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일 칼럼니스트
지난 2014년 전국민의 뇌리에 잊히지 않을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이래 다시는 그 같은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거라 굳게 믿어왔건만 이 같은 기대가 무색하게 지난 3일 인천 영흥도에서 일어난 낚시배 ‘선창 1호’ 침몰 사건을 볼 때 여전히 예전과 달라진 게 없다는 데서 개탄을 금치 못한다.
 
사고 자체도 급유선 ‘명진 15호’의 추돌로 일어난 인재였는데, 체포된 선장은 올해 4월에도 화물선과 충돌 사고를 일으킨 전력이 있어 당초 제대로 주의만 기울였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참사란 점에서 무려 15명이나 목숨을 잃은 이번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세월호 사건 역시 과적 문제부터 여러 복합적 원인은 있지만 중요한 건 선장이 제 역할을 하지 않아 피해가 커졌다는 점에서, 평소 선박 운영에 있어 크게는 여객선부터 작게는 낚싯배에 이르기까지 기강 해이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비단 이뿐인가. 이번 선창 1호 사고에 앞서 지난 2015년 9월에도 동일한 무게의 낚싯배인 돌고래호가 제주 추자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해 15명의 사망자와 3명의 실종자를 냈다는 점에서 정부가 반복되는 사고에도 낚싯배 안전에 대한 제도적 정비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고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세월호 사건의 여파로 선박안전법이 지난 9월 말 국회에서 통과됐지만 사고 발생 시 대형 참사로 이어지기 쉬운 10톤 미만의 원거리 낚시어선은 그저 등록만 하면 영업이 가능할 정도로 현재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나날이 낚시 인구가 늘어나면서 사고위험성도 높아져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취약성을 보완하고자 현행 낚시어선어법의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연구까지 해놓기는 했지만 정작 낚시어선 선주와 관련 업계의 반발을 우려해 여태 정책화시키지 못하고 눈치만 봐 사실상 이 같은 참사를 방조했다.

현재 낚싯배는 승선인들이 어창을 개조한 객실에 누워 수 시간 동안 빠르게 이동하다 보니 전복사고에 취약한 데다 만재흘수선 표시의무 대상도 아니고 복원성 검사조차 항해구역과 상관없이 받는 수준이어서 여객선에 비해 안전 수준이 훨씬 떨어지는 실정이다.
 
이 같은 허술한 안전 규제를 노려 대부분 기존 어선들이 낚시 전용어선으로 무분별하게 개조되고 있으며 여기에 승선정원까지 초과한 상태로 출항할 경우 외부적 돌발 변수가 생기면 곧바로 전복되고 마는 것이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역대 해난 참사를 살펴보면 거의 빠지지 않는 원인 중 화물 과적 혹은 승선인원 초과가 꼽혀왔는데,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건의 경우 정원을 41명이나 초과했고 1993년 서해 페리호 사고 때는 무려 정원을 141명이나 초과해 사고를 자초했다.
 
비록 이번 선창 1호 사고는 승선인원 초과나 과적이 주 원인은 아니었지만 만재흘수선 표시조차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허술한 낚싯배 안전실태를 지금이라도 제대로 손보지 않으면 언제든 사고는 재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명히 경각심을 가져야만 한다.

이 뿐 아니라 무엇보다 답답하게 만든 것은 사고 발생 뒤 조난자 구조를 위해 출동하던 해경의 대응이었는데, 331명 중 고작 12명만 구조할 수 있었던 1970년 남영호 사건 때야 레이더 등 안전장비조차 없던 시절이었으니 변명의 여지라도 있겠지만 이번 사건에선 한시가 급한 조난자들이 직접 전화로 신고한데다 자신들의 위치까지 GPS로 찍어 전송했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사건 때와 다를 바 없이 계속해서 “어디냐”는 질문만 30분간 반복해 빈축을 샀다.
 
특히 구조된 인원들 중 선내 에어포켓 덕에 목숨을 구한 3명의 조난자들은 전화한 지 2시간이나 지난 끝에 겨우 구조됐는데, 이마저도 운 좋게 썰물 때라 공기가 유입되면서 살려달라고 소리쳐 찾을 수 있었지 해경은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도 불과 1마일 떨어진 파출소에서 현장까지 나가는 데만 37분이 걸렸을 정도로 늑장 출동했다는 점에서 먼저 반성해야 마땅하다.
 
물론 현장 여건상 양식장이 많아 새벽 어스름에 이를 우회하려다 보니 부득이 시간이 걸린 점을 고려해야 한다든지, 민간 계류장에서 출동하다 보니 출동을 위해 계류장을 빠져나오는 데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무작정 비판하기 이전에 예산지원부터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없진 않다.
 
하지만 예산만 탓하기엔 큰 인명피해가 발생해 국민 관심을 집중시키는 몇몇 사고 때마다 해경이 거의 매번 골든타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국가 지원만 문제 삼기 이전에 스스로 자성해야 할 부분은 없는지부터 응당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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