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실질적·지속적 대화로 이어지길” vs 野 “북한이 제재·압박 피하는 수단되면 안 돼”

▲ 통일부는 “정부는 어제 우리 측이 밝힌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의 정상화 제안에 대해 북측이 호응해 나온 것을 환영하며, 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어제 제의한 남북당국 회담개최와 관련된 실무적 문제들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KTV화면캡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신년사를 통해 평창동계올림픽 등을 계기로한 남북한의 대화분위기 조성이 급격히 진행되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야당은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안감을 표시하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약 2년 만에 개통된 남북 간 판문점 연락채널 복원에도 북한의 저의를 의심하며 신중론을 펴고 있다.
 
◆정부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의 정상화 제안에 북측이 호응한 것 환영”
통일부는 3일 “오늘 북한의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이 조선중앙 TV를 통해 판문점 연락채널을 개통한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정부는 어제 우리 측이 밝힌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의 정상화 제안에 대해 북측이 호응해 나온 것을 환영하며, 이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어제 제의한 남북당국 회담개최와 관련된 실무적 문제들을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널복원에 대해 통일부는 “오후 3시 30분(평양시간 오후 3시)께 북측이 먼저 ‘판문점 채널’ 회선을 통해 연락을 했으며, 통신선 점검 등 상호 접촉을 했다”고 설명하면서, 양측은 1차 통화에서 판문점 채널 통신선의 이상 유무만 확인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통일부는 2일 “남북당국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해 나가기 위해서는 판문점 남북 연락채널이 조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보며,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의제, 대표단 구성 등 세부절차에 대해 협의해 나갈 것”을 북측에 제의했다.
 
이번의 연락채널 복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위원장은 이날 오후 조선중앙TV를 통해 “평창올림픽경기대회 대표단 파견 문제를 포함해 관련한 문제들을 남측과 제때 연계하도록 3일 15시(한국시간 오후 3시30분)부터 북남사이 판문점 연락통로를 개통할 데 대한 지시를 주셨다”고 김 위원장의 지시내용을 발표했다.
 
판문점 채널 복원은 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지난 2016년 2월 12일에 차단한 지 23개월 만이다.
 
 
◆민주당 “한반도 긴장 완화와 남북관계 개선 위한 실질적·지속적 대화로 이어지길”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의 이례적이고 신속한 반응을 평가하면서 정부의 노력에 의미를 뒀다. 또 이를 계기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화가 이어지기를 희망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3일 오후 브리핑에서 판문점 연락통로 개통에 대해 “2년 여 만의 전격적인 남북 직통전화 복원이다. 지난 2016년 2월 10일 박근혜정부의 개성공단 전면중단 선언으로 끊긴지 정확히 693일 만이다”라며 “우리 정부가 남북고위급 회담을 제안한지 만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북한이 반응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우리 정부의 지속적이고 진정성 있는 노력에 대한 결실이라고 평가한다”고 의미를 밝혔다.
 
백 대변인은 “2년 만의 판문점 연락 통로 개통은 그 자체만으로도 유의미한 것으로, 특히 평창올림픽을 한 달 남짓 남긴 상황에서 성공적인 평화 올림픽이 될 수 있도록 실효적인 대화가 이루어지길 바란다”며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를 계기로 한 이번 남북 연락채널 복원이 남북대화 재개의 전환점이 되어 한반도 긴장 완화 및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대화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번 조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대화 의지와 노력이 남북 간 소통단절에서 상시대화 체제로 전환할 계기로 이어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면서 “정부는 남북회담 개최를 포함한 모든 제반사항에 차분하고 철저한 준비를 해나가야 할 것이다. 한 술 밥에 배부를 수 없는 것처럼, 당면한 북한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세심하게 배려하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큰 대화의 장을 만들어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또 “북한 당국도 어제 입장발표에서 밝힌 바대로 진지한 입장과 성실한 자세로 대화에 임해, 실효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평화올림픽을 향한 우리 국민들과 세계인의 염원이 실현되도록 하는 길”이라고 당부했다.
 
 
▲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보수야당에 대해 “그런데 어제 자유한국당은 ‘대화 구걸’이라고 폄하하고, 바른정당은 ‘연락통로가 북한의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며 “평창올림픽을 남북 대화와 평화 제전으로 이끄는 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이전 정부의 못된 대결 정치, 시대착오적 어깃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진 / 오훈 기자
◆정의당 “한국당, 집권당 때 폐차 만들고, 이제 시동 걸리니 출발 말라 떼 써”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4일 오전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대화의 물꼬가 트인 점에 대해 적극 환영하며, 이번 연락채널 재가동을 시작으로 정부가 제안한 고위급 회담 등 대화복원이 순조롭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보수야당에 대해 “그런데 어제 자유한국당은 ‘대화 구걸’이라고 폄하하고, 바른정당은 ‘연락통로가 북한의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입장을 내놨다”며 “평창올림픽을 남북 대화와 평화 제전으로 이끄는 데 온 국민이 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이전 정부의 못된 대결 정치, 시대착오적 어깃장만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이명박·박근혜 전 정부는 ‘비핵화 선행조치 없이 대안은 없다’고 고집하여 결국 북한이 핵능력을 증강할 시간만 벌어주었고, 한반도 평화시계는 멈추었다”며 “집권당 시절에는 본인들의 무능으로 인해 폐차 지경을 만들어놓고, 이제 차에 시동이 걸리니 출발하지 말라 떼를 쓰는 꼴”이라고 비꼬았다.
 
