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문위 초안이 문제면, 한국당 직무유기” 한국 “자문위 월권행위 도를 넘어”

▲ 개헌특위의 보고서도 아니고 단지 그 자문기구의 보고서로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개헌논의를 지연시키고, 개헌특위활동을 지리멸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진은 이주영 개헌특위 위원장이 참석한 ‘국민참여 국민공감 개헌, 어떻게’ 정책토론회.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위원장 이주영)의 자문위원회(위원장 김원기, 김형오, 김선옥)가 권력구조와 관련된 정부형태에 대해 분권형 정부제(이원정부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함께 제시한 보고서를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나오자 보수야당은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는 것’ ‘시장경제 부인, 계획경제 전환’ 등의 원색적인 용어를 쓰며 비난을 쏟아냈다.
 
개헌특위의 보고서도 아니고 단지 그 자문기구의 보고서로 법적 구속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반발하는 것은 개헌논의를 지연시키고, 개헌특위활동을 지리멸렬하게 끌고 가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더구나, 확정적 결론 없이 논의된 의견을 정리한 자문위원회의 보고서에 이렇게 발끈하는 것은 지나친 ‘오버’라는 지적이 따른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지적하고 나서면서 야당의 모양새는 다소 ‘머쓱’해졌다.
 
 
◆개헌특위 자문위 보고서...“‘자유시장경제’ 대신 ‘평등한 민주사회’ 강조”
자문위는 2일 보고서에서 “정부형태 개선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에도 바람직한 대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며 “정부형태 분과위 내에서는 장기간 논의와 TF를 통한 검토를 통해 분권형 정부제와 4년 중임 대통령제의 두 가지 안을 복수안으로 제시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명시하고 있다.
 
분권형 정부제는 국회가 추천 또는 선출하는 총리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해 집행기능의 일부분을 담당하도록 해 행정부 내에서 대통령과 총리 사이의 분권이 확실히 실현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대통령 4년 중임제는 대통령과 행정부의 일부 권한과 소관기관을 입법부로 이관하거나 독립기관화해 대통령과 행정부에 대한 입법부의 통제를 강화하는 방안이다.
 
자문위는 경제·재정 분야에서는 ▲국가재정 대원칙 신설 등 재정제도 개편 현재 대통령 소속인 감사원의 독립기구화 ▲경제민주화 개념과 토지공개념 구체화 등을, 지방분권과 관련해서는 ▲ 중앙-지방정부간 사무배분원칙으로서 보충성 원칙 명시 ▲지방의회가 그 지역에 효력을 갖는 법률 제정 및 지방세의 종류, 세율, 세목 및 징수방법을 지방정부의 법률로 정할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안했다.
 
정당·선거 분야에서는 선거에서 비례성과 대표성을 향상할 것 등과 사법 분야에서는 법관의 전관예우 금지 입법에 대한 헌법적 근거를 명시할 것 등을 권고했다.
 
보고서에는 이후 논란이 된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는데, ‘조선일보’는 “'기간·파견근로 사실상 폐지'와 '정리해고 금지' '노동이사제' 등의 조항이 대거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또 “헌법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용어를 뺐다. ‘자유시장경제’ 대신 ‘평등한 민주사회’가 강조됐다”고 해석했다.
 
 
▲ 장제원 대변인은 “현재의 권력이 지향하는 개헌은 헌법 독재에 불과하다”며 “자유한국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헌법개정, 문재인 개헌을 철저히 막아내고 저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장제원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모두 부정당한 꼴”
자문위 보고서 내용이 알려진 2일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등 보수야당은 ‘조선일보’의 문제의식과 유사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마치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개헌안이라도 입수한 듯 문재인 정부를 비난했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 정권이 왜 이토록 국민 개헌을 걷어차고 졸속 개헌을 추진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가 드러났다”며 “분권 개헌이라는 가면을 쓰고 뒤로는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려는 의도에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 대변인은 “우선 국가 체제의 근간이 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헌법 전문에서 사라졌다”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전제로 하던 통일정책은 자유를 박탈당하고, ‘민주적 기본질서’로 바뀌었다”고 보도내용을 반복했다..
 
또 “노동 조항에서는 기업의 자유를 옥죄는 노동이사제와 비정규직 철폐가 자리잡았고, 경제 조항에서는 ‘자유시장 경제’ 대신 ‘사회적 경제’ 가 강조되었다”며 “국가의 일방적인 개입을 명문화하여, 그동안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기적을 가져다준 시장경제의 가치를 잃게 만들고 계획경제를 추앙하고 있다. 자유대한민국의 기본 정신이 되는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 질서가 모두 부정당한 꼴”이라고 해석했다.
 
