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민심도 갈라져…일부선 ‘안철수 재신임’ 주장도

▲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론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당내 반발을 무릅쓰고 호남 방문 일정을 강행했으나 당내 갈등만 분명하게 노출시켜버린 결과를 초래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호남 중진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9일 광주 방문을 시작으로 강행한 2박3일 간의 호남 행보를 마무리 짓고 당 향방에 대한 입장 정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떤 결과가 나오든 당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의 민심을 직접 수렴하겠다며 방문한 안 대표의 이번 현장행보는 오히려 통합파와 반대파 사이의 간극만 한층 분명하게 확인한 자리가 됐다.
 
또 안 대표 역시 내내 잡음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이번 호남 방문 직후에도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결코 굽히지 않아 이러다 분당으로까지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 계란 투척에 고성·욕설…난장판 된 호남 행보
 
안철수 행보의 호남행으로 한층 불붙은 통합 찬반파 간 갈등은 당 지지 기반인 호남지역 현장에서 계란이 투척되는 등 일부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되기에 이르렀다.
 
양측 충돌을 촉발시킨 건 바로 지난 10일 오전 전남 목포시 김대중노벨평화상기념관 일대에서 열린 제1회 김대중마라톤대회 개회식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당시 광주 안철수연대 팬클럽 회장이란 60대 여성이 통합에 반대해온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해 계란을 던진 뒤 “영혼과 양심까지 팔았느냐. 최근 너무한 것 아니냐”고 강하게 따졌다.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같은 날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저는 아무런 상처도 없고 계란을 닦아내고 행사를 무사히 마쳤다. 차라리 제가 당한 게 다행”이라면서도 경찰로부터 피해자 조사 출석 통보를 받았다며 “나주시 등 오늘 전남 일원 방문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박 전 대표가 ‘계란 투척’을 당한 뒤 아직까지는 수면 아래 있는 듯했던 통합파와 통합 반대파 사이의 갈등은 본격적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는데, 바로 그날 오후 2시 광주 조선대 서석홀에서 열린 ‘연대-통합을 위한 혁신 토론회, 안철수 대표에게 듣는다’ 자리에선 통합 반대 측이 나와 “대권욕을 위한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뜻을 같이 하는 분들과 탈당해 당 밖으로 나가 주장하기 바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안 대표를 기다리던 연대·통합 찬성 측과 신경전을 벌였다.
 
▲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는 지난 10일 지도부의 호남 일정에 동행한 가운데 안철수 대표 지지자로부터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해 통합 찬반파 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이에 안 대표 찬성 측은 ‘호남 맏사위 안철수’ 등의 현수막을 걸고 “안철수 힘내라”, “안철수가 무엇을 잘못했느냐”라며 통합 반대파를 몰아붙였고 안 대표가 도착하자 통합 반대 측에선 안 대표를 향해 “사퇴하라”라고 소리치는 등 구호전이 벌어졌다.
 
이 같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안 대표는 이날 토론회에서 “그 수많은 3당들이 왜 사라졌느냐.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외연확대를 못했을 때 사라졌다”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당이) 사라질까봐 그것이 정말 두렵다. 제가 생각한 대안은 바른정당과의 연대 내지 통합”이라고 거듭 통합론을 역설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책연대나 선거연대 수준에서만 언급했을 뿐 당내 반발을 의식해 자신이 직접 통합을 거론하는 건 자제하던 모습과는 다소 달라졌다고 할 수 있는데, 내친김에 이런 기조에 못을 박으려는 듯 안 대표는 바른정당을 적극 두둔하고 나서기까지 했다.
 
그는 하루 전 전남도당 당원 간담회에서 의견을 들어보니 바른정당에 대한 오해가 있었다며 “11명의 의원 중 7명은 수도권, 1명은 호남, 3명이 영남”이라고 설명해 ‘영남정당’이란 일각의 주장에 반박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고 두 번의 탈당 사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당과 합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적폐세력이 아니라고 바른정당을 옹호했다.
 
그러면서도 안 대표는 당일 오전 중 통합 반대파인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계란이 투척되고 통합 찬반 측 간 언성이 높아지는 등 점차 험악해지는 현지 기류를 의식한 듯 “서로 의견이 다르다 해서 본인의 주장 이외에 고함을 지른다든지 다른 분 의견표명을 막는다든지 물리적으로 위협하는 행동들 모두 옳지 못하다.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민주주의”라며 “앞으로 적어도 국민의당 내에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안철수 “이견 있어도 빨리 중앙당서 정리해야”…사실상 통합 강행 예고

다만 그는 토론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토론회 이전에 있었던 지방의원 간담회에선 통합과 관련해 ‘빠른 결론을 바란다’는 의견이 나왔다는 질문이 나오자 “현장에서 처음으로 결론이 빨리 나면 좋겠다는 의견을 들었다”면서 “그 내용도 참고해 의견들을 모아보겠다”고 통합 가속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에 힘을 실었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호남 방문 일정 마지막 날인 11일엔 전주 전북도의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선 바른정당에 대해 “반자유한국당 연대 파트너”라며 “여러 이견이 있을지라도 빨리 중앙당에서 이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공언해 어떤 식으로든 통합을 강행할 뜻을 재확인했다.
 
