柳 ‘洪 사당화’의 희생양 논리로 맞서…잡음 불구 洪 조직혁신 박차

▲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류여해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26일 당 윤리위로부터 제명이란 중징계를 받으며 최고위원직을 잃게 된 것은 물론 향후 5년간 재입당도 불가능하게 됐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포항 지진은 문재인 정부에 하늘이 주는 준엄한 경고’라는 등 갖은 막말로 논란의 중심에 서왔던 류여해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이 당무감사 결과로 당협위원장직을 잃은 데 이어 26일 끝내 제명이란 중징계까지 받게 됐다.
 
현직 국회의원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신인격임에도 불구하고 입당한지 불과 4개월만에 7·3전당대회에서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한국당 전면에 깜짝 등장했던 류 최고위원은 지도부에 입성한 지 반년도 채 채우지 못하고 최고위에서 유일하게 당무감사 탈락자로 꼽히는 불명예는 물론 향후 5년간 재입당도 금지되는 징계를 받으며 퇴장하게 됐는데, 류 전 최고위원 퇴출이 친홍체제 구축을 위한 서곡이 될지 그 마무리작업이 될 것인지 한국당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한국당, 당무감사 탈락 반발 격해지자 柳 제명 단행…논란 불가피
 
한국당 윤리위원회는 26일 당무감사 탈락 결과에 격하게 반발했던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해 최종 제명 결정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정주택 윤리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류 최고위원이 지금까지 해온 돌출행동과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해당 행위가 심각하다고 판단하는 주장도 있었고 대립도 있었기에 표결 끝에 제명을 결정했다”며 “여러 언행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보면 된다”고 징계 결과를 전했다.
 
다만 정 위원장은 징계 여부에 대해선 별 이견이 없었으나 ‘제명’이란 징계수위가 쟁점이 됐다고 설명했는데, 일부 의원은 이의제기나 불만 토론을 용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밝혔고 또 일부에선 선출된 최고위원직에 신분상 조치를 취하는 건 신중해야 된다는 지적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한국당에서 선출직 최고위원이 제명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 여성 할당제를 통한 것도 아닌 자력으로 득표 2위까지 이뤄낸 지도부 인사가 막말을 이유로 제명까지 당했다는 데에서 벌써부터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장 류 전 최고위원 본인은 윤리위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번 징계 결과와 관련해 홍준표 사당화란 주장을 펼쳤는데, 그는 “한국당이 홍 대표 사당화가 돼도 윤리위원들은 적어도 정의로울 것이라 믿고 소명했다. 충분히 많은 자료를 가져와 소명했음에도 윤리위원들은 당무감사위원회의의 권고에 따라 저를 제명 처리했다”며 “한국당은 죽었다”고 일갈했다.
 
특히 윤리위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같은 날 한국당 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류 전 최고위원은 “홍 대표는 (당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친박 청산을 내세우면서 뒤로는 사당화를 적극 추진해왔다”며 “조강특위 구성은 사당화 본격 추진 신호탄”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비선을 통한 공천 진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제가 문제 제기하자 윤리위로 제거하려는 것”이라며 “시도당이 가진 기초자치단체장 공천권을 비선 조직을 통해 공천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여의도 정가에서 돈다”고 의혹까지 적극 제기했다.
 
무엇보다 류 전 최고위원은 자신만 막말을 이유로 윤리위에 회부돼 징계 받게 된다는 걸 납득할 수 없었는지 앞서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홍 대표를 겨냥 “홍 발정제, 영감탱이로 대선 때 당 지지율 떨어뜨렸다. 당 대표 돼서도 나와 비교도 되지 않는 막말들로 당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홍 대표야말로 윤리위원회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홍 대표는 당 대표라고 윤리위 안 가면서 당권 휘두르는 건 시샘에서 비롯된 동지를 향한 정치탄압”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류 전 최고위원은 제명이란 중징계가 나온 뒤인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윤리위까지 겨냥 “어제 윤리위(표결 결과)는 5대4였다. 5명의 윤리위원은 제명 주장, 4명의 윤리위원은 경고 주장”이라며 “홍준표 막말을 윤리위에 제소했더니 2시간 만에 기각 처리. 한국당 윤리위는 그대에게 기각! 내게는 제명! 역사가 흐른 뒤 오늘이 평가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정주택 윤리위원장을 꼬집어 “친박이라고 하는 그들은 제명됐나? 그들도 제명 못 시킨 홍 대표 이하 한국당 윤리위원장은 뭐가 그리 겁나서 저를 제명시킨 건가”라며 “윤리위원장이 조직강화특위 위원이 됐다. 홍의 홍위병이 된 것”이라고 맹비난을 퍼부었다.
 
◆ 진흙탕 싸움 양상…柳 ‘동귀어진’에 洪 발목 잡히나
 
더는 잃을 게 없다고 판단했는지 류 전 최고위원의 폭로수위도 점차 높아져 갔는데, 제명 결정이 나온 직후 그는 “홍 대표가 최고위원회의에서 ‘너는 말하지 마라. 여자는 가만히 있는 것이 제일 예쁘다. 밤에만 쓰는 것이 여자의 용도’라고 했다”며 “그런 모욕적인 말도 참고 있었다. (당시) 홍 대표가 ‘아이고, 이런 말 하면 나중에 또 기사될라’라고도 했다”고 홍 대표를 몰아붙였다.
 
