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 떠도는 이명박 탈당설 실체추적

홍준표, 이례적 박근혜 지지···MB 지지세력 이탈 조짐 확산
당내 세력 축소로 경선 탈락 가능성···결국 탈당 가시화되나
친노 안희정, MB와 극비 회동?···‘노·이 연대설’ 정가서 ‘솔솔’

▲ 이명박 전 서울시장.
이명박 탈당론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 전 시장은 줄 곧 ‘당심은 곧 민심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조사 지지도와는 달리 당심은 전혀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아니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관건은 한나라당의 현행 경선 방식에 있다. 여당은 오픈프라이머리의 흥행으로 재도약을 노리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오픈프라이머리냐, 기존의 방식이냐’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는 상태다.

만약 당심과 민심이 50대 50으로 반영되는 현행 경선방식으로 간다면 박근혜 전 대표의 경선승리가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이명박의 차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국 이명박 전 시장이 탈당하는 것이 아니냐란 말이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또한 홍준표 등 친이세력들이 이탈하려는 조짐마저 보여 민심과는 달리 당심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이 전 시장의 상황이 한나라당 입장에선 독약이다. 대선판도는 대혼전을 거듭할 것이 분명하고 40%가 넘는 지지율을 받고 있는 한나라당도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경선 탈락자들이 당을 이탈해, 독자 후보로 나서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일명 ‘제2의 이인제 방지법’으로 인해 이 전 시장이 경선에 참여한다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다.

또한 자신의 탈락을 예견하고 경선 이전에 탈당한다면, 말이 달라진다. 즉, 이명박의 탈당 가능성은 여기서 표면화된다.

현재까지 이 전 시장에 맞설 후보는 어디에도 없다. 이미 30%를 넘는 지지도로 급상승세를 거듭하기 때문이다. 결국 선호도 조사 1위 후보가 본선에도 못나가는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것. 과연 이 전 시장의 ‘억울함’을 스스로 삭힐 수 있을까.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 한나라당내 양대산맥이 함께할 것인가, 갈라설 것인가가 정가의 최고 화두로 떠오른다. 이 둘이 당내 경선을 함께 치른다면야, 당과 지지자, 보수 연합 등이 그리는 최고의 시나리오일 테고, 갈라선다면 범여권에서 원하는 최고의 형국이 된다. 결국 이 둘의 움직임이 2007 최고의 ‘빅 하이라이트’가 아닌가 싶다.


당심 못 잡는 MB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최대 약점은 당내 지지기반이다. 당 최고위원 5명중 4명이 친박세력임에서 드러나듯이 이 전 시장의 입김은 박 전 대표의 발끝에도 못 미친다.

이 전 시장도 이에 대해 불안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지지자들을 만나면 ‘당세가 약하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많다”고 토로한 바 있다.

지난 7월 당 대표 선출에서도 이 전 시장의 ‘당내 약세’가 증명됐다. 당시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전 원내대표의 선거전은 ‘박근혜 대 이명박’의 대리전 양상을 띠었다. 당원들이 ‘강재섭’에게 몰표를 던져 이 전 원대대표가 칩거에 들어간 적도 있다.

창녕군수 선거도 대표적인 이명박 약세가 증명된 사례다. 이 전 원내대표를 통해 이재환 전 중앙당 조직국장을 후보로 내세웠다. 반면 박 전 대표와 가까운 김용갑 의원은 공개적으로 무소속 하근수 후보를 지지했고 결국 당선시켰다.

한나라당은 김 의원의 ‘해당행위’ 여부를 조사하는 등 소란이 있었지만, 이 전 시장이 당내 조직 면에서 열세라는 것만을 증명하고 마무리됐다.

또 하나의 변수는 지지세력 이탈조짐이다. 최근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차기 대선후보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위기관리능력을 꼽으면서 “박근혜 전 대표는 위기관리능력이 탁월하다”고 추켜세웠다. 흔히 ‘친이명박파’라고 불리는 홍 의원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지난 5·31지방선거에서 이 전 시장의 ‘오세훈지지’ 발언이 한몫했다는 것도 있지만, 홍 의원이 3선이라는 점, 서울시장까지 노렸을 정도로 당내 기반이 탄탄한 점은 이 전 시장 측에겐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1년여 밖에 안남은 상황에서 ‘친이명박파’라고 불리는 홍 의원의 행보가 다른 친이세력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석이다.

