “재협상 약속은 대통령 공약이었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라고 지적하며 ‘책임전가’를 문제 삼았다. 사진 / 오훈 기자
◆국민의당, 합의 무효화와 재협상 요구 없는 것은 ‘공약파기’
국민의당은 합의 무효화 선언이 없고 재협상 요구를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대통령의 ‘위안부 합의 재협상 공약 파기’라면서 위안부 할머니와 국민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김동철 원내대표는 10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합의를 무효화 하거나 재협상하지 않으면서 일본정부의 자발적인 사과를 바란다는 것”이라며 “말장난에 불과한 발표문”이라고 일축했다.
 
김 원내대표는 “외교부 장관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고 했지만, 사과는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이 해야 한다”며 “재협상 약속은 대통령 공약이었고, 이를 지키지 못한 것은 장관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라고 지적하며 ‘책임전가’를 문제 삼았다.
 
그는 “과거 정부에만 탓을 돌리거나 외교부장관을 앞세워 얼렁뚱땅 넘기는 것이 신뢰의 재건인가?”라며 “지금이라도 대통령은 이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약속대로 위안부 재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장진영 최고위원은 “한일 위안부 협정 파기로 한일 관계마저 악화된다면 일촉즉발의 한반도 주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문재인 정부가 협정 파기로 가지 않은 것은 고육지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장 최고위원은 “한일 위안부 협정 봉합 처리 과정은 한 마디로 ‘선무당의 굿 한판’이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대통령의 발언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은 한일 협정을 파기할 것으로 받아들였고 할머니들은 그렇게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불과 일주일 만에 ‘합의 파기도 없고, 재협상도 없다’는 정부의 발표를 보고 할머니들은 또다시 상처를 입었다”고 지적했다.
 
장 최고위원은 “불과 일주일 만에 파기 불가를 선언할거면, 할머니들을 모셔서 ‘립서비스’를 한 것인가.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쇼통’에 활용한 것 아닌가?”라고 질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위안부 할머니들께 헛된 희망을 드린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9일 논평에서 “정부는 남북 고위급 정상회담에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오늘 입장 발표를 하는 저의는 무엇인가?”라며 “공약파기를 인정하지 않고 얼버무리려는 것이라면 위안부 할머니 당사자는 물론 국민적 분노를 막기 어려울 것임을 명심하라. 문 대통령은 공약 파기에 대한 사과부터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바른정당 “온 국민의 시선이 남북회담에 쏠린 틈에 공약 파기”
바른정당은 합의파기와 재협상요구에 덧붙여 화해치유재단 기금 10억 엔을 돌려줘야한다고 주장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재협상 요구도 아니고 합의의 파기도 아니고 10억 엔을 돌려주는 것도 아니다”라며 “직접 대통령께서 국민 앞에 나서서 왜 위안부 합의의 재협상, 합의의 파기, 10억 엔 반환, 이런 대선 때 국민 앞에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는지 문재인 대통령께서는 국민 앞에 분명히 설명을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유 대표는 “거짓공약으로 선거를 이기고 국민을 기만하고 정작 본인은 한 마디 해명도 없이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통해 국민과 위안부할머니와의 약속을 파기했다”며 “그것도 온 국민의 시선이 남북회담에 쏠린 틈에 공약을 파기하며 물 타기하는 이런 비겁한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하면서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황유정 대변인도 “10억 엔은 일본정부와 협의하여 처리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외교적 언어를 남겼다”며 “10억 엔의 반환은 협상을 사실상 파기하겠다는 의미인데 협상의 파기 없이 10억 엔을 일본에 돌려줄 방법이 있다는 것인지 또 다른 거짓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자신의 외교적 무능을 시인하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죄를 사과해야 한다”며 “무엇보다도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주겠다던 약속을 믿고 떠나간 분들의 영혼에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최석 정의당 대변인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한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10억 엔 반환’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이 포함 되어 있는 조속한 후속조치를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현재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사진 / 오훈 기자
◆정의당, ‘10억 엔 반환’과 ‘화해치유재단 해체’ 등 구체적 후속조치 요구
정의당도 ‘10억 엔 반환’과 ‘화해치유재단 해체’ 등의 구체적인 후속조치를 요구하며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석 대변인은 9일 브리핑에서 “이번 발표는 내용상 무효화 선언으로 볼 수도 있을 듯하다. 하지만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 요구 방침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는 모호한 후속조치로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입장이 충족되지 않았고, 일본의 자성에 기대야 한다는 점에서 무척 아쉽다”고 밝혔다.
 
