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필드 성공 뒤엔 주름 깊어지는 지역 상공인
이마트24 몸집불리기 한창 내실 부실 지적도
주35시간 근무제 도입…노조, ‘조삼모사’ 꼼수 논란

▲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찬 파격실험은 무모한듯하면서도 기존 유통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신세계그룹 유통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진행 과정에서 논란도 일고 있어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보인다. ⓒ신세계그룹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올 한해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정용진표 파격실험으로 재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대표작인 스타필드, 편의점 위드미의 사명을 바꾼 이마트24, 최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 등이다.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찬 파격실험은 무모한듯하면서도 기존 유통질서를 거부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신세계그룹 유통사업 재편을 주도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이마트24, 주35시간 근무제 도입 실험은 정 부회장을 떠올리게 하는 트레이드마크가 되고 있지만 결과물에 따라 평가가 엇갈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신세계그룹의 파격적인 시도가 그다지 성과가 신통치 않은 경우도 있어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일각에선 제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스타필드 성공만큼이나 지역 상권 몰락 붕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지역 소상공인의 불안감은 커져만 가고 있다. 또 포화된 편의점 시장의 과열경쟁으로 이마트24가 시장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은 적다라는 관측. 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이 국내 기업에선 한번도 시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도 확산이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때문에 올 한해 정 부회장의 파격실험 성공 여부는 내년에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여 성공할지 여부에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정용진의 야심작 스타필드 성공 안착…커지는 찬반 양론
정 부회장의 대표적인 ‘야심작’은 초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하남 스타필드와 올해 8월 고양점, 비수도권으로 처음으로 경남 창원에 스타필드를 입점하기로 하면서 정 부회장의 실험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첫 스타필드 개장을 알린 하남점은 지난 1년간 방문객수가 25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경기권 인구에 비춰보면 거주 인구 전체가 한번씩 방문한 셈이다. 하남 스타필드는 정 부회장의 경영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오픈 당시 정 부회장은 어떻게 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쇼핑시설을 만들지 많이 고민했다“면서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쇼핑몰을 만들고자 정말로 노력을 많이 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방문객이 몰리면서 실적도 덩달아 올랐다. 올해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226억원을 올리면서 시장에 연착륙했다. 오픈 1년 만에 본궤도에 오르면서 정 부회장의 실험이 통했다는 평가다.

고양점도 하남점과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고양점은 롯데몰 은평점과 이케아 고양점과의 서북권역 유통 패권을 놓고 경쟁이 불가피해 오픈 당시만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시각이 우세했다. 오픈 이후 방문객이 몰리면서 이른 감이 있지만 승기를 잡았다는 평이 많다. 방문객 수가 급감한 롯데몰 은평점과 이케아 고양점에 입점한 롯데몰 아울렛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서북권역 유통 패권은 스타필드 고양점이 주도권을 잡은 모양새다.

스타필드가 성과를 내고는 있다 하지만 지역 상권 붕괴를 걱정하는 소상공인의 시름은 깊어져가는 분위기다. 스타필드 내부는 발딛을 틈도 없이 방문객들로 북적이지만 문밖을 나오면 거리는 한산하다. 지역 상인들은 스타필드가 손님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지역 상인 중에는 스타필드가 들어선 이후 매출이 급감했다는 하소연을 털어놓고 있다. 논란이 커지면서 임대업으로 등록된 복합쇼핑몰과 아울렛도 유통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대규모유통업법을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대표발의 했다. 다행히도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신세계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 지난 11일 창원시 중소상공인·시장보호 대책위원회(상임대표 정경상 외) 관계자들이 신세계 스타필드 창원 입점 계획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최근 신세계가 경남 창원에 스타필드를 입점하기로 확정한 가운데 창원 지역이 창반 양론으로 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시민 삶의 질도 중요하다며 입점 찬성쪽과 지역경제를 위축시킨다며 반대쪽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지난 12일 미세먼지 저감 방안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타필드 창원 입점과 관련해 “스타필드 건축 허가 신청을 한다면 우리는 여론 수렴을 거친 후 시민의 뜻에 따라 하겠다며 현재 상황에서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다”고 부정적 견해를 밝혔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창원의 생산 유발 효과는 약 1조원, 고용효과는 1만 7000명으로 회사 측은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반대 여론이 극심하면서 건축 인허가가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신세계는 부천 상동 내 백화점 건립을 추진해왔으나, 인근 인천지역 상인들의 반발과 지자체간의 갈등으로 끝내 무산된 바 있어 이번에도 무산될까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 중이다. 정용진 부회장은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갈등이 해소돼야 들어갈 수 있다. 기다리라면 끝까지 기다리겠다”고 언급한 바 있어 스타필드 창원점 역시 갈등 해소 여부에 따라 입점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위드미→이마트24 변경, 외형 확장 속 적자 폭 커져
정용진 부회장은 또 다른 시험 가운데 하나는 만성적자인 위드미의 사명을 이마트24 변경이다. 3년간 3000억원 투자를 결정하는 등 과감한 승부수를 띄운 정 부회장은 기존 편의점 점주들의 불만사항을 반영한 영업시간 자율 선택, 고정 월회비, 영업 위약금 0원 등 3무(無) 정책을 표방하며 업계서 시도하지 않은 정책을 들고 나왔다.

