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 해법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해 ‘화해와 협력’과 ‘압박과 제재’라는 근본적 시각차

▲ 남북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대화와 제재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이 때문이다. ⓒKTV화면캡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남북고위급회담을 앞두고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여야는 각기 다른 입장에서 사안을 대하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회담의 의미를 중요시하며 성과를 낼 수 있기를 바라면서 야당에 초당적 협조를 당부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당은 북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문재인 정부가 이용당할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한국당 “북핵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국제공조 깨뜨리는 양보는 용납 못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너무 흥분돼 있다며, 한반도 비핵화가 전제되어야한다고 조건을 내세웠다.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8일 오전 논평에서 “‘운전대론’ ‘한·미훈련중지’ ‘남북관계 훈풍’ 등 온천지가 평화무드에 행복해하고 있다. 북핵은 당장이라도 해결될 분위기다”라고 전하면서 “1950년 6월 10일 북은 고당 조만식 선생과 간첩 이주하·김삼룡 교환 협상을 하자고 했다. 6월 19일에는 남북 단일 국회 개최를 제안했다. 그리고는 6·25였다”고 경고했다.
 
정 대변인은 또 “2002년 월드컵 기간에 온 국민이 환호할 때 북은 연평해전의 축포로 응대했다”며 “대화의 중요성을 폄훼하지는 않겠다. 보수우파 쪽의 거듭한 경고 메시지에 문재인 대통령도 말로는 ‘유약한 모습은 보이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정 대변인은 “걱정된다, 그것도 많이 걱정된다”며 “북의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라는 위장 평화공세에 남북문제와 동북아의 가장 핵심 이슈인 북핵 문제가 잊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태옥 대변인은 “마치 북이 평창올림픽에 참가만 해주면 북핵 문제는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한미연합군사훈련마저 중단해주는 통 큰 양보도 서슴지 않을 기세다”라며 “양보 못 해 안달이라도 난 듯하다”고 비꼬았다.
 
정 대변인은 “북은 남북대화를 지렛대 삼아 국제 제재와 압박을 피하거나 추가 핵실험 도발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며 “그럼에도 문재인 정부는 지금 너무 들떠있고, 흥분되어 있다. 우리민족끼리 대화하면 잘 될 것 같은 환상에 사로잡혀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북의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되어야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며 “냉철함과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긴요하다”고 요구했다.
 
▲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걱정된다, 그것도 많이 걱정된다”며 “북의 평창올림픽 단일팀 구성이라는 위장 평화공세에 남북문제와 동북아의 가장 핵심 이슈인 북핵 문제가 잊혀버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태옥 대변인은 오후에도 연달아 논평을 내고 “지금 전 세계는 북핵에 대하여 강력한 국제공조를 통하여 제재와 압박을 가하고 있다. 예전에도 북에 제재가 있었으나 이번같이 강력하지도 공고하지도 않았다”면서 “이에, 북이 겁먹고 대화에 나섰다. 마치 이를 현 정부의 애절한 대화 노력에 화답한 것이라 착각하면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변인은 “작은 양보가 국제공조와 한미동맹을 금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평창 올림픽이 아무리 평화 올림픽이 되어야 할지라도 북핵 폐기에 우선할 수 없다. 대화는 타협을 전제로 하고, 타협은 양보할 것은 해야 하지만 북핵에 대한 제재와 압박의 국제공조를 깨뜨리는 어떠한 양보도 용납할 수 없다”고 두 가지를 분명히 했다.
 
