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봉장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최대실적
과감한 M&A 투자확대 “변해야 산다” 통해

▲ 최태원 회장(사진)이 올해 웃음꽃을 피우게 만든 근간에는 작년부터 내세웠던 딥체인지(deep change)’ 전략이 올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SK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입가엔 연일 미소가 번지고 있다. SK그룹 효자 3인방 중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의 실적 상승 덕분이다. 지난해 시가총액 3위였던 SK그룹은 올해 이들 기업의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가가 상승하면서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2위로 올라섰다. 시가총액만 130조원대로 이를 정도로 도달하기 힘들 것 같았던 재계 2위를 꿰찼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18일 SK수펙스추구협의회와 지주사인 SK(주)합동 송년회에 참석하며 건배사를 통해 올해 좋은 성과를 거둔 임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영업이익만 무려 20조원을 넘어 설 것으로 보인다. 영업이익 20조원 돌파는 그룹 창사 이래 처음이다. 그만큼 올해 SK그룹이 괄목한 성장을 이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5년 광복절 특사로 석방된 이후 노소영 관장과의 이혼소송 개인사를 접어두고서라도 최태원 회장의 올해는 최고의 한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최태원의 '딥체인지' SK를 변화시키다
최태원 회장이 올해 웃음꽃을 피우게 만든 근간에는 작년부터 내세웠던 딥체인지(deep change)’ 전략이 올해부터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다.

딥제인지는 지난 2016년 최 회장이 SK그룹 확대경영회의를 통해 불확실성이 증가한 경영환경에서의 서든데스(Sudden Death·급사)를 피하는 방안으로 제시한 개념이다. 올해 신년 하례회에서 최 회장은 올해 경영목표를 ‘딥 체인지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고 선언하면서 작년 인사단행을 통해 전면에 나선 50대 경영진과 신성장동력에 중점을 두고 투자확대에 나섰다.

올해 6월 확대경영회의에선 딥체인지를 한 단계 진화시킨 ‘사회와 함께 성장하자’는 ‘딥체인지 2.0’을 선언을 선언하고 동방성장 및 상생경영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는 올해 연말 정기임원인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에 따라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에서 많은 승진발령자를 배출했다. 올해 괄목한 성장덕분에 사장단은 대부분 유임됐다. 특히 올해 최대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SK하이닉스 승진자가 유독 많았다.

최 회장의 딥체인지 구현을 위해 그룹은 글로벌 인재 찾기에도 나섰다. 에너지 화학 반도체 바이동 등 그룹 핵심사업 강화를 위해선 글로벌 인재 발굴이 시급하다는 판단에서다. 최 회장이 해외 출장으로 주요 사업을 챙긴다면 그룹에선 인재 발굴에 나서는 ‘투 트랙’ 전략을 펴왔다.

내년 SK그룹이 어떤 행보를 이어갈지 주목되는 점은 딥체인지의 열매가 어디까지 이어질까 여부다. 일단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 지난 6월 1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17 확대경영회의 모습ⓒSK그룹

◆SK하이닉스, 선봉장 나서 대규모 투자로 그룹 이끌어
올해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 선봉장에 서며 그룹 실적을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1일 기준 58조원으로 올초 33조원에서 무려 25조원 증가했다. SK그룹 시총이 129조원으로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달한다.

2012년 SK하이닉스가 SK그룹에 편입된 다음날 최 회장이 현재 미래기술연구원에 방문할 정도로 기술 혁신에 최우선 가치를 두고 있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글로벌 R&D센터는 이탈리아·미국·대만·벨라루스 등 4개국이다.

올해 최 회장은 반도체업계 최대 이슈였던 도시바메모리사업부문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한미일 연합군을 형성하며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하면서 SK하이닉스는 단숨에 낸드플래시 시장점유율 2위에 오를 전망이다. 최 회장의 공격경영이 빛을 발휘한 순간이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시장 강화를 위해 새로운 TF팀을 출범하고 96단 3차원 낸드플래시 개발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앞서 지난 4월 개발 완료된 72단 제품도 연말 시장에 본격 공급하며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낸드 기술력 강화에 나선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는 지난 10월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256기가비트(Gb) 트리플레벨셀(TLC) 3D 낸드를 4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양산한다”며 “512Gb 제품도 곧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D램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파운드리 부문도 강화한다. 지난 20일 이사회를 열고 중국내 합작회사 설립 및 공장 건설에 관해 논의하고 파운드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에 7천만 달러(약 756억원)를 출자하기로 결정했다. SK하이닉스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간 중국 충칭법인에 2억5천만달러(약 2천723억원)를 출자해 중국 충칭에 후공정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 올해 SK하이닉스는 최 회장의 딥체인지 선봉장에 서며 그룹 실적을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21일 기준 58조원으로 올초 33조원에서 무려 25조원 증가했다. ⓒ뉴시스

◆SK이노베이션, 공격적 투자 미래먹거리 발굴
SK이노베이션도 SK그룹 최대실적을 견인한 한 축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11조7589억원, 영업이익 9636억원을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조559억원(21.2%), 5487억원(132.2%) 증가했다. 증권가에선 4분기에도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올해 투자 규모는 약 4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영업이익은 3조원 달성은 무난하다는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래먹거리인 배터리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김준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며 "이를 중심으로 글로벌 제1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투자는 선제적으로 과감하게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20년까지 배터리와 화학 등에 10조원을 투자하고, 전기차 배터리부문에서는 2025년까지 세계시장 30%를 점유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배터리 생산 거점인 충남 서산에 중대형 배터리 생산을 위한 제2 공장동을 신규 건설하고 이 공장에 전기차 3만대 규모의 800MWh(메가와트시) 4호 배터리 생산라인 증설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실험 '공유인프라' 주목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은 딥체인지의 성과물이라고 평가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SK그룹의 두축을 형성했다. 최 회장이 지난 6월 확대경영회의에서 선언한 딥체인지 2.0은 개방형 협업을 통해 성과도 내고 있다.

SK네트웍스가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LoRa)’를 렌터카 사업에 적용해 차량 운행관리 서비스인 ‘스마트 링크’를 출시한 것은 대표적인 협업사례다.
▲ 김준(사진) 사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배터리와 화학분야를 집중 공략하는 딥 체인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SK이노베이션

SK텔렘콤과 SK매직 협업도 눈에 띈다. 공기청정기, 정수기 등 사물인터넷(IoT) 기능이 있는 제품을 SKT 스마트홈 앱에 연동해 기기제어, 에어케어, 헬스케어, 음성인식, 인공지능 등 다양한 생활 밀착 지능화 서비스를 제공하며 사용자환경을 개선시켜 시장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이외에도 딥체인지 실현을 위한 방안 중 하나로 공유인프라가 떠오르고 있다. 공유인프라는 기업이 가진 유무형의 자산을 외부에 개방해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한다는 뜻으로,  '사회적 가치'와 함께 SK그룹에서 가장 자주 언급되는 경영 개념이다. 

SK이노베이션이 '공유 인프라' 실천의 일환으로 자회사인 SK에너지가 보유한 전국의 주유소를 제공해 상생적 성장을 하기로 결정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SK이노베이션은 최종적으로 8개의 사업모델을 선정하고, 이후 주유소를 운영하는 SK에너지가 사업모델 선정자들에게 실질적인 공동사업기회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딥체인지 성과가 올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면 내년에는 협업을 통한 시너지와 최근 내세우고 있는 ‘공유 인프라 경영’이 화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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