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른, 뺏길 수 없는 ‘심장’ vs 민주, 김부겸·홍의락 당선되며 기대

▲ 대구시장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국당 소속 권영진 현 시장과 민주당 소속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본선 리턴매치의 성사 여부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김 장관이 40.33%의 득표율로 선전했지만, 권 시장(55.95%)에게 아쉽게 패한 바 있는데, 이후 김 장관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장관으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사진은 권영진 대구광역시장.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 오종호 기자] TK(대구경북)은 자유한국당의 아성이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내년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6석을 석권하겠다고 호언한 바 있는데, 이는 대구 경북을 기반으로 PK(부산경남)과 강원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TK는 무조건 이겨야하는 한국당의 본거지다. 그 중에서도 대구는 명분과 실리면에서 한국당의 심장이자 머리에 해당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넘볼 수 없는 볼모지였으나, 지난 20대 총선에서 김부겸·홍의락 의원이 당선되면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대구시장 선거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국당 소속 권영진 현 시장과 민주당 소속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본선 리턴매치의 성사 여부다. 2014년 6·4 지방선거에서는 김 장관이 40.33%의 득표율로 선전했지만, 권 시장(55.95%)에게 아쉽게 패한 바 있는데, 이후 김 장관은 총선에서 화려하게 부활해 장관으로서의 인지도를 높이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상훈 대구시당 위원장은 ‘(상대편에서) 내년 대구시장 선거에 누가 출마하면 가장 문제가 되겠는가’라는 질문에 “김부겸 장관 외에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역 프리미엄 권영진 시장, 이재만 최고위원 유력...후보군 넘치는 한국당
자유한국당에서는 권영진 현 시장의 재선 도전이 유력한 가운데 보수의 텃밭인 만큼 후보군이 여러 명이다. 이재만 최고위원, 이진훈 수성구청장의 출마 가능성이 높고, 달서구청장 출신 곽대훈 의원(달서 갑)과 우동기 대구시 교육감도 출마 여부를 저울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김상훈 의원(서구), 정태옥 의원(북구 갑)도 거론되고 있으며,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이 지역의 거물급 인사인 서상기 전 의원(북구을)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현역 프리미엄을 안고 재선 의지를 분명히 했다. 권 시장은 미래형 첨단도시 대구를 만들기 위해 청년 일자리 조성과 문화컨텐츠 확충, 전통시장 및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를 바탕으로 사회적 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있다. 또 4차 산업시대에 대비해 ‘미래형 자동차’ 산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행자부에서 조사한 지자체 합동평가에서 지역경제, 문화가족, 중점과제 등 3분야에서 최우수 등급을 달성하였다. 그러나 리얼미터가 조사한 생활만족도 시정 평가에서는 15위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다. 그에게는 남은 임기가 표심을 잡기 위한 중요한 발판이다.
 
유력한 대구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만 최고위원은 이달 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내달 중순께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보수의 심장이자 뿌리’인 대구를 바로 세워 수구 진보 정당 독단과 독주를 견제할 보루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수 정체성과 선명성이 가장 뚜렷한 본인이 한국당 후보가 되어야 압승하는 선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 외에도 최근 출마의사를 공식화하는 후보자들이 늘고 있다.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위대한 대구를 만들겠다”며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 구청장은 “대구 경제가 침체를 벗어나고 서울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에 올인하는 시장, 대구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 시장이 되겠다”며 “대구 경제가 역동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10조 대구 뉴딜(New Deal)’ 청사진을 시민께 제시한다. 신천 시대를 넘어 대구 젖줄인 낙동강과 대구를 관통하는 금호강 시대로 나아가고, 관문인 대구공항과 동대구역을 신성장 거점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어 대구국제공항 이전 문제와 관련해 "시민 의견 수렴 등 종합 검토와 절차를 제대로 밟아서 존치 또는 이전 결정이 신속히 나도록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21일 내년 시교육감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우 교육감은 “오랜 숙고 끝에 대구교육이 거듭나기 위해서는 내년 교육감 선거에서 새로운 리더십이 창출돼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며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는데,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하루,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아무런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며 대구시장 출마와 경북도지사 출마에 대한 즉답을 회피했지만 여전히 대구시장 후보군에 꼽히고 있다.
▲ 유력한 대구 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재만 최고위원은 이달 말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고 내달 중순께 출마를 공식 선언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지방선거를 “‘보수의 심장이자 뿌리’인 대구를 바로 세워 수구 진보 정당 독단과 독주를 견제할 보루를 확보하는 과정”이라면서 “그러기 위해서라도 보수 정체성과 선명성이 가장 뚜렷한 본인이 한국당 후보가 되어야 압승하는 선거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사지 / 시사포커스 DB
 
 
◆관료출신도 줄줄이...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송언석 전 기재부 차관 등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대구를 동북아 중심도시로 만들고 대구정신을 살려 ‘당당한 대구시민’ 시대가 활짝 열리게 하도록 시장 선거에 출마하기로 했다”며 "섬유패션, 기계, 금속, 부품산업 등 대구 전통산업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알맞게 고도화하고 관광 인프라를 확충해 명실상부한 관광도시가 되도록 기반을 다지겠다고 했다.
 
