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전망도 밝지 않아 회복 기대 불투명
수주 목표 달성에도 적자 탓에 내년 고비

▲ 조선업계 빅3인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유동성 확충 계획을 갑자기 꺼내놓으면서 조선사들의 부실 징후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각사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극심한 수주난에 허덕였던 조선업계가 올해는 잇달아 수주에 성공하면서 내년 전망을 밝혔지만 4분기 조선 계열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예상하고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내년 회복 기조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감부족은 여전하지만 대형 조선 3사가 대형 계약에 성공하면서 일감 확보에 청신호가 커졌음에도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2차 부실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특히, 조선업계 '빅3'인 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유동성 확충 계획을 갑자기 꺼내 놓으면서 조선사들의 부실 징후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급기야 투자자들 역시 이들 조선사의 주가가 일제히 하락하자 손실이 확대되면서 공황상태다.

현장에선 수장 교체카드를 꺼내들거나 직원의 연차 사용을 권고하는 등 인건비 줄이기 안간힘에 나서는 중이다. 2015년 시작한 ‘빅배스(부실 털어내기)’가 3년이 지난 올해 말까지 지속되면서 조선업계의 진짜 고비는 내년도에 현실화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
 
◆바닥 찍고 올해 수주목표‧수주량 희비
올해 수주 목표치를 55억 달러로 잡은 대우조선은 목표치 달성이 어렵게 되자 지난 6월 45억7000만 달러로 10억 달러 낮게 잡았지만 이마저도 달성이 어렵게 됐다. 현재까지 수주 목표 달성액은 29억4000만달러로 64.3% 달성에 그쳤다. 지난해 대우조선 수주액 15억5000만 달러에 비해 두 배 가량 증가한 수주실적이지만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목표 달성을 못한 상태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그리스 선주들로부터 선박 3척을 수주하며 막바지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12월에만 그리스 에어로스(Aeolos)社로부터 초대형원유운반선 1척과, 최대 해운사인 안젤리쿠시스 그룹 산하 마란가스(Maran Gas Maritime)社로부터 LNG-FSRU 1척과 LNG운반선 1척 등 총 2척의 선박을 수주했다. 총 계약 규모는 약 4억 8000만 달러 규모다.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겪었던 삼성중공업은 올해 3사 중 먼저 목표 수주액을 달성했다. 삼성중공업의 올해 수주 목표치는 65억 달러로 현재까지 69억 달러 수주 실적을 달성, 목표치를 넘어선 상태다.

지난 1월 5일 12억7000만달러 규모의 FPU(부유식 해양생산설비)로 올해 첫 수주를 시작으로,  FSRU 2척, FLNG(LNG-FPSO,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 설비) 1척, FPU(부유식 원유생산설비) 1척 둥을 포함 총 28척을 수주했다. 특히 전체 수주실적의 56% 이상을 차지한 37억7000만 달러 규모의 ‘코랄 FLNG(Coral FLNG)’, ‘매드독 FPU(Mad Dog FPU)’ 등 해양플랜트 2척을 수주한 게 목표 달성을 가능케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올해 목표치인 75억달러를 넘긴 100억달러 규모의 150척을 수주했다. 조선계열사별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은 86척, 현대미포는 64척을 수주했다.

조선 3사의 수주 잔고는 올해 수주량에 따라 희비가 갈리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수주잔고가 9월부터 11월까지 3개월 연속 증가하며 ‘일감절벽’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수주잔고가 늘어나는 것은 수주하는 양이 배를 짓고 인도하는 물량보다 많기 때문으로 업계서는 바닥을 찍은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올해 11월까지 수주량은 127척, 79억달러로 작년 64척, 59억달러에 비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수주잔고가 감소하는 추세다. 다만 올해 수주 달성치가 작년 보다 늘어 내년에는 수주잔고가 늘어날 전망이다.
▲ 2015년 시작한 ‘빅배스(부실 털어내기)’가 3년이 지난 올해 말까지 지속되면서 조선업계의 진짜 고비는 내년도에 현실화 될 것이란 어두운 전망이 나온다.ⓒ뉴시스