문제는 안 대표의 이런 태도에 대해 의견을 수렴해 결정하겠다던 당초 취지와는 상반된 모습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는 것인데, 이들 지역에서 통합과 관련해 별 공감대를 얻지 못했는지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있었던 현장 최고위원회의엔 전북 현역의원으로는 김관영 사무총장과 김광수, 김종회 의원만 참여했을 뿐 정동영·조배숙·유성엽·이용호 의원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아울러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실어주던 최명길 전 의원이 선거법위반 혐의로 당선무효가 되면서 최고위원직을 내려놨고, 뒤이어 박주원 최고위원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허위제보 의혹’으로 궁지에 몰리면서 이날 최고위에는 장진영 최고위원 외에 안 대표 곁을 지킨 사람은 없어 뒤숭숭한 당 분위기를 그대로 보여줬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 문제로 촉발된 당 내홍마저 점차 심화되는 양상을 띠어 이날도 안 대표 지지자와 반대파 지지자들이 기자간담회 현장에 몰려와 “안철수 파이팅”이나 “나가서 합당하라”고 외치는 등 서로 고성을 주고받으면서 작금의 당 상황을 보여주듯 혼란은 극에 달했다.
 
◆ 안철수 재신임론까지 거론…분당 수순 밟게 되나
 
아울러 당 지지율 역시 이런 혼란 속에서 저조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통합론으로 당 내홍을 부채질한 안 대표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된다는 ‘재신임론’까지 호남 중진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거기에 박주원 최고위원의 비자금 제보설도 비록 안 대표가 발 빠르게 선을 그었다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잦아들지 않으면서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향해가는 안 대표의 앞길이 한 치 앞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으로 흐르고 있다.
 
실제로 박지원 전 대표는 11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자꾸 안 대표는 통합의 통 자도 말하지 않겠다라고 했다가 또 돌아서서 통합 얘기하니까 오늘까지 왔는데, 거기에 박주원 최고위원 비자금 제보설이 불타는 데 갖다 기름 부어버린 것”이라며 “지금 보니까 최고위 회의에서 (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안 대표와 행동을 같이 하고 굉장히 앞장서서 그렇게 다니더라”라고 안 대표를 몰아붙였다.
 
▲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주장해 왔던 박주원 전 최고위원이 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 비자금 제보 의혹 역시 최근 안 대표를 압박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같은 당 최경환 의원 역시 이날 C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혜영 입니다’에 나와 “(박주원 사태가) 안 대표 뿐만 아니라 국민의당 전체에 큰 부담”이라며 “안 대표를 포함해 당 차원에서 대국민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고 입장을 내놔 안 대표 리더십은 벼랑 끝으로 몰렸다.
 
하지만 안 대표는 지난 9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까지 “안 대표는 제보사건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압박하고 나오자 같은 날 전남도당에서 열린 당원 간담회에서 “저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박 전 최고위원과 확실하게 거리를 둔 데 이어 11일 전북도의회 현장최고위에선 아예 “(박 전 최고위원) 한 사람의 과거 잘못이 우리 당의 현재와 미래를 가로막을 순 없다”고 맞불까지 놓은 바 있다.
 
그래선지 박 전 대표는 ‘재신임’론까지 거론하며 안 대표에 대한 압박수위를 한 단계 더 높였는데, 그는 안철수 재신임 의견과 관련 “당내에 그런 의견이 팽배하고 있다”며 “많은 당원들이, 대표가 되면 두 달 내에 20% 이상 지지도를 끌어올린다고 하더니 오히려 더 떨어져서 4~5%, 3~4%까지 가느냐. 그러니까 당대표가 책임지고 이러한 현 상태에 대해서 물러가야 되는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었다)”고 안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호남 중진들이 뭉친 ‘평화개혁연대’는 오는 13일 광주·전남에 이어 19일 전북, 27일 부산·울산·경남 등을 순회하며 반대 여론을 끌어 모을 예정이어서 일각에선 어떤 중재도 없이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현 추세가 지속될 경우 당이 쪼개질 수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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