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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출범 8개월, 시름 깊어지는 대한민국
박강수 칼럼니스트  |  5255s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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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11  15:49:14
   
▲ 박강수 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문재인 정부가 탄생한지도 벌써 8개월째에 이르렀다.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힘들고 빈발하는 안전사고 역시 이전 정부 때와 전혀 달라진 점은 없으며 북핵을 둘러싼 안보상황은 갈수록 악화된 끝에 미국 일각에선 전쟁 가능성까지 경고하고 있는 지경이다.
 
비록 아직 1년이 채 안 된 정권이기에 당장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는 건 무리일 수도 있다는 평도 있겠지만 헌정 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탄핵 이후 장기간 공백기를 맞았던 대한민국호를 이끌기 위해 사령탑에 오른 선장이라면 최소한 이전보다 위기관리에 한층 심혈을 기울여 이전보다 더 악화되는 것만은 막을 수준은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반년 넘게 이어져온 문재인 정부의 행보를 돌아보면 위기에 직면한 현재와 불투명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모습보다 오로지 과거 정권들을 심판하겠다는 이른바 ‘적폐청산’에만 매몰돼 지금도 그 끝을 누구도 알지 못한 채 매일같이 여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참으로 답답하기 이를 데 없다.
 
마치 ‘적폐청산’이 전가의 보도인 양 정권에 누가 될 만한 상황이 벌어지면 청와대 캐비닛이 열려 이전 정부의 문서가 공개되고, 적폐청산 수사를 연내 종결하겠다는 검찰총장의 발언에도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내비치는 작금의 청와대 행태는 진정 누구를, 또 무엇을 위한 적폐를 청산하겠다는 것인지 점점 의문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비단 이 뿐인가. 이전 정부가 질타 받았던 국민안전 문제에 있어서도 신정부 출범이 무색할 정도로 이전 정부보다 나아진 점을 전혀 보여주지 못해 대체 달라진 게 뭔지 의심스럽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특히 작년 7월 17일 평창 봉평터널에서 42명의 사상자를 낸 고속버스 졸음운전 참사가 벌어지면서 ‘버스 졸음운전’ 문제와 더불어 운전기사들의 열악한 운행환경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으나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올 5월 11일에도 평창군 봉평면 둔내터널 인근에서 고속버스가 졸음운전 사고를 내 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7월 9일엔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 인근에서 또 버스 졸음운전으로 18명의 사상자가 나오는 사고가 터졌을 만큼 안전사고가 빈발하고 있어 국민안전문제에 대해 차별화된 점을 좀처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지난 11월 2일 8명의 사상자를 냈던 경남 창원터널 유류 화물차 폭발사고는 또 어떤가. 비록 사고원인은 차량결함으로 밝혀지긴 했으나 사고 2년 전에도 화물차를 전소시킨 전력이 있는 70대 운전기사가 화물차량 운전을 지속하면서 사고 위험성을 한층 높여왔음에도 제대로 관리조차 되지 않아 사실상 인재를 방치한 셈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여당에선 내놓은 화물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에서도 화물차량 운전기사들의 지입제 폐지 요구에만 귀를 기울이고 정작 고령 운전기사에 대한 규제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인데, 정부 일각에서 고령의 화물차 운전자에 대한 적성검사를 도입할 거란 이야기도 나오고 있지만 국토부가 지난 2월 65세 이상 고령의 택시운전사 대상 적성검사 법안도 입법예고만 했을 뿐 업계의 반발에 눈치만 보고 있어 1년 가까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에 비쳐볼 때 이 역시 별 기대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권 교체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던 세월호 사건을 내세우며 국민 안전을 부르짖었던 게 부끄러워질 정도로 현 정권 하에서 얼마 전 발생했던 선창 1호 침몰 사건은 또 어떤가.
 
이 역시 여객선 수준으로 낚시어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면 크게 반발할 어민들의 눈치만 보면서 허술한 선박안전법을 손보지 않은 채 국민 안전을 외면한 결과 빚어진 참사인데, 제도적 측면 뿐 아니라 사고 발생 당시 해경의 늑장대응 또한 이전 정부 때와 큰 차이가 없어 국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진실로 국민안전을 생각하는 정부라면 여론보다 원칙을 우선해 과감히 규제할 건 규제하고 법령도 엄정히 집행해야 하나 그토록 고위관료나 재벌을 막론하고 ‘원칙대로’ 해왔던 정부답지 않게 이 같은 일부 반발에 대해선 일관성 없이 눈치를 보며 주저하고 있어 그야말로 '아전인수'식 원칙 아닌가 싶다.
 
