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통합 강행에 국민의당 내 반대파, 당내 다수 내세워 압박…손학규가 변수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당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통합 강행 의사를 연일 피력함에 따라 과연 다수 의원들의 반대 압박을 넘어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시점이 점차 임박한 듯한 징후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2월 임시국회가 23일경 끝나는 만큼 이르면 내주 발표할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가운데 바른정당에선 양당 통합을 위해선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의원들과는 함께 하기 어렵다는 목소리도 없지 않아 최종적으로 몇몇 부분에서 견해차를 좁히고 통합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통합 속도 내는 安 “가만히 있으면 앉아서 망해”
 
김철근 국민의당 대변인에 따르면 지난 18일 안철수 대표는 강원 춘천시 강원도당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당원간담회에 참석해 비공개 발언 도중 “현재 39석인 국민의당을 이대로 가자고 하는데 그러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이냐. 우선 바른정당 상당수 의원을 자유한국당이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한국당이 1당이 되고 국회의장은 1당이 차지하는 관행에 따라 한국당이 의장을 가져가고 1당 위주로 아젠다가 세팅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이 상황을 뻔히 알기 때문에 더불어민주당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국민의당 의원을 빼 갈 것”이라며 “국민의당이 가만히 있으면 30석 이하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있다. 앉아서 망하는 일만 남게 된다”고 바른정당과의 통합 필요성을 역설했다.
 
앞서 공개 발언에서도 그는 ‘정체성이 다르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당내 반대파들의 주장에 맞서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을 때에도 한국당에 합류하지 않고 반자유한국당 기치를 들고 있는 정도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분들이지, 이 사람들도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하면 도대체 누구와 우리가 손을 잡을 수 있나”라며 “하나씩 정책연대를 통해 맞춰보고 있지만 (정체성에) 그렇게 큰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다”고 적극 반박해 통합론에서 한 치도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통합을 강행하겠다는 안 대표의 의지에 흔들림이 없자 이를 저지하려는 통합 반대파 측 움직임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는데, 통합 반대진영에서 매주 화요일마다 갖던 조찬 회동도 하루 앞당긴 18일에 열고 대책 마련에 부심했다.
 
이와 관련해 ‘평화개혁연대’ 측 정동영 의원은 19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통합을) 서두르는 것처럼 보인다. 안 대표 자신이 이걸 탈출구로 기획했겠지만 이건 당을 망치는 길”이라며 “저희가 반대하는 건 통합을 반대하는 게 아니고 보수야합을 반대하는 거다. 가만히 있으면 지금 보수정당 당원이 될 판”이라고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냈다.
 
정 의원은 이어 “어떤 경우에도 안 대표와 함께 따라가겠다, 통합해야 되겠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하는 분은 비례대표 여덟 분하고 지역구 몇 분해서 열서너 분에 불과하다. 이미 소속의원 2/3가 이 보수야합에 부정적”이라며 “우리 정당사에서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정당이 소속 의원들의 의사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고 통합을 강행한 사례는 없고 이건 의회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안 대표의 태도를 비난했다.
 
◆ 통합 반대파 “安, 통합하려면 당 나가서 하라”
 
특히 정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반대파들이 저지할 가능성을 우려한 안 대표 측이 양당 통합은 의총과 관계없고 전당대회만 거치면 된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서도 “합당이라든지 통합의 절차는 의원들의 만장일치, 또는 전폭적 동의 하에 이뤄지는 것이지 내가 대표니까 해야 되겠다? 이 당이 안철수 개인당이 아니지 않나”라며 “충돌하는 전당대회가 되면 완전히 그날은 안철수도 끝나는 날이고 국민의당도 끝나는 날”이라고 배수진을 치고 맞섰다.
 
▲ 평화개혁연대의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안철수 대표와 통합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통합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까지 보쌈을 해서 데려가겠다는 발상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통합파 측을 압박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다만 그는 ‘합의이혼’ 가능성과 관련해선 “저는 당을 지켜야 한다고 본다. 이 당을 지키는 것이 정치발전에 이익이고 또 국민에게 이익”이라면서도 “안 대표와 통합을 원하는 사람들이 나가서 통합하는 건 상관이 없지만 당을 지키겠다는 사람까지 보쌈을 해서 데려가겠다는 발상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다”고 밝혀 사실상 통합파가 나가란 뜻을 내비쳤다.
 