장제원 대변인은 “현재의 권력이 지향하는 개헌은 헌법 독재에 불과하다”며 “자유한국당은 자유시장경제 체제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헌법개정, 문재인 개헌을 철저히 막아내고 저지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행자 국민의당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의 헌법 개정 초안에는 기간제 및 파견제의 사실상 금지, 원칙적 정리해고 금지, 노조의 경영참여 보장 등의 내용이 포함되었다”며 “이와 같은 문제들을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충분한 검토 없이 헌법으로 성문화 될 경우 시장에서 당장 발생할 혼란은 어떻게 할 것이며 누가 책임 질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대변인은 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초안을 개헌에 적극 활용할 것으로 전해지는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체제를 전환하겠다는 것인가? 명확한 답을 하길 바란다”고 출처불명의 ‘전언’을 ‘전제’로 질문을 이어갔다.

이행자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은 개헌을 통해 시장경제를 부인하고 국가 주도의 계획경제로의 전환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며 “이번 개헌의 핵심은 권력구조 개편, 국민 기본권, 지방 분권 강화의 방향으로의 개헌 이어야함을 명심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백혜련 대변인은 “이러한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자유한국당이 자문위의 권고안 초안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에 의아할 뿐이다. 심지어 이 초안은 개헌특위에 정식으로 보고조차 안된 것”이라고 상황설명도 덧붙였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백혜련 “법적 구속력 없는 권고안 초안을 두고 무엇이 졸속개헌인가”
더불어민주당은 단지 ‘자문’위의 ‘권고’안일뿐인 보고서에 ‘사회주의’를 운운하는 야당에 ‘표적지’를 수정해줬다.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3일 오전 브리핑에서 “국회 헌법개정특위 자문위원회가 만든 권고안 초안에 대해 자유한국당이 막말을 쏟아냈다”며 “개헌 논의에 대한 정략적 접근이 도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이번 자문위원회는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 개헌특위가 개헌 추진 동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는 공감 하에 의결을 거쳐 구성한 것”이라며 “자문위원회 구성 당시 자유한국당이 여당이었고, 위원장도 자유한국당 이주영 의원이었다. 국회 개헌특위 36명 의원 중 12명이 자유한국당 의원이며 21명이 야당 소속 의원”이라고 경과를 소상히 설명했다.
 
이어 백 대변인은 “이러한 전후 사정을 다 아는 자유한국당이 자문위의 권고안 초안에 대해 호들갑을 떠는 것에 의아할 뿐이다. 심지어 이 초안은 개헌특위에 정식으로 보고조차 안된 것”이라고 상황설명도 덧붙였다.
 
자문위 보고서에 대한 야당의 반응에 대해서는 “국민개헌의 취지에 조금이라도 부합하고자 구성한 자문위원회를 정파적 이해에 따라 비판하는 것은 시민사회의 의견을 폄훼하고, 자기부정을 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라며 “자문위원회 권고안 초안의 내용이 그렇게 문제라면, 자문위원회의 위원장까지 맡고 있으면서 활동을 방기한 자신들의 직무유기를 탓하길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백혜련 대변인은 “법적 구속력이 있지도 않은 자문위 권고안 초안을 두고 무엇이 국민개헌이고, 무엇이 졸속개헌이란 말인가. 무엇이 사회주의 헌법 개정이고, 문재인 헌법 개정이란 말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자유한국당은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이는 침소봉대를 즉각 중단하고, 국민과의 약속인 개헌안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당부한다. 여론호도가 아니라 지난 대선 때 약속했던 개헌 공약 이행에 앞장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 김성태 원내대표는 “개헌 자문위가 자기주장을 내세울 것이라면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청원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임무조차 혼동하는 자문위라면 오히려 존재하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사진 /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문위 고유의 역할을 넘어 입법권에 개입하려는 월권적 시도”
이날 오후에 자유한국당은 재반격에 나섰지만,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이 지정해 준 표적지를 겨누는데 집중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보도자료에서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만큼 각 분야의 객관적이고 전문적인 자문역할에 충실해야 할 개헌 자문위가 오히려 이념적으로 편향되고 사상적으로 경도된 자기주장을 내세우고 있다”며 “개헌 자문위의 월권적 행위가 도를 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개헌 자문위가 자기주장을 내세울 것이라면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청원위원회’로 이름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과 임무조차 혼동하는 자문위라면 오히려 존재하지 아니함만 못하다”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사형제 폐지’나 ‘양심적 병역거부’처럼 이미 헌재가 헌법적 판단을 내린 사안에 대해서조차 자문위가 이를 부정하는 것은 다분히 위헌적 발상일 뿐만 아니라, 자문위에 부여된 고유의 역할을 넘어 입법권에까지 개입하려는 월권적 시도가 아닐 수 없다”면서 “자문위는 스스로 자기 정체성을 다시 확립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 집중사격을 퍼붓던 한국당이 민주당의 지적에 몇 시간 만에 표적지를 제대로 찾은 듯하지만, 애꿎은 자문위 역시 표적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백혜련 대변인이 애초에 한 말이 그것이었는데도 말이다.
 
개헌과 관련된 이런 ‘헤프닝’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한국당은 지방선거 전 개헌논의에 관심이 없으며, 어떻게든 지방선거와 개헌 투표의 동시실시를 막아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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