 
▲ 정태옥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출범 직후 남북단일팀, 선수단 공동입장, 북한 응원단 참가 등 3대 제안을 했고 800만 달러 대북지원까지 결정했다. 그래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자 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연기까지 제안하면서 대화를 구걸하고 나섰다”며 “눈앞의 성과에 눈이 멀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줄 태세”라고 지적했다. 사진 / 이광철 기자
◆한국당 “정부, 눈앞의 성과에 눈이 멀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줄 태세”
민주당과 정의당의 긍정평가에 비해 자유한국당은 북한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않았고, 전제와 조건을 요구했다.
정태옥 한국당 대변인은 3일 “북한이 통일부가 제의한 고위급회담의 수락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며 “예상했던 대로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의 약점을 잡고 배짱을 부리고 있다. 안 그래도 기고만장한 북한이 이제는 '핵 단추'까지 손에 쥐고 운전석에 앉아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문재인 정권은 출범 직후 남북단일팀, 선수단 공동입장, 북한 응원단 참가 등 3대 제안을 했고 800만 달러 대북지원까지 결정했다. 그래도 북한이 호응하지 않자 올림픽 기간 한미군사훈련 연기까지 제안하면서 대화를 구걸하고 나섰다”며 “눈앞의 성과에 눈이 멀어 간이고 쓸개고 다 빼어줄 태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정 대변인은 “남북대화는 북핵문제 해결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스스로 대화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변인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대화제의에 감격해 남북대화에 집착하다 위중한 국가안보 위기를 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화재개에 대한 우려와 의구심을 강하게 표시했다.
 
 
▲ 권성주 바른정당 대변인은 “이제 끊겼던 대화가 재개되는 출발선에 섰다. 행여 근거 없는 낙관으로 우물에서 숭늉 찾다 우물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연락통로가 북한이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사진 / 오훈 기자
◆바른정당 “연락통로가 북한이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되선 안 돼”
바른정당은 환영한다면서도 계속해서 우려를 표시했다. 권성주 대변인은 3일 “북핵문제 관련해 운전석에 앉겠다 했다가 ‘코리아 패싱’ 이라는 수모를 겪었던 정부가 자칫 명예 회복 위해 성급하진 않을지, 또 올림픽을 앞둔 정부가 북한에게 저자세로 임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권 대변인은 “이제 끊겼던 대화가 재개되는 출발선에 섰다. 행여 근거 없는 낙관으로 우물에서 숭늉 찾다 우물에 빠지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연락통로가 북한이 제재와 압박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위한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유의동 수석대변인은 4일 ‘사춘기 연애’에 비유하면서 “20여분의 통화로 맘은 설레겠지만 차분해야 한다. 바뀐 것이 없다. 핵도, 책상 위 버튼도 모두 그대로다”라며 “북이 핵을 포기 할 확률. 얼마인지 모를 그 박한 숫자가 바로 현실이다. 대통령이 직면한 현실이고 대한민국 국민이 직면한 위협”이라고 지적했다.
 
유 대변인은 “한반도비핵화, 자유민주주의, 한미동맹, 안보주권이라는 옥답을 팔아 치울 마음을 먹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연애가 아니라 생존이 먼저이고, 5천만의 안위가 달린 전쟁 같은 협상이 목전에 있다”고 거듭 북한에 대한 경계를 요구했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3일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여에는 진정성과 신뢰가 우선되어야 한다. 과거 북한은 말로는 평화를 얘기하며 뒤에서는 미사일 발사 준비, 핵 무력 완성의 시간 벌기 등 위장 평화 공세를 일삼으며 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기대를 져 버리곤 하였다”며 “정부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한 정교한 외교 전략을 펼쳐가야 할 것이다. 또한 당장의 성과에 급급하여 성급한 오판을 하는 것은 금물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보수야당의 이 같은 반응에는 북한에 대한 불신과 한미공조의 균열을 비롯한 안보상황의 변화에 대한 불안이 깔려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미국이 주도하는 북한에 대한 제재와 압박이라는 국제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남북 간의 급진적인 대화시도가 엇박자를 내지 않을까하는 염려가 적지 않아 보인다.
 
문정인 대통령 특보는 “UN안보리제재결의안이 있고 미국의 독자제재가 있어도 협력이 가능한 부분들이 있다. 북한에 나무를 심는 사업부터, 인도적 지원사업. 이런 게 있기 때문에 쉬운 것부터 북한하고 할 수가 있다”며 “북한이 저렇게 통 크게 나오는데, 북한이 기대하는 것도 클 텐데. 기대에는 못 미치겠지만 어쨌든 남북한 간의 그동안 경색된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는 협력 아이템들은 있을 것”이라고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밝혔다.
 
판문점 연락통로 복원이라는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남북대화의 재개국면에서, 야당의 우려도 여당의 기대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라는 같은 이정표를 향하는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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