그러자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는지 당사자인 홍 대표는 물론 당까지 나서서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해 즉각 반격에 나섰는데,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4년 정치활동을 하면서 단 한 번도 성희롱 발언을 한 일도 없고 성희롱으로 구설에 오른 일도 없다”며 “어이없는 짓으로 당으로부터 제명당한 사람이 하는 말을 여과 없이 보도한 자체도 유감”이라고 사실무근이란 입장을 내놨다.
 
▲ 홍문표 사무총장은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해 “홍준표 끌어내리고 홍준표 욕하고 우리 당 망신시키고 그것 외에는 지금 하는 일이 없다”며 “류 위원 같은 경우는 어떤 분석을 해도 정상이 아닌 것”이라고 비난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홍문표 사무총장 역시 27일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류 전 최고위원에 대해 “그분이 말하는 걸 보면 당무감사 결과에 대해선 얘기를 한 마디도 안 한다. 정치적으로 홍준표 끌어내리고 홍준표 욕하고 우리 당 망신시키고 그것 외에는 지금 하는 일이 없다”며 “내년 지방선거는 국민을 상대로 하는 국민들 앞에 심판받는 선거인데 이렇게 철부지 같이 앞뒤 없이 류 위원 같은 경우는 어떤 분석을 해도 정상이 아닌 것”이라고 비난했다.
 
여기에 한국당 부대변인단도 성명을 내고 “류 씨는 비이성적인 기행과 정신분열증적 해당 행위를 멈춰야 한다”며 “류 씨의 천방지축 경거망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 천지분간을 못한 채 정치파탄적 기행을 일삼고 있다”고 홍 대표 측에 힘을 보탰다.
 
반면 친박계로 분류되는 김태흠 최고위원의 경우 전날 류 전 최고위원 징계 의결을 위한 긴급 최고위에 불참할 뜻을 미리 밝히면서 입장문을 통해 “저 역시 그동안 류 최고위원을 지켜보면서 언행, 자질 등에서 문제가 많고 최고위원으로선 행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해 왔지만 전당대회에서 정당한 선출절차에 의해 선출된 최고위원을 이렇게 제명시키는 건 온당치 않다”며 “윤리위마저 홍 대표의 홍위병으로 전락한 것은 아닌가”라고 류 전 최고위원을 도리어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류 전 최고위원 징계수위를 놓고도 윤리위 내부와 지도부 내 의견이 엇갈린 가운데 류 전 최고위원도 조용히 받아들이지 않고 라디오 인터뷰나 SNS를 통해 계속 홍 대표를 비판하고 있어 류 최고위원 때문에 자칫 홍 대표의 당 쇄신 작업까지 발목 잡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 홍준표 “혼란스런 당 정비 거의 다 돼…지금부터 속도전”

 
그래선지 홍 대표는 어떤 반발도 개의치 않고 오히려 더 박차를 가해 조직 혁신을 마무리짓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피력했는데, 홍 대표는 26일 오후 당사에서 열린 조강특위 위원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난 6개월 동안 당이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혼란스런 당이 정비가 거의 다 됐다”면서도 “지금부터는 우리가 속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 머뭇거리지 말고 거침없이 해달라”고 주문했다.
 
▲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지난 6개월 동안 당이 혼란스러웠지만 이제 혼란스런 당이 정비가 거의 다 됐다”면서도 “지금부터는 우리가 속도전을 할 수밖에 없다. 머뭇거리지 말고 거침없이 해달라”고 조강특위에 당부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그러면서 그는 “빠른 시일 내에 조강특위에서 당협위원장을 새롭게 선발해서 지방선거에 이길 수 있도록 조강특위 구성을 했다”며 특위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사실상 사당화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당 지도부가 전략공천을 하겠다는 방침 때문이다.
 
이런 우려를 일부 의식했는지 지도부에서도 해명에 나섰는데, 홍문표 사무총장은 27일 CPBC라디오에 출연해 “전략공천이 우선은 아니다. 지역마다 경선의 원칙을 지킬 것”이라며 “전략공천이 우리 최고위원회가 있고 그보다 공천만 하고 있는 공천심사위원회가 또 있다. 그것도 추천 받고 있는 위원회가 있고 이런 몇 단계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이 에스컬레이터 현상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한 사람이 상대에게 지는 사람을 전략으로 내놓을 수 있겠나”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하지만 류 전 최고위원 징계 의결을 위해 치러진 26일 긴급 최고위에선 김무성, 주호영, 김성태, 장제원 등 바른정당에서 복당한 22명 모두 당협위원장직을 회복토록 하는 내용도 함께 의결하면서 당내를 비박계 위주로 편성하겠다는 홍 대표의 의중이 드러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홍 대표의 조직정비가 어느 정도 막바지로 접어든 건 기정사실인 만큼 류 전 최고위원 퇴출로 조직혁신이 마무리 될지, 아니면 조강특위 발표 결과로 또 한 번 당이 뒤흔들릴 일이 발생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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