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 증여세 부담 피하고 경영권 승계 악용 소지 다분
재단 이사장 대물림은 그룹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

▲ 두 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2015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총수일가가 대물림하는 것은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사회공헌 등 공공이익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한 기업의 공익재단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에 서면서 재단법인을 운영하는 대기업들이 난감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공익재단’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좋은 일을 하는 곳인데 대기업들이 이토록 재단법인 조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단 하나 공익재단 상당수가 오너일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기업공익재단을 살펴보면 공익재단 이사장 대부분은 특수관계인이거나 재벌기업 총수라는 점이다.
 
◆일부 대기업 공익재단, 경영권 유지 편법 승계 악용
정부는 공익법인에 출연한 계열사 지분 5%(성실공익법인 10%)까진 상속ㆍ증여세를 면제해주는 등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문제는 일부 대기업 총수 일가가 이를 악용 그룹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대기업과 총수는 계열사 주식을 공익재단에 출자하는 방식으로 상속세와 증여세 부담을 피할 수 있다. 그러면서 해당 주식을 우호 지분으로 활용해 경영권을 유지하는 편법 승계에 악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쉽게 말해 재벌총수가 계열사 주식 5%를 공익재단에 출연하고 이사장직을 양도하면 한푼의 증여세도 내지 않고 5%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상속 또는 증여세 부담 없이 특정인에게 경영권과 재산을 넘겨줄 수도 있다. 공익재단이 편법 승계로 악용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일부에서는 투명하게 공익재단을 운영하는 대기업도 있어 일방적 비판은 금물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국내 20대그룹이 보유한 공익재단은 40개로, 이들이 보유한 계열사 상장사 주식만 6조7000억원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와 삼성복지, 삼성생명공익 등 3개 재단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롯데그룹은 롯데문화, 롯데삼동복지, 롯데장학 등 3개 재단을 갖고 있다. 특히 롯데그룹은 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 중 5% 이상 보유한 곳만 2곳이다.
 
◆삼성문화·삼성생명공익재단, 이건희→이재용 ‘대물림’
우선 삼성그룹의 재단 중 한 곳인 삼성문화재단은 자산 규모만 2조원의 공익재단이다.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은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 삼성그룹은 삼성문화와 삼성복지, 삼성생명공익 등 3개 재단을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사진 / 시사포커스 DB]

이 부회장은 삼성문화재단 외에도 삼성복지,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고, 삼성생명 지분 0.06%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공익사업비로 연간 100억원 가량을 지출하며 교육, 사회복지, 문화‧예술, 장학 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목적사업 비중이 현저히 낮아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를 위해 운영해 왔다느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세청의 공익법인 공시서류에 따르면 삼성문화재단의 지난해 목적사업비 지출액은 총 수입액 797억원의 12.1%로인 96억원에 그쳤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의 경우는  총수입액 1조4170억원의 0.88%로인 125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 부회장의 경영 승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공익사업을 영위하는 이들 재단에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린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4.7%, 2.2% 보유 중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이 0.06%에 불과한 것에 비하면 위상을 짐작케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7.6%를 갖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재단 이사장직에 오른 대목을 보면 재단→생명→전자로 이어지는 지배구조와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삼성문화재단 보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지목한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지난해 2월25일 삼성SDI가 보유하고 있던 삼성물산 주식 3천억 원어치를 매입했다. 이날 이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도 삼성SDI가 보유하던 삼성물산 주식 2천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순환출자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구원투수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나선 것이다.

당시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물산 주식을 사들이기 위해 사용한 현금 3천억 원의 출처를 놓고 문제를 제기했다. 고 이병철 회장의 넷째 사위였던 고 이종기 전 삼성화재 회장이 2006년 10월 사망하면서 기부한 삼성생명 주식으로, 당시 삼성생명 주식 4.68%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기부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이 중 2.5% 지분을 2014년 6월 처분해 약 5천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가 삼성물산 지분 매입에 3천억 원을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2014년 마무리된 삼성가 상속재산 소송 과정에서도 고 이종기 회장 명의의 주식은 차명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이병철 회장의 차명주식이 이 부회장의 삼성그룹 승계에 활용됐다는 의혹이다. 두 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2015년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총수일가가 대물림하는 것은 지배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는 대목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달 2일 5대 재벌 수장과의 회동에서 “대기업 공익재단에 대해 이달 내 실태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삼성그룹 공익재단을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했다.
 
◆롯데 공익재단, 오너 지원 동원 의심 눈초리 여전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그룹 역시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등 등 4개 재단을 중심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그룹 역시 삼성과 마찬가지로 지배주주의 지배권 유지·강화에 활용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게 들린다.
▲ 지주사로 전환한 롯데그룹 역시 롯데문화재단, 롯데삼동복지재단, 롯데장학재단, 롯데복지재단 등 등 4개 재단을 중심으로 공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문화재단 이사장인 신동빈 회장(사진, 좌). [사진 / 시사포커스 DB]

롯데장학재단은 가장 많은 수의 계열사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장학재단은 작년 말 기준 대홍기획 21%, 롯데제과 8.69%, 롯데칠성음료 6.28%, 롯데역사 5.33%, 롯데칠성음료 우선주 5.12%, 롯데푸드 4.1%, 롯데정보통신 0.94%, 롯데캐피탈 0.48% 등 7개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가 아닌 BNK금융지주 1.77%, 삼광글라스 0.36%도 갖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신격호 총괄회장이 1983년 12월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현재는 롯데 총수일가 장녀 신영자 이사장이 맡고 있다. 신영자 이사장은 롯데백화점과 면세점 입점과 관련해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수십억원을 챙긴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 수감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대법은 최근 일부 무죄 판단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주문하면서 실형을 피할 가능성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이사장 박탈 가능성이 높다. 공익법인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임원직을 상실한다.

롯데장학재단은 총수 일가 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선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곳이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2007년 기부한 공시지가 500억 원가량의 토지를 하루 만에 롯데쇼핑에 700억 원에 팔기로 하고, 두 달 뒤 다시 가격을 올려 1030억 원에 매각한 것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았다. 롯데장학재단은 이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계열사 주식을 사들여 오너 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바 있다. 롯데장학재단의 지난해 총수입은 105억원으로 목적사업비로 48억원을 사용했다.

롯데문화재단은 신동빈 회장이 직접 2015년 10월 설립한 공익재단으로, 지난해 총수입은 209억원에 달한다. 목적사업비로 클래식 진흥 및 대중화를 위한 콘서트홀 운영에 89억원을 사용했다. 국세청 및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롯데문화재단은 롯데닷컴 1.03%(6만3578주), 롯데상사 0.38%(3428주), 롯데정보통신 0.68%(5만8268주),  코리아세븐 0.59%(21만5587주), 롯데케미칼 0.03%(1만1495주), 롯데칠성음료 우선주 1.18%(1425주) 지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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