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을 ‘패싱’하면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싸울 것”

▲ 자유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에 ‘싸울줄’ 아는’ ‘들개’를 자청하는 범친홍계의 김성태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로 무난히 당선됐다. 사진 / 오훈 기자
[시사포커스 오종호 기자] 자유민주당의 신임 원내대표에 ‘싸울줄’ 아는’ ‘들개’를 자청하는 범친홍계의 김성태 의원이 1차 투표에서 과반득표로 무난히 당선됐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즉시 축하 메시지를 보냈고 다음날 우원식 원내대표는 김 원내대표에게 덕담을 건넸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잠시였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국회 공전의 책임을 오히려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한국당 패싱’ 때문이라며 민주당에 역공을 펼쳤다. 제1야당에 대한 존재감과 대우도 요구했다. 이후 이날 하루 종일 곳곳에서 김 원내대표와 민주당 간에는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고, 주로 김 원내대표의 선제공격에 끌려다니는 모습이었다.
 
◆우원식 “김성태, 나라다운 나라에 걸맞는 보수혁신의 새로운 동력을 갖춘 적임자”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공전상태인 국회의 원만한 운영을 위해서는 신임 원내대표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김 원내대표의 취임을 계기로 산적한 민생·개혁 입법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성태 의원은 취임 일성으로 “문재인 정권은 더 이상 정치보복을 해서는 안 된다. 한풀이식 정치와 포퓰리즘 정책에 입각한 제1야당 패싱정책은 오늘부터 접어 달라”고 촉했다.
 
또 임시국회 전략에 대해서는 “국정원 특수활동비는 정치보복을 위해 시작헸기 때문에 불평등하고 공정하게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가 진정으로 국가정보원의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이 있다면 김대중, 노무현 과거 정부의 국정원 폐해까지 포함해서 국민들이 진상을 이해하고 새롭게 거듭나는 정보기관으로 나아가는 길로 가야한다”며 정치보복에는 강하게 저지할 뜻을 내췄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원내대표에 대해 “나라다운 나라에 걸맞는 보수혁신의 새로운 동력을 갖춘 적임자”라며 “오랜 노동운동을 한 사람이고 그 경험을 통해 친서민, 노동친화적인 철학을 가지고 있는 분이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당시 특위위원장으로서 합리적이고 균형감 있게 특위 활동과 청문회를 이끌어 국민적 신망을 얻은 분”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 김성태 원내대표는 우원식 원내대표에게 “제1야당 패싱하면서 밀실거래하는 장물을 만들고 공수처법 등 장물을 정상적인 물건으로 만들자고 하면 수용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김성태 “우리도 희생은 각오하지만 정치보복은 하지 말라”
하지만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첫 만남에서부터 ‘한국당 패싱’ 정치보복‘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치열한 여야관계를 예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함진규 신임 정책위의장과 함께 13일 오전 우 원내대표를 찾아 약 25분간 공개·비공개로 면담을 했다. 민주당에서는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와 강훈식 원내대변인이 우 원내대표와 함께 손님을 맞았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을 상징하는 빨간색 넥타이를 맸으며, 김 원내대표와의 개인적인 인연을 언급하며 “우리에게 놓인 여러 입법과제에 발을 잘 맞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기대를 표시했다.
 
김 원내대표도 “오늘 아침에 걸려온 전화를 받지 못해 제가 바로 전화를 걸었더니 대뜸 잘 싸워보자고 그랬다”며 “선수들끼리 잘 싸우는 것은 서로서로 이해하고 조정하면서 합의의 산물을 만드는 것으로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한국당 정치보복특위 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김 원내대표가 포문을 열면서 기싸움이 펼쳐졌다.
 
김 원내대표는 “지금 다방면,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는 정치보복 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며 “MB정권 초기에 정치보복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한 적은 없다”며 “우리도 희생은 각오하지만 보복은 하지 말아 달라는 말씀을 드린다”고 요청했다.
 
김 원내대표는 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공조에 대해 “아주 고의적이고 의도적으로 제1야당을 패싱한 밀실거래는 하지 말아달라”며 “미우나 고우나 제1야당인 한국당과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1야당 패싱하면서 밀실거래하는 장물을 만들고 공수처법 등 장물을 정상적인 물건으로 만들자고 하면 수용하기 어렵다”며 ”손쉽게 잡을 수 있는 국민의당과 먼저 거래하면 여야관계는 끝장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파트너 하기 싫다면 국민의당하고 계속하라“고 경고했다.
 
우 원내대표는 밀실야합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드러난 것만 봐도 그간 천번, 만번 이야기한 선거구제다. 그것이 밀실야합이면 오해“라고 반박했다.
 
이어서 그는 “한국당과 이야기해서 뭐가 되면 할 일이 없다. 한국당과 대화해서 될 일이 없다”며 “저희가 보기에 반대를 위한 반대니까, 결국은 여당은 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한국당에 책임을 넘겼다.
 