최 대변인은 “2015년 12월 28일 이뤄진 한일 위안부 협상은 지난 적폐 정권이 국민의 동의도 없이 밀실에서 맺어진 것이며, 피해자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 역시 존재하지 않는 기만적인 합의임이 밝혀졌다”며 “그렇기에 일본은 가해국가로서 이와 같은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한 한일 간의 발전적 관계의 재정립을 위해서라도 위안부 협상은 원점에서 재검토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석 대변인은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서라도 정부에서는 위안부 피해자들이 요구한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10억 엔 반환’ 등에 대한 구체적 사항이 포함 되어 있는 조속한 후속조치를 실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아울러 현재 노환으로 병원에 입원 중인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의 쾌유를 빈다”고 덧붙였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럼에도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하는 피해자와 국민의 뜻을 충족시키기에는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피해자와 국민의 원통한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 “정부의 원칙과 한일 외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자 한 고뇌 어린 결정”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처리방향이 피해자와 국민을 충족시키기에 미진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외교상황의 불가피성을 강조하면서, 일본의 변화를 촉구했다.
 
추미애 대표는 1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본이 출연한 10억 엔을 우리 세금으로 충당한 것은 일본의 역할을 완성이 아니라 미완으로 남게 만든 상징적 조치라 할 것이다. 이로써 2년 전 박근혜정부에서 맺어진 한일위안부 합의는 효력도, 영향력도 없는 유명무실한 종잇장으로 남게 되었다”며 “이번 발표는 위안부 합의 수용불가라는 정부의 원칙과 한일 외교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고자 한 고뇌 어린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추 대표는 “그럼에도 ‘합의 파기와 재협상’을 주장하는 피해자와 국민의 뜻을 충족시키기에는 미진하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는 피해자와 국민의 원통한 마음을 깊이 새기며 일본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또 “이제 일본은 세계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하는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며 “가해국이 피해국 국민의 분노를 외면한 채 적반하장으로 따지는 자세를 버려야 하며, 전쟁 중 가장 약자인 어린 여성들에게 행한 인권말살 행위에 대해 가해국으로서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를 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복합적이고 민감한 한일관계를 감안해 외교적 갈등을 최소화하는 처리방향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정부의 ‘역사와 미래를 고려한 세심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적극 환영하고 높이 평가한다”고 밝혔다.
 
우 원내대표는 “유엔 고문방지협정 등 확립된 국제적 규범에 따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역사적 논쟁 혹은 외교적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박근혜 정부가 국제 규범도, 역사적 정의도 저버린 졸속, 굴욕 합의로 초래한 사태 해결은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은 역사를 바로 잡고, 피해자 할머니들의 뜻에 따른 조치를 착실히 이행하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며 “야당도 과거의 잘못을 수습하고 외교적 관계까지 고려한 고뇌 어린 정부의 조치를 충분히 이해하고 납득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기대를 표했다.
 
우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 또한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보편적 기준에 맞게 과거사를 인정하고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각종 정치현안에서 보수야당과는 달리 오히려 여당의 입장을 두둔하기도 했던 정의당도 이번 위안부 합의 처리방향에 대해서는 정부에 완곡한 비판을 가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일본을 탓하거나, 기대하지 말고, 후속조치를 위해 야당과 국민의 공감대를 파악하고 넓히는데 더 신경써야할 것 같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복잡하고 예민한 동북아의 상황, 한반도 위기, 한·미·일 관계 등 고려해야할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닌 외교무대에서 우리만 일방적으로 만족할 결과를 얻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형식은 인정하고, 내용은 부정한 절묘한 조치라는 평가와 분석도 나온다. 외교무대에서는 그런 ‘가역적’인 대처가 필요하겠지만, 역사문제에 대한 국민정서와 감정도 지속적으로 고려하고 대처해야할 것이다. 국민들은 ‘10억 엔의 처리’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