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오프’에 친박 다수, 복당파도 모두 복귀하진 못해…당 내홍 재발 우려도

▲ [시사포커스 / 오훈 기자] 자유한국당 당무감사 결과를 놓고 탈락자들의 반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 목적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어 지도부는 이에 대해 진화에 나서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 핵심들에 탈당을 권고하며 인적혁신을 시행한 데 이어 이번엔 당무감사를 통해 조직혁신에도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지방선거 대비를 명분으로 전체 당협위원장의 3분의 1에 가까운 29%나 물갈이했는데, 교체되는 62명의 당협위원장 중 친박 중진 의원들까지 포함돼 일각에선 사실상 친박 청산 작업에 화룡점정을 찍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인지 당장 당사자들 중 일부는 ‘홍준표 사당화’ 목적의 당무감사였다는 취지로 반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18일 한국당은 최고위원회의까지 취소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듯 폭풍전야의 상황으로 흐르는 가운데 이번 당무감사 결과의 의미와 더불어 향후 정치권에 어떤 여파를 미치게 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지도부, 친박 ‘찍어내기’ 의혹 일축…복당파 복귀도 7곳에 그쳐
 
이번 당무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비록 현역을 대상으로 한 컷오프는 4명에 불과했지만 선수를 막론하고 전원 친박계로 분류된 의원들인데다 원외 위원장 중에서도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김희정 전 여성가족부 장관, 김재철 전 MBC사장, 손범규 변호사, 전하진 전 의원, 박창식 전 의원 등 친박으로 꼽히는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친박 청산’의 일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그래선지 현 지도부 일원임에도 유일하게 교체대상에 포함된 류여해 최고위원도 “당 대표 사당화가 돼선 안 된다”고 이번 당무감사가 사실상 ‘홍준표 사당화’란 주장을 펼친 데 이어 권영세 전 의원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2012년 대선의 중심에 서 있었던 제가 홍 대표로선 불편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표적 감사란 시각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바른정당에서도 18일 한국당 당무감사 결과와 관련, 권성주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객관적 당무감사였다지만 국민 눈에는 홍 대표 사당화를 위한 계파감사”라며 “친박의 자리를 친홍이 차지한 것 말고 무엇이 다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홍준표 사당화’ 목적의 당무감사란 주장이 불거지자 당 내홍을 우려했는지 지도부는 즉각 진화에 나섰는데, 김성태 원내대표는 18일 MBC라디오 ‘양지열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는 물론 원내대표인 저도 발표될 때까지 그 결과를 전혀 모를 정도로 객관적으로 진행됐다”며 “이걸 무턱대고 또 당 내부적인 갈등요인의 하나로 비춰지는 부분은 저희들이 경계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원내대표는 바른정당 복당파를 넣기 위한 인위적 개편이란 일부 주장에 대해서도 “저를 포함한 복당파 의원들 지역도 이번에 당무감사 결과에 포함된 지역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22명 복당이 이뤄졌는데 7명, 9명이에요. 그럼 나머지 13분의 지역은 어떻게 되겠나”라며 “당무감사위원회에서 객관적인 수치로 개량화한 것이지 어떤 정치적 고려하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번 당무감사에선 바른정당을 탈당해 돌아온 복당파 22명 중 김 원내대표를 포함 김영우, 이진복, 여상규, 강길부, 홍철호, 정양석 의원에게만 당협위원장 복귀의 길을 터두었고 김무성, 주호영 등 중진급 의원들을 비롯한 복당파 의원 지역구 절반 이상엔 기존 위원장을 그대로 유지해 복당파조차 불만을 가질 만한 결과가 나왔다.
 
물론 향후 조직강화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 이들 7명 외에도 현재 복당파 의원들의 지역구 중 공석으로 남아있는 4곳인 충남예산, 부산사상, 서울 강남병, 대구 수성을엔 각각 홍문표, 장제원, 이은재, 주호영 의원 등 복당파 출신들이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볼 수 있으나 이들 외에 나머지 지역구는 공석도 아니고 이번 당무감사에서 교체대상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복당파 11명의 경우 다시 당협위원장을 맡을 수 있을지 불분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 당 내홍 우려에 당 기반인 TK와 반발 클 원내엔 거의 손 안 대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한국당은 당무감사 결과로 인한 여파를 우려해 홍 대표가 참석하는 최고위원회의 대신 김 원내대표가 주관하는 원내대책회의로 일정을 급히 변경했다.