 
▲ 정세균 의장은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께선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력할 일이 있을 땐 적극 협력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서 국회가 잘 운영되도록 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김성태 “과거 어느 때보다 투쟁력을 갖추고 모든 협상에 임하겠다”
13일 오후 김성태 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처음 참석한 국회의장-원내대표 회동에서도 3당 원내대표 간에는 신경전이 오고갔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제1야당인 한국당이 본의든 본의 아니든 패싱되고 배제되면서 국민들이나 한국당 당원들로부터 야당이 맞냐는 질책과 비난이 있었다”며 “대여 투쟁력이 결여된 야당은 존재가치가 없다. 그렇기에 앞으로 한국당이 과거 어느 때보다 투쟁력을 제대로 갖춘 가운데 앞으로 모든 협상에 임하겠다”고 강조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는 ”싸우더라도 함께 춤출 수 있어야한다. 김성태 원내대표가 패싱이라고 하는데 패싱이라기보다는 함께 춤추지 못한 데서 생긴 문제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했다.
 
정세균 의장도 김성태 원내대표에게 “제1야당 대표께선 싸울 땐 싸우더라도 협력할 일이 있을 땐 적극 협력하는 리더십을 보여줘서 국회가 잘 운영되도록 해줬으면 한다”며 “법안이 7739건이나 밀려있기 때문에 임시국회가 다시 개회됐다. 세 교섭단체 대표들, 수석들이 대화와 타협을 통해 꼭 성과 있는 12월 임시국회를 마치고 좀 더 밝은 마음으로 편안하게 새해를 맞이하길 바란다"고 다독였다.
 
◆한국당, 5·18 특별법·군의문사특별법 무산시키고 개헌논의 가로막아
다음날인 14일 국회 상임위에서는 한국당의 비협조로 파행이 거듭됐고, 민주당 의원들은 어이없어하면 분통을 터뜨렸다.
 
더불어민주당은 14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5·18 진상규명 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것과 관련해 "과연 자유한국당은 진상 규명 의지가 있긴 한 건지 피해자와 유가족의 한 맺힌 절규가 들리기는 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전날 국방위는 전체회의를 열고 소위를 통과한 5·18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한국당 위원들이 여론 수렴을 위해 공청회를 먼저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해 처리가 무산됐다. 공청회는 15일로 잡혔는데, 한국당 의원들은 20일까지 해외출장을 위해 출국해벼려 임기 내 통과는 불가능해졌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개헌 의제 관련 정치권 논의가 합의점을 찾아갈 시기가 목전에 다가왔다”며 “그러나 한국당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방위에서 5.18특별법, 군의문사특별법 처리가 무산된 것에 대해 “공청회를 핑계로 발목을 잡는 것은 전형적인 반대를 위한 반대”라며 “이번 임시국회에서 부패한 동료 몇명을 구하려는게 아니라면 임시국회에 협조해야 한다”라고 질타했다.
 
우 원내대표는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를 향해 “김 원내대표에게 기대가 크다. 일하는 임시국회 실현에 앞장서줄 것을 촉구한다”며 “김 원내대표가 말한 한국당 패싱은 의도한 바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개혁법안에 있어서도 아마 한국당과 상당히 견해를 같이하는 법안이 많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찰떡공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사진 / 유용준 기자
◆민주당, 억울하고 답답해하면서도 한국당의 눈치보며 끌려다닌 이틀
김 원내대표는 1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한국당은 문재인 정권의 성공을 위해 화끈하게 협력할 용의가 있지만 제1야당을 의도적으로 ‘패싱’하며 국민의당과의 뒷거래로 국정을 끌고 가고자 한다면 온실 속의 화초로 자란 야당이 아닌 엄동설한에 내버려진 ‘들개’처럼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국회 운영위원장 몫에 대해서도 “지난해 여야 합의에 의해서 틀이 잡혀 있다. 그 합의에 따라 운영위원장은 당연히 한국당 몫”이라며 “이건 너무나 당연한 얘기인데 왜 자꾸 거론하는지 모르겠다. 집권당이 됐다고 하루아침에 룰을 깨면 되나”라고 협상의 여지조차 차단했다.
 
한편 김성태 원내대표는 그동안의 국회일정 비협조에 대해 민주당의 ‘한국당 패싱’ 때문이라고 시종일관 역공세를 펼치고 있다. 그러면서도 국민의당에는 “야당끼리 공조하자”고 제안하면서 민주당을 역 ‘패싱할 의도를 나타냈다.
 
이에 김동철 원내대표는 “12월 국회에서 큰 가닥을 잡고 2월 국회까지는 성과를 거두는 자리들이 있으면 좋겠다. 개혁법안에 있어서도 아마 한국당과 상당히 견해를 같이하는 법안이 많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그런 점에 있어서는 찰떡공조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무튼 캐스팅 보트라는 ‘꽃놀이패’를 쥔 국민의당으로서야 양쪽에 다 미지근한 긍정신호를 보내고 있다.
 
홍준표계와 김무성계의 지지에 친박계 일부의 지지표도 얻은 3선의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해 최순실 청문회위원장으로 반짝 스타가 됐으나, 바른정당에서 다시 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여론의뭇매를 맞고 한동안 자중해왔다.
 
하지만 이제 제1야당의 원내대표로 체급을 한껏 키우면서 존재감을 한껏 부각시킬 여건이 마련됐다. 이미 임시국회 일정도 절반이 지났고, 김성태 원내대표가 ‘들개’를 표방한다면, 산적한 입법처리에는 아무런 성과없이 내년으로 미뤈질듯하다. 민주당은 ‘한국당 패싱’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더 이상 협상의 여지가 별로 없어 억울하고 답답해하면서도 한국당의 눈치보며 끌려다닌 이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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