이 전 시장은 서울시장을 역임한 4년 동안 당과 떨어져 있었다. 박 전 대표가 당직과 조직책을 인선해 당내 인맥을 심어놓은 것과는 다르다. 즉, 당심은 민심을 거스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당내 관계자는 “여론조사가 큰 차이를 보이고 그 기간이 지속된다면 당심도 이 전 시장에게 기울지 않겠느냐”고 말했으나 박 전 대표도 가만히 기다리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전 시장의 향후 행보가 자못 궁금하다.


제2의 이인제 방지법
이 시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주 거론되는 자신의 탈당론에 대해 “경선 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이 시장은 한 발 더 나아가 “한나라당이 둘로 쪼개지면 국민을 배신하는 것”이라며 딴 살림을 차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 전 시장의 최측근인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역대 대선에서 망한 가장 큰 이유가 권력을 나누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태근 서울시 정무부시장도 이번 대선 연대의 핵심은 ‘이-박 연대’가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즉, 이 전 시장 측은 내년 경선까지 시간이 많고, 대륙운하 등의 가시적 정책과 민생중심의 국가적 정책을 잘 활용한다면 박 전 대표와의 대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그렇다면 자신의 거취문제에 단호했던 이 전 시장을 두고 왜 자꾸 ‘탈당론’이 제기되는 것일까.

우선 이 전 시장은 1941년생이라는 점이다. 반면 박근혜 전 대표는 1952년생으로 무려 11살이나 젊다. 66세란 나이가 그에게 짐이 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면 다음번에는 일흔을 넘는 나이에 도전해야 한다.

그러나 차차기를 노리는 것도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오세훈, 김문수, 원희룡, 남경필, 권오을 등 강력한 잠룡들이 용트림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대권을 잡기도 했지만 젊은 대통령이 세계적인 추세라 쉽지 만은 않을 것이다.

결국 이 전 시장은 ‘차기는 없다’라고 생각할 테고 이번 대선에 모든 것을 걸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 결국 당심을 기울이지 못한다면 경선출마를 포기, 신당창당 등 탈당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1997년 대선에서 쓰디쓴 패배의 고배를 마셨다. 바로 이인제 의원이 탈당, 국민신당 창당과 독자 출마했다. 이는 이회창 전 총재의 표를 대거 몰고 나간 이 의원은 3위에 주저 않고 말았지만, 대신 김대중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그러나 오는 대선에는 ‘제2의 이인제’는 불가능하다. 현행 선거법에 따르면 당내 경선에서 탈락한 후보가 선거에 출마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측에선 경선에 참여한다면 무조건 이겨야 한다. 그러나 오픈프라이머리를 기대하기 힘든 시점에서 당내세력이 약한 이 전 시장의 승리는 장담할 수 없다.


탈당 가시화되나?
결국 이 전 시장은 경선자체를 거부하고, 탈당을 선언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다. 최근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노·이 연대설’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아직 확인되진 않았지만 노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씨가 최근 이 전 시장을 접촉했다는 설이 파다하다.

또한 범여권의 정계개편이 향후 친노와 비·반노로 갈리면서 이 전 시장측과 친노세력과의 대연합 가능성도 여의도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는 노 대통령의 ‘외부 선장론’과 ‘차기 대권주자는 영남출신이며 경제통이었으면 한다’라는 발언과도 일치한다.

물론 노·이 연대가 현실적으론 불가능해 보이고 황당무계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은 과거 “주택·교통정책 등에 있어서는 나는 좌파”라고 천명했듯이 그 이념적 스펙트럼이 넓다 못해 다양하다는 점, 더욱이 노무현 대통령은 차기 대권주자의 조건으로 ‘영남 출신이며 경제통이었으면 한다’고 흘린 점은 노·이 연대설에 불을 지피고 있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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