이마트 후광을 편의점에도 입히겠다는 기발한 발상에 편의점 업계는 그의 실험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이마트24는 내실보다 몸집 불리기에 한창이다. 이마트24이전 위드미가 적자에 허덕이자 이마트는 총 7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현재까지 총 1580억 원을 지원했다. 이마트24 변경 이후 600억원이 투입 총 투입된 금액만 2180억원에 이른다.

11월 기준 이마트24 점포수는 2550곳으로 2014년 501곳에서 5배 증가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7월 3년 내에 5000곳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몸집 불리기에 부작용인지 이마트24 실적은 신통치 않다. 이마트24의 3분기 매출액은 205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80.9% 급증한 반면 초기 투자비용 증가로 영업손실은 78억원에서 114억원으로 늘었다.

편의점이 포화된 상태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끝날 수 있다. 이런 우려 때문인지 정 부회장이 앞서 언급했듯 점포수를 5000곳 이상 늘리기로 했던 이유다. 업계서는 이마트24가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선 5000곳 이상이 돼야 한다고 전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정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투자를 단행하고 있지만 후발주자로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려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며 “투자 외에도 다른사업자간 시너지를 어떻게 발휘할지가 정 부회장의 숙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12일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마트노조가 신세계그룹의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마트노조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에 노조의 반발
정 부회장은 스타필드와 이마트24 사명 변경에 이어 주35시간 근무제 도입이라는 다른 기업에선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파격 조치를 꺼내 들었다. 내년 1월부터 시행키고 하는 ‘임금의 하락이 없는’ 근로시간 단축 정책은 지난 2년간 체계적으로 준비해 온 장기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라는 게 신세계측의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대한민국의 장시간 근로문화를 개선해 임직원들에게 ‘휴식 있는 삶’과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하고, 선진 근로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하지만 35시간 도입 발표 이후 노조와의 잡음이 일고 있다. 도입에 반발하는 노조는 이마트민주노조와 이마트노조다. 한국노총 전국이마트노조는 주당 35시간으로 줄이는 임금협상에 합의한 상태다. 마트산업노동조합(이하 마트노조)는 지난 12일 기자회견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고용 없는 노동시간 단축, 소득상승 없는 최저임금 인상’ 의 조삼모사식 꼼수”라는 주장이다. 이마트 본사측은 마트노조의 주장에 “매년 노사 합의를 거쳐 임금을 결정하는데 2020년 최저시급이 1만원일지는 가정일 뿐”이라며 “35시간 근무 결과 월급이 얼마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마트측에 따르면 주 35시간 근로제가 시행되면 신세계 임직원은 하루 7시간을 근무하게 되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to-5제’를 시행하게 된다. 업무 특성에 따라 8시 출근 후 4시 퇴근, 10시 출근 후 6시 퇴근 등으로 유연하게 적용한다. 점포의 경우 근무스케줄을 조정해서 전 직원의 근로시간이 1시간씩 단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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