 
◆국민 “북핵 포기 위한 대북제재 강화” 바른 “제재와 압박이 유일한 해법”
북핵문제 해결이 궁극적 목적이며 이를 위한 압박과 제재 등 국제사회의 공조를 헤쳐서는 안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바른정당도 같은 입장이다. 유승민 대표는 8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이번회담은 평창올림픽 성공이라는 목표 이외에도 북핵문제 해결이란 더 중요한 목표를 향한 대화가 되어야한다”며 “그 핵심은 북핵문제의 유일한 비군사적·외교적 해법인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면서 북한의 비핵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느냐”라고 지적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이번 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 없이 제재와 압박 기조를 약화시키는 그런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유 대표는 “백악관은 한미 양국 정상이 북한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고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 않기로 합의했다고 하고, 중국 외교부는 한미 양국이 올림픽 기간에 연합훈련 않기로 한 건 사실상 ‘쌍중단’이라고 했다”며 “이번 회담이 비핵화를 향한 진전 없이 제재와 압박 기조를 약화시키는 그런 회담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도 북한의 핵포기를 위한 대북제재 강화를 요구했다. 이행자 대변인은 7일 논평에서 “한미연합훈련 중단, 전략자산 한반도 전개 중지 요구 등의 북핵 완성을 위한 시간벌기용 대화는 용납될 수 없다”며 “정부는 ‘도발-제재-대화-도발’로 이어지는 과거의 우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처럼 유약하게 남북대화만 추구 하지는 않겠다’는 말은 미국 뿐 아니라 북한을 향한 메시지여야 한다”며 “북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 한 대북 제재 강화는 계속 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앞에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보수야당은 이제라도 소인배 정치를 멈추고, 성공적 남북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의당, 보수3당 싸잡아 ‘소인배 정치’ ‘얄팍한 철부지 행태’ 비판
보수야당의 이런 지적에 정의당은 민주당보다 더 단호하게 비판을 가했다. 이정미 대표는 8일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남북 대화가 속도를 내고 미국은 물론 주변국이 일제히 대화를 지지하자 보수야당은 이른바 ‘멘붕’이 왔다”며 “자유한국당은 북핵폐기를 논하지 않을 것이면 회담의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하고,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아직도 제재타령”이라고 각 당의 태도를 꼬집어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 세계가 대화를 환영하는데 정작 대한민국 보수야당들은 이를 못마땅해 하는 해괴한 상황”이라며 “이런 식으로 기회를 놓치고 남북관계를 망친 세월이 벌써 10년입니다. 그동안 잘못한 것을 벌충하려면 힘써 거들어도 모자랄 판에, 훼방부터 놓는 보수야당의 ‘소인배 정치’가 참으로 개탄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한반도 평화와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 앞에 보수와 진보, 여와 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며 “보수야당은 이제라도 소인배 정치를 멈추고, 성공적 남북대화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상정 전 대표도 7일 페이스북에서 보수야당의 대표를 싸잡아 비판하면서 ‘얄팍한 철부지 행태’라고 지적했다.
 
심 전 대표는 “남북대화국면이 열리고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기정사실로 되어가자 보수 야당들은 좌불안석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초당적 협력은커녕 결사적으로 초를 치고 있다. 북 책략에 놀아나는 것이라던 홍준표 대표, 통남봉미라고 했던 유승민 대표, 근거 없는 낙관이라고 고춧가루 뿌리던 안철수 대표. 이 분들의 얄팍한 철부지 행태에 꿀밤이라도 한 대씩 놔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비꼬았다.
 
심 전 대표는 “안보장사로 연명해온 보수세력들이 대화와 평화의 길을 마치 자신들의 무덤의 길처럼 두려워하는 것이 이해는 간다”면서도 “그러나 정치지도자 들이라면 최소한, 지난해 북미 간 거친 설전과 물리적 충돌가능성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살았던 국민들의 불안과 고통을 생각해주기 바란다”고 상기시켰다.
 
심 전 대표는 “초당적으로 협력하면 평화를 만들 수 있고 초치면 위기가 온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여야 할 것 없이 정치권은 1인칭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과거 자유한국당 정권 9년 동안,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부서질 대로 부서져 국민의 불안만 키워왔다”며 “그런데도 이를 회복시키는 과정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진심어린 성찰과 반성,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 야당의 비판에 답답...초당적 협조 거듭 당부
민주당은 자칫 정쟁으로 비쳐질까봐 조심하면서 야당에 초당적 협조를 요구하고, 정부에는 자신감을 가지고 임해 줄 것을 당부했다. 추미애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한 것은 ‘평화는 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이라며 “모처럼 맞은 남북 대화의 기회를 ‘정부는 인내와 끈기로’ ‘여야는 하나의 마음’으로 응원하고 지지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추 대표는 그러면서 “과거 자유한국당 정권 9년 동안,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는 망가질 대로 망가졌고, 부서질 대로 부서져 국민의 불안만 키워왔다”며 “그런데도 이를 회복시키는 과정에 끊임없이 딴지를 걸고 어깃장을 놓는 태도 역시 달라져야 할 것이다. 자유한국당의 진심어린 성찰과 반성, 태도 변화를 촉구한다”고 요청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국내 정치권 또한 소모적 논쟁보다는, 남북화해와 협력을 위한 정부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평창 동계 올림픽이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올림픽의 성공을 위해서도 이번 회담은 중요한 적기이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남북화해와 협력의 폭과 수준을 넓혀 간다면,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 또한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정리했다.
 
우 원내대표는 “이념과 당리당략을 떠나, 남북 고위급 회담의 성공을 위해 야당의 적극적인 노력을 간곡하게 호소한다”고 당부했다.
 
박완주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치권이 정쟁을 멈추고 이번 고위급 회담의 성공을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할 것을 정중히 요청 드린다”며 “안보에는 여야가 없다는 마음가짐으로 한반도 평화를 향해 단일대오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박 대변인은 “전 세계가 지지하는 회담을 왜 야당이 함께 하지 못하는지 국민들은 답답해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를 여는 첫 걸음에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거듭 요청했다.
 
남북고위급 회담을 앞두고, 여야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대화와 제재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이 때문이다. 더구나 보수야당으로서는 한미동맹과 국제적인 공조를 통한 제재와 압박이 북핵문제 해결의 유일한 수단이라는 판단과 북한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크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더 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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