지역 정치인 외에 관료출신도 거론되고 있는데, 출마 선언을 한 김재수 장관 외에 두드러진 인물은 송언석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이다. 경북고·서울대를 거친 경제전문가인 그는 ‘민주당에 대항할 강단있는 젊은 인재’ 영입이라는 한국당의 요구와 잘 맞아떨어지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을 지낸 김재홍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사장도 인재영입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영남중을 거쳐 서울 중앙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뒤 산업부로 들어간 그는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맞춤형 정책으로 일자리 창출을 견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 인물 중에서는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탄핵정국에서 한때 박근혜정부 민정수석을 맡았던 그는 지난 총선 등 선거 때마다 단골로 출마를 강하게 요구받는 인물로 대구고와 서울대를 거쳐 검사로 명성을 날렸다.
 
한국당은 TK 지역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 보수 심장지에서 압승을 거둬 자존심을 회복하겠다는 것인데, TK에서조차 보수 적통임을 인정받지 못하면 당을 이끌 동력을 확보하기 힘들게 된다.
 
 
▲ 민주당 내에서는 “지역주의를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을 완수한다는 의미에서 김부겸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 30일 전에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는데 여권 입장에선 민주당이 힘들게 확보한 ‘TK 의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직 장관까지 포기해야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사진 / 오훈 기자
◆민주당의 확실한 대항마 김부겸, 장관·의원직 포기 부담...추미애, 홍의락 대안론도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재도전할지가 관심사다. 김 장관은 2014년 대구시장에 나서 현 권영진 시장과 대결해 선전(40.3% 득표)했으나 ‘반민주당 정서’를 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때의 자산을 토대로 2년 뒤 국회의원 선거(대구 수성갑)에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를 크게 누르고 민주당의 불모지에서 성공했다. 당 내에서는 “지역주의를 완전히 청산하고 민주당의 동진(東進) 전략을 완수한다는 의미에서 김 장관이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이 대구시장에 출마하기 위해선 선거 30일 전에 의원직을 내놓아야 하는데 여권 입장에선 민주당이 힘들게 확보한 ‘TK 의원’을 잃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현직 장관까지 포기해야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이러다보니 ‘대구 세탁소집 딸’ 추미애 당 대표의 차출론도 나오고 있다. 진원지는 청와대였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내각 참여로 험지인 대구지역이 무주공산으로 전락하자, 대구 달성 출신인 추 대표가 유력한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는 추 대표의 수락을 전제로 ‘좋은 카드’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추 대표 측은 “거론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대타로 거론되는 홍의락 의원은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당선돼 야당의 가장 강력한 후보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데 본인은 누누이 출마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어 본격적인 선거전이 진행돼 봐야 정확한 상황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선거와 무관하게 굵직굵직한 현안을 직접 챙기고 여야 갈등조정에 나서며 입지를 다지고 있다.
 
이재용 전 환경부장관은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에 당선되면서 정치 활동 재개를 공식화했다. 이 위원장은 1995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첫 민선 대구 남구청장에 당선됐고, 1998년 지방선거에서도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했으나 열린우리당 창당에 합류한 이후 계속 낙선의 고배를 마셨다.
 
이색적인 것은 정부 고위 공직자인 이승천 전 국회의장실 정무수석과 이상식 국무조정실 민정실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데 공직에 있거나 새로운 공직에 오를 예정이어서 당장 선거운동에 뛰어들 수 없는 형편이다.
 
이밖에 민주당에서는 임대윤 전 대구시당위원장, 박봉규 전 대구시 정무부시장 등이 거론된다.
 
 
▲ 대구시장은 3당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한국당 지지표를 일부 흡수해 여당인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선거연대 등 확실한 캐스팅 보드 역할로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실리를 챙길 수도 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포기할 수 없는 바른정당, 캐스팅보트 역할 톡톡히 할 수도
대구라는 지역의 특성상 바른정당도 고심이 깊다. TK의 ‘새로운 보수’ 기치를 내건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이 정작 본무대인 이 지역에서 ‘배신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데, 신보수 텃밭을 확보하기 위해 물러설 수는 없는 싸움이다.
 
바른정당에서는 3선을 지내 연임이 제한된 윤순영 중구청장이 간접적으로 출마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또 류성걸 시당위원장과 김희국 전 국회의원의 출마도 예상된다.
 
국민의당에선 사공정규 대구시당 위원장과 김태일 제2창당위원회 공동위원장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구도라면 대구시장은 3당 구도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바른정당이 한국당 지지표를 일부 흡수해 여당인 민주당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른정당은 선거연대 등 확실한 캐스팅 보드 역할로 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실리를 챙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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