여기엔 박주선 국회부의장 역시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 박 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통합 중재파들과 회동을 가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원도 호남이 훨씬 많고 우리 지지 기반이 호남인데 거기에서 (통합) 반대여론이 너무 높다”며 “당원 뜻을 벗어난 통합이기에 꼭 통합하겠다면 (당을) 나가서 해야 한다”고 비슷한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평화개혁연대 측은 같은 날 전주에서 ‘보수야합 저지와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 토론회를 열어 반드시 통합을 저지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는데, 정 의원과 함께 참석한 천정배 의원은 “바른정당은 현재 국회에서도 문재인 정부를 사사건건 방해하고 있다. 바른정당과 통합하는 것은 반역사, 반민심, 반문재인을 위한 적폐연대”라며 “중도보수통합하자고 하는데 1차로 국민의당과 통합한 다음 2차는 한국당과 통합하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렇듯 통합 반대파도 안 대표에 뒤질세라 팽팽하게 대치하며 세 몰이에 나선 가운데 이들로부터 의원총회 소집 요청을 받은 ‘중재파’ 김동철 원내대표는 이날 “(의총은) 이번 주를 넘기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의원들 얘기를 들어보려고 한다”고 일단 의총 소집 쪽에 무게를 뒀다.
 
하지만 의총을 연다고 해도 지난달 있었던 끝장토론 당시처럼 결론을 못낸 채 흐지부지 끝나버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평화개혁연대 뿐 아니라 구당초까지 손을 잡은 상황이다 보니 소속의원 39명 중 통합 반대파 의원들 규모는 24~25명 정도 되기에 당장 반대파의 목소리가 높긴 하겠으나 그렇다고 통합을 강행하려는 안 대표를 탄핵이라도 시킬 방법은 당헌당규에조차 전무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통합파 측 주장처럼 의총 절차 없이 전당대회를 열어 통합을 추진하는 것 역시 지방선거를 반년 앞둔 현 시점에선 쉽지 않은 상황인데, 실제 이 문제와 관련해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전당대회는 당헌당규의 대표당원 전체의 과반수 참석해서 과반수 찬성해야만 의결되고 대표당원은 당연직, 선출직에서 우리가 만 명이 좀 넘게 되어 있어서 전당대회를 준비하는 데만도 한 달 이상 걸린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 앞서 언급했듯 이 의원은 안 대표에게 통합하려면 당을 나가라고 촉구하는 ‘통합 반대파’의 주장에 대해서도 “나가라고 해도 문제는 안 나가고, 당헌당규에 대표 탄핵 절차가 없기 때문에 방법은 최고위원회가 와해되는 건데 그렇게 되면 당 대표가 혼자 만날 기자회견 하는 식으로 최고위 할 수는 없지 않나. 대표를 끌어내릴 방법은 사실상 없다”고 맹점을 꼬집었다.
 
◆ 바른정당 기류 변화·손학규 귀국 등 일부 변수 남아
 
그러다 보니 현재로선 통합 찬반 양측 중 어느 한쪽이 우세를 점하지 못한 채 계속 평행선만 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한 바른정당 내 기류 변화라든지 곧 미국에서 귀국하는 손학규 상임고문의 개입 등의 몇몇 변수가 작용한다면 사태가 의외의 방향으로 전개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 얼마 전 한국당이 당무감사를 통해 사실상 바른정당에 잔류해 있는 몇몇 의원들이 복당 가능하도록 지역당협위원장을 교체함에 따라 이학재 의원 등 기존에 한국당과의 통합에 좀 더 방점을 둬온 의원들은 한국당 내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의 하나, 11명에 불과한 바른정당에서 국민의당과의 통합 이전에 또 다시 통합 방향을 놓고 논쟁이 일거나 자칫 탈당 사태까지 재발할 경우 이들과 통합을 추진하려던 안 대표는 내우외환을 겪는 지경에 처하는데다 자당 내 반대파를 제외한 나머지 의원들과 통합해도 당세가 이전보다 크게 쪼그라들게 되기에 이는 양당 통합을 뒤흔들 위험요소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 손학규 국민의당 상임고문이 귀국을 앞둔 가운데 통합파와 반대파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또 다른 변수는 지난 10월 초 미국으로 출국했던 손학규 상임고문의 귀국인데, 오는 21일 귀국을 앞둔 그에게 통합 찬반 양측은 모두 자신을 지지해주길 기대하며 국면 전환을 노리고 있다.
 
그래선지 이미 손 고문이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 그를 만나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바 있는 안 대표는 19일 오후 대전 중앙시장에서 열린 대전·충청권 당원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당 구성원의 일원으로 역할을 해주시길 바란다”며 노골적으로 러브콜을 보냈다.
 
이와 달리 통합 반대파 측인 정동영 의원의 경우 같은 날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보수야합 반대와 통합론이 충돌하는 상황에서 여기에 뛰어들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먼저 견제구를 던지기는 했으나 일부 호남 중진들 사이에선 안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도록 손 고문이 비대위원장을 맡게 해 당을 추스르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당 향방을 좌우할 변수로 급부상한 손 고문은 귀국 후 과연 누구의 손을 잡을 것인지 아직 입장을 명확하게 정하지 않고 있어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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