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분실 휴대전화, 새것 둔갑해 대량 밀수출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을 주로 운행하는 택시운전사들로부터 사들인 분실 휴대전화 수천대를 새것처럼 개조한 뒤 중국과 홍콩 등지로 밀수출해온 혐의(전파법 위반·횡령 등)로 박 모(32)씨 등 휴대전화 밀수출 조직 5명이 21일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구속됐다. 경찰은 박씨 등에게 분실된 휴대전화를 제공한 황 모(51)씨 등 택시운전사 15명을 불구속입건했다. 또 휴대전화 전자적 고유번호인 ESN(Electronic Serial Number) 복제 프로그램 판매책 백 모(25)씨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홍콩에 거주하는 휴대전화 해외 판매책 정 모(33)씨를 지명 수배했다. 경찰은 박씨 등으로부터 분실품으로 보이는 휴대전화 1200여대와 ESN 복제 프로그램 등을 압수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 등은 기사들이 많이 모이는 식당과 공항에서 중고 휴대전화를 비싸게 사주겠다는 명함을 뿌리며 접근해, 2002년 4월 중순쯤부터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 등으로 운행하는 택시운전사들로부터 승객이 분실한 휴대전화를 대당 2만∼20만원에 구입했다. 이들은 이렇게 구한 휴대전화 5000여대(시가 25억원 상당)를 대구에 있는 박씨의 원룸에서 고유 기기번호와 일련번호 라벨을 위조품으로 바꾼 뒤 케이스까지 새것으로 바꿔 중국과 홍콩 등에 밀수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인터넷에서 구입한 휴대전화 ESN 불법 복제 프로그램으로 분실된 휴대전화에 의뢰자의 휴대전화 ESN을 복제해 국내에 유통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ESN을 복제할 경우 새 휴대전화 단말기를 자신의 옛 휴대전화 번호 그대로 쓸 수 있게 된다. 경찰은 인터넷에서 분실된 신형 휴대전화를 싼 값에 산 뒤 박씨 조직을 통해 이런 식으 로 자신의 휴대전화로 바꿔 사용한 혐의로 대학생 이모(19)군도 불구속 입건했다. 잃어버린 전화기를 혹시나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애태웠던 피해자들은 결국 기약 없는 기대만 한 셈이며, 이들의 사기행각으로 해외시장에서 한국 휴대전화의 브랜드 이미지가 실추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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