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으로 튄 ‘오픈 프라이머리’ 불똥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
여당발 오픈프라이머리 불똥이 드디어 한나라당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 8일 여당은 ‘국민 누구나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100% 개방형 오픈 프라이머리를 들고 나선 것이다.

결국 제1야당 한나라당도 여당발 오픈 프라이머리에 한 차례 커다란 소용돌이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내 유력한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둘러싼 의견 대립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암중모색’ 중이다.

야당으로 번지고 있는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보이지 않는 신경전에 정가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오픈 프라이머리.’

최근 정치권의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단어다. 일찌감치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은 물론 한나라당까지 모두 심각한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여당이 먼저 국회에 선거법 개정안을 제출함에 따라 유력 차기 대권주자들이 넘쳐나는(?) 한나라당은 점차 오픈 프라이머리 내홍에 휩싸이고 있는 형국이다.

‘빅3’ 분화 시작?

표면적으로 여권의 오픈 프라이머리 법제화에 대해 한나라당은 ‘정치적 꼼수’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속내는 점차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빅3’를 중심으로 확실히 갈라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현실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원천적으로 이 제도 도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박 전 대표 스스로가 3년 간 당권을 잡았고, 지난 7월 전당대회 당시 ‘친박’을 자처한 강재섭 대표가 현재 당권을 쥔 상태다. 따라서 대의원이나 당원의 표심을 잡기 유리한 고지에 있기에 현행 경선제를 반드시 사수해야 할 사명이 그들에게 있다.

반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화전양면’ 전술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압도적으로 높은 지지도를 무기 삼아 이 전 시장이 직접 “어떤 방식이든 받아들이겠다”며 한껏 여유로움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 측은 또 일반국민 및 여론조사의 확대를 요구하는 전투적 전략을 동시에 펼치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이 전 시장의 강한 자신감의 표현이자, ‘경선 방식에 불복해 당을 이탈할 것’이란 반대세력의 논리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아직 지지도가 낮은 점을 감안, ‘암중모색’하는 모습이다.

현재까지 한나라당이 합의한 경선 방식은 지난해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것(대의원 20%, 책임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이다. 여기서 각 후보의 노림수가 나타난다.

박 전 대표 측은 당권을 잡은 동안 완성된 현행 방식을 고수할 것이며, 더 나아가 대의원 및 책임당원의 비중을 높이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에 대응해 이 전 시장측은 지난 7월 전대에서 여론조사에서 이기고도 당원들에게 패배한 이재오 전 원내대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일반국민과 여론조사의 비중을 높여야만 하는 절박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 이명박 전 서울시장
‘친박’인 강재섭 대표는 취임 초부터 경선방식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일축해 왔고 지난 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도 “정략적인 선거법 개정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위한 선거법 개정에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맞서 사실상 내년 1월 꾸려지는 ‘이명박 캠프’의 선대위원장으로 내정된 이재오 최고위원은 언론과의 접촉을 통해 준 오픈 프라이머리 방식을 공언했다. 국민의 경선 참여폭을 확대해 선거인단을 1백만~2백만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이다.

이 의원의 한 측근은 “경선에 70만 전 당원의 참여와 이에 상응하는 일반 국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여기에 덧붙여 여론조사도 반영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그간의 선거가 ‘간접선거’의 형태라면 이번 제안은 ‘직접선거’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입장을 정리했다.

그렇지만 이런 주장이 ‘친이(親李)’ 진영의 통일된 입장이라 단정 짓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 지난 6일 이 전 시장은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떤 방식의 경선 제도든 받아들일 것”이라 밝혀 기존에 오픈 프라이머리를 주장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 제도가 받아들여지지 않더라도 조건 없이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 전 시장의 이같은 발언은 박 전 대표에 비해 당권 등을 기반으로 한 당심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탈자’가 아닌 ‘참여자’로의 시각을 의식한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즉,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따라갈 수밖에 없는 입장에서 이왕이면 당당한 모습을 연출하려 한다는 지적인 셈이다.

박근혜 vs 이명박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최근 북한 핵실험 이후 강한 이미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 전 시장 특유의 ‘정면돌파’라는 강력한 리더십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물론, 이 전 시장이 오픈 프라이머리를 이대로 포기할 가능성은 적다. 다만 전략적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한마디로 이 전 시장과 이 최고위원이 각자 역할분담을 한 것. 이 전 시장은 초탈적 관점을 지닌 ‘돌파형’ 이미지의 대선주자로, 이 최고위원은 제1야당의 오픈 프라이머리 전도사로 각각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국면에서 손 전 지사는 어떤 행보를 펼칠까. 현재까지 드러난 것은 “사회적 양극화 심화 및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서민경기가 파탄 나고 있는데 경선에 대해 논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잠정적으로 ‘친손’으로 분류되는 당내 소장파 의원들이 중심이 돼 오픈 프라이머리의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이유에서다. 원희룡, 남경필 의원은 지난 7월 전대 이후 줄곧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에 긍정적인 견해를 지닌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남 의원은 지난 4일 “오픈 프라이머리 요소를 한나라당이 도입하지 않을 수 없을 듯 싶다”며 제도의 수용을 표했다.

아울러 홍준표 의원도 지난 10일 “위헌적 요소를 배제한다면 한나라당이 오픈 프라이머리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위헌적 요소만 없다면 상대 당이 하겠다는데 무슨 명분으로 막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대목에서 당 지도부를 제외한 당내 일각에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
이런 소장파들의 주장과 함께 이 제도 도입은 ‘제3지대’의 대리전이 될 공산도 크다. ‘경선 과열 분위기 경계’ ‘대권 주자에 줄서기 반대’ 등을 주장하고 지난 13일 발족한 희망모임과 새로운 중립모임의 싸움을 말한다.

한편 공성진 의원은 당 홈페이지에 올린 장문의 기고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공 의원은 9일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게재된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면…’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대선 승리, 정권교체를 위해 우리 한나라당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악마와도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해 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그는 오픈 프라이머리가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줄여 정당정치의 본질에 더 부합한다”, “원내외 위원장들에 대한 ‘줄 세우기 폐해’를 막을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는 최근 ‘중립지대’가 급격히 형성되고 있어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 ‘중립지대’가 곧장 오픈 프라이머리와 연결돼 차기 대권후보 경선에서 적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지난 8일 “대선주자 줄 세우기를 하지 말자”며 출범한 ‘희망모임’에 이어 조만간 임태희-맹형규 의원 등을 중심으로 또 다른 중립 모임이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경선을 둘러싼 당내 계파간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갈 길 먼 대권주자

청와대로 가는 길은 아직 멀기만 하다. 오픈 프라이머리 도입을 두고 급격한 세 분화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나라당 차기 주자들의 행보 한 걸음 한 걸음에 정가의 시선이 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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