경제 부문에 있어서도 이와 다를 게 없이 아마추어 행보를 보여주고 있어 대기업과 고소득층은 차치하고 자칫 우리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고 있는 중산층부터 중소기업까지 붕괴시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갑자기 6년 반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 것은 물론 올 연말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까지 상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리 인상은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고 투기 세력을 잡겠다는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과도 맞물려 이전 정부와는 완전히 반대로 총부채상환비율, 담보인정비율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신DTI를 내년 도입하기로 해 더 이상 대출 받아 집 사려는 움직임을 막으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거래량이 급감하면서도 성사되는 소수 거래 가격은 급등해 전반적인 부동산 가격 지표를 상승시키면서 도리어 실수요자인 1가구 2주택 이하 수준의 중산층까지 옥죄고 있다.
 
현 정부는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실패한 집값 문제까지 잡겠다고 불과 지난 몇 개월동안 무려 다섯 차례나 부동산 규제 정책을 내놓았지만 그 결과 집값이 잡히기는커녕 폭등하고 있고 정작 잡겠다는 투기층이 아닌 중산층만 잡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어설프고 연속성 없는 정부 정책에 날이 갈수록 하소연 할 곳 없는 피해자만 늘어가고 있어 큰 문제다.
 
한편 금리 인상은 부동산 정책 뿐 아니라 기업에까지 부정적 기류를 일으키고 있는데, 인천상공회의소가 최근 인천지역 15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2018년 기업 자금 사정에 관한 조사’를 벌인 데 따르면 인상된 기준금리가 자금 사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전체의 63.2%가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고 환율에 의한 자금 사정 악화를 우려한 비율도 56.3%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뿐 아니라 기업들은 이번 정부 들어서 시행된 금리 인상 외에 최저임금 인상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 역대 최고 수준인 16.4%로 급격하게 인상하려다 보니 벌써부터 현실을 도외시한 정책이란 비판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그 급여수준 이상 지급하고 있는 재벌 대기업 등에겐 별 영향도 없지만 영세업체, 중소기업, 소상공인들만 직격탄을 맞게 된다는 건데, 이를 위해 당장 정부에선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사업 명목으로 3조원 규모의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단순히 최저임금만 끌어올리는 게 아니라 업계 전체에 임금 동반 상승 압박 분위기를 조성해 최저임금 이상 지급하는 기업들에게도 부담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그나마 몇몇 일자리에 있어선 지속적인 외국인 노동자 유입으로 인해 임금이 떨어지면서 업계의 반발을 무릅쓰고 강행한 최저임금 인상효과까지 퇴색시키고 있는데, 어느덧 우리나라 실업자 수가 100만명 시대로 접어든 데 반해 통계청의 작년 외국인 고용조사(2016년 5월 기준)에 따르면 외국인 취업자 수는 전년대비 2만5천명 증가해 100만 명에 육박(96만 2000명)하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과 금리 인상으로 기업의 고용 창출 가능성을 스스로 막아놨던 정부는 어떻게든 취업률을 올리겠다면서 이젠 세금으로 봉급을 받는 공무원 수만 급격히 증원시키려는 극약 처방까지 쓰고 있지만 이 역시 연금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국가 부담만 커지게 된다는 점에서 아주 근시안적인 미봉책이라 할 수 있다.
 
위기는 경제 부문에 그치지 않는다. 외교·안보 분야에 있어선 한심하기 이를 데 없는 참담한 수준인데, 북한이 핵보유국을 목표로 미국을 겨냥한 ICBM 시험 발사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평창 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키겠다고 분위기 파악조차 못하는 엇박자를 내고 있고 사드 보복을 했었던 중국을 향해선 그 어떤 배상이나 사과 한 마디 받아내기는커녕 3불 선언을 하며 우리 스스로 족쇄를 채우고 있다.
 
이렇게 되니 오히려 중국은 한층 우습게보고 논의조차 없었던 ‘1한’까지 추가해 이제는 양국간 공식 합의사항인 양 3불 1한을 뻔뻔히 내세우면서 정상회담에 앞서 우리 측 기선을 제압하려 하고 있다.
 
당장 미국이 북한에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고 긴장수위가 높아져 가는 판국에 이렇듯 한반도 주변 정세 파악조차 제대로 못하고 행동하고 있으니 같은 행정부 내에 있는 국방장관하고도 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게 아닌가.
 
선심성 발언과 쇼맨십으로 이뤄낸 지난 8개월 동안의 지지율에만 취한 채 대내외 위기를 경고하는 목소리에 지금처럼 귀를 닫고 있으려 한다면 현 정권은 머지않아 파국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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