이런 가운데 의외인 점은 친박계가 주도했던 지난 총선 공천 당시 모두에게 ‘노른자위’로 여겨졌던 당 지지기반인 TK(대구·경북) 지역에 대해선 거의 손도 대지 않을 정도로 기존 위원장들을 유임시켰다는 건데, 당협위원장이 없는 대구 북구을과 조원진 의원의 탈당으로 공석이 된 대구 달서구병 2곳을 제외하면 지난달 20일 건강상 이유로 사퇴한 양명모 당협위원장의 대구 북구을 외엔 교체대상으로 꼽힌 지역구가 하나도 없었다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또 인적 청산이란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현역의원 출신 당협위원장 교체 규모도 4명에 그칠 만큼 예상보다 적었다는 점 역시 관심을 모으고 있는데, 당무감사 결과 발표 회견이 있던 17일 이용구 당무감사위원장이 “교체대상자는 면했지만 현역의원의 경우 55점을 넘어도 60점에 미달한 의원이 16명”이라며 “부족한 부분은 개별 통보해 개선 여지를 주겠다”고 밝혔던 바에 비쳐 볼 때 현역의원 교체가 대규모로 일어날 경우 자칫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내홍이 재발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당무감사 결과 53.86점으로 탈락한 류여해 최고위원은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커트라인으로) 55점을 주장하고 관철했다”고 당시 최고위 분위기를 밝힌 바 있는데, 55점보다 낮은 50점으로 커트라인을 정하게 되면 혁신 취지를 살리기 부족할 수 있고 컷오프 규모도 한층 줄어드는 반면 60점으로 올리자니 현역의원 중 교체대상에 포함되는 이가 20명이나 되어버려 원내 반발이 커질 수 있다는 고민 속에 절충점을 찍게 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론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선 보수통합 목적에서 바른정당 의원들의 복당을 종용하기 위한 부분도 엿보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는데,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서초갑을 포함해 유의동 의원의 경기평택을, 이학재 의원의 인천서구갑도 교체대상에 넣으면서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장담할 수 없는 바른정당에 ‘샛문’을 열어줬기 때문이다.
 
즉, 이번 당무감사 결과에서 눈에 띄는 부분을 키워드로 정리해보면 ‘친박 청산’, ‘복당파 분할’, ‘TK 유지’, ‘현역반발 최소화’, ‘보수통합 러브콜’이 복합적으로 고려된 것처럼 보이는데, 한편으로는 이런 부분들이 결국 일부에서 제기하는 홍준표 사당화를 위한 사전단계 아니냐는 의혹을 보다 짙게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당권을 쥐고 있으나 당내 세력이 부족한 홍 대표가 장차 친정체제를 한층 강화하기 위해선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새 세력을 키우기보다 기존 세력을 자기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기에 당 쇄신을 명목으로 당내 다수인 친박을 해체하면서도 복당파 등 비박 중 일부를 당무감사와 조강특위 등의 조직혁신 과정을 통해 적극 포섭에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기 어려운 김무성 등 중진급 비박 의원들을 견제한 채 나머지 비박계를 흡수하려는 의도에서 이번 당무감사를 통해 복당파 전원을 당협위원장에 복귀시키지 않고 일부만 교체시켜 복당파를 분할하는 결과를 내놓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일각에서 흘러나오고 있는데, 내년 지방선거에 부산시장 후보로 출마하려던 친김무성계 박민식 전 의원마저 탈락대상에 포함된 것도 이런 시각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 친홍체제 구축? 반발 세력 및 洪 ‘대법원 판결’ 남아 쉽지 않을 듯
 
▲ 홍준표 대표에 대한 성완종리스트 관련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에 대한 최종판결이 오는 22일 대법원(사진)에서 선고될 예정인 만큼 이날 나올 결과에 따라 당 향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하지만 설령 친홍 체제 구축 의도에서 당무감사가 이뤄졌다 한들 여전히 여러 변수가 남아 있어 쉽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일단 탈락 당사자들의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탈락한 4명의 현역의원 중 1명인 친박계 유기준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보복’이라 주장한 데 이어 진동규 대전 유성구갑 당협위원장, 김척수 부산 사하구갑 당협위원장, 구본철 인천계양구갑 당협위원장 등 원외인사들도 한 목소리로 당무감사 재심사를 촉구했다.
 
여기에 서청원 의원 지역구인 화성시 시도의원과 당원들도 이날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권 장악에 심취된 지도부의 폭거”라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비박계인 박민식 전 의원도 오는 19일 국회에서 당무감사 수용 불가 기자회견을 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뿐 아니라 홍 대표에게 있어 가장 큰 변수는 오는 22일 ‘성완종 리스트’ 연루 혐의에 대한 대법원 판결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앞서 지난해 9월 8일 있었던 1심에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측근 윤모씨에게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유죄가 인정돼 1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1억원이 선고됐으나 2심에선 “홍 대표가 평소 친분이 없던 성 전 회장에게서 1억원을 받을 동기가 뚜렷하지 않고 오히려 금품 전달자인 윤모씨가 허위진술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대로 무죄판결을 내린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오는 22일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릴 것인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 홍 대표는 지난달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 사건은 법률적 쟁점이 하나도 없다”며 대법원이 사실관계가 아닌 법률심인 만큼 이변이 없을 거라 전망해왔지만 혹 유죄 취지로 대법원이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면 홍 대표가 심대한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당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심에선 실형을 선고 받았음에도 당시 현직 도지사 신분이란 이유로 법정 구속만은 피했으나 지금은 공직자가 아닌데다 면책특권이 있는 국회의원 신분도 아니어서 대법원에서 1심과 같은 판결을 내릴 경우 당헌당규상 당원권이 정지돼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물론 구속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인데, 이 경우 지방선거를 반년여 밖에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전당대회를 치르기도 쉽지 않아 당장 김성태 원내대표가 대표권한대행을 맡거나 비대위 체제로 당을 꾸려갈 가능성이 높다.

만일 이렇게 되면 홍 대표가 퇴장하고 김 원내대표가 당권을 쥐게 되면서 복당파 출신 의원들에게 힘이 집중될 것으로 보이는데, 이 경우 바른정당 잔류 의원들과의 통합 가능성도 현재보다 높아질 수 있어 22일 대법원 판결이 당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