◆부실 징후에 유상증자…내년도 ‘암울’
지난 6일 삼성중공업은 올해와 내년도 영업손실을 각각 4900억원, 2400억원으로 전망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규모만 1조5000억원으로 내년 5월초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적자와 관련 삼성중공업은 “조선 업황 악화로 지난해 수주실적이 목표치 53억 달러의 10%도 안되는 5억 달러에 그쳤다”며 “올해 초부터 구조조정도 해봤지만 구조조정 실적도 당초 목표에 미달했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해 원가 부담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수천억원 적자가 예상되면서 수장도 박대영 사장에서 남준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 내정에 체질 개선에 나선다. 문제는 적자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고정비 지출을 얼마나 줄이느냐 여부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고정비 절감을 위해 지난해 자구안으로 내놓은 2018년 말까지 5000명을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해 2000명을 감축하고 올해는 노사가 인력 구조조정에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700명을 줄이는데 그쳤다. 올해까지 총 2700명이 회사를 떠난 상황이다.

삼성중공업의 적자 소식이 전해지자 당일 주가는 28.89% 폭락하며 투자자들을 패닉 상태로 빠뜨렸다. ‘삼성중공업발 쇼크’에 다른 조선사들의 어닝쇼크 위기감도 고조됐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26일에는 현대중공업이 이사회를 열고 4분기 3621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한 실적전망을 공시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조선업 전체 위기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당일 현대중공업 주가는 28.75% 폭락했다. 업계 및 증권가는 후판가격과 원화가치 상승으로 이한 손실에 대해 미리 충당금을 쌓을 수밖에 없어 4분기 영업손실을 전망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26일 컨퍼런스콜에서 강재와 원화가치 상승으로 올해 수주 물량에 대한 손실충당금으로 약 1025억원의 충당금을 쌓는다고 밝힌바 있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에는 올해 3차례 유상증자를 통해 투입된 돈만 3조4000억원 규모에 달한다.

조선3사가 올해 단행한 유상증자 규모만 6조2000억원에 달한다. 최근 2년간 놓고 보면 10조원을 넘어서는 막대한 규모다.

문제는 내년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조선업 호황기 시절 수주 환경이 좋지 않을뿐더러 인건비 등 고정비 지출이 줄지 않아 부담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으로 시황이 회복되기까진 2019년이 되어야 가능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수주 실적이 목표치를 달성하면서 수주 잔고가 늘어난 상황에서 내년도 수주 실적 여부가 조선업 회복 가능성의 잣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26일에는 현대중공업이 이사회를 열고 4분기 3621억원의 영업적자를 예상한 실적전망을 공시하고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계획을 밝히면서 조선업 전체 위기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현대중공업

◆신용도, 삼성重 저하‧현대重 영향 미미
조선업체들의 유상증자 여파는 신용도에 일정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NICE신용평가는 삼성중공업 신용도 관련해 “불리한 시장환경 전개로 제반 프로젝트의 예정원가율이 재조정되면서 2018년까지 대규모 손실 발생이 예상된다”고 진단하며 “이에 따른 대외신인도 저하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으로 회사 자금조달여건의 저하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2017년 이후 해양시추설비 인도에 따른 운전자금 회수 등을 바탕으로 영업상 현금흐름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9월말 연결기준 단기성차입금(3조 3,054억원, 유동성장기부채 1조 4,585억원 포함)이 보유 현금성자산(1조1,597억원)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금번 손실발생 이후 금융기관의 추가적인 여신 축소 움직임이 나타날 경우 단기적인 자금운용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삼성중공업이 유상증자를 밝혔지만 실제 유상증자 대금 유입 규모가 밝힌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이에 NICE신용평가는 “회사의 신용등급을 하향검토(↓), 등급감시 대상에 등재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관련 NICE신용평가는 “2017년 손실발생 전망치는 당사가 추정한 손실발생 규모를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으로 판단되며, 이에 금번 손실 발생이 현대중공업 그룹 조선 3사의 신용도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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