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반발 뚫고 통합 강행 박차…유승민도 호응

▲ [시사포커스 / 유용준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날이 갈수록 박차를 가하고 있어 양당 통합이 선거 전에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예산 정국이 끝나자마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잠시 미뤄뒀던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위한 행보에 다시 열을 올리면서 양당 통합이 실현될 것인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당내 반발 증폭에도 安 “외연 확대” 거듭 강조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의 이전에 일단 예산 국면에 집중하겠다던 안철수 대표가 예산안이 처리된 직후부터 적극 통합 추진 의사를 내비치면서 당내 갈등도 한층 증폭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는 이런 분위기에 전혀 굴하지 않고 연일 외연 확대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지난 4일 이미 취임 100일 맞이 기자간담회에서 “그대로 가자는 건 대안이 아니다”라며 당내 일각에서 불거진 통합 반대 주장을 일축했던 그는 6일엔 아예 호남 중진을 중심으로 뭉친 통합반대세력인 평화개혁연대에서 개최한 ‘국민의당 정체성 확립을 위한 평화개혁세력의 진로와 과제’에 나타나 야유 속에서도 꿋꿋이 3자구도 필요성을 내세웠다.
 
이런 행보를 놓고 안 대표는 ‘소통의 기회’라 표현했으나 한편으로는 ‘상대방 설득 노력’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통합 반대파의 토론회 한복판까지 들어와 기선 제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됐다.
 
이런 의지를 한층 확실하게 굳히려는 듯 그는 하루 뒤인 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 참석해 다시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와 손을 맞잡은 뒤 “다당제를 지키는 주축인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될 때”라며 “3당, 4당은 거의 예외 없이 대선이나 총선 직후 소멸됐다. 정당은 외연확대 없이는 소멸할 수밖에 없다”고 양당 간의 통합 추진을 정당화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안 대표는 바른정당을 향해서도 “서로 간의 생각의 공통점을 찾는 노력과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 치열한 토론을 통해 그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며 “끊임없이, 더 많은 인재들이 함께 하기 위해 그릇 만드는 일을 해야 되는 게 발 3당, 4당이 노력해야 될 부분”이라고 주문했다.
 
이는 얼마 전 예산안 처리를 놓고 양당 사이에 일어났던 이견 차를 꼬집은 것으로 해석되는데, 지난 5일 바른정당에선 유의동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과 했다는 (예산안) 합의는 그 형식과 절차가 밀실합의 같아 보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라고 국민의당을 싸잡아 비난한 데 이어 6일엔 유승민 대표까지 최고위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정책연대협의체 출발 이후 첫 시험대가 예산안이라고 말했는데 이번에 국민의당이 보여준 모습은 매우 실망스럽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 양당 통합까지는 난제 산적…정책연대부터 성공해야
 
물론 이 같은 바른정당의 지적에 국민의당에선 당장 김동철 원내대표가 7일 국민통합포럼 자리에서 “바른정당과 충분한 소통 없이 예산안 협상이 마무리돼 죄송스럽다”며 고개를 숙이자 유 대표가 “김 원내대표나 다른 분들이 충분히 사과했다고 여긴다”고 선뜻 받아들이면서 양측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긴 게 아니냐는 의혹은 금세 수그러들었지만 그렇다고 정책연대도 첫 단계부터 어긋난 상황에 양당 간 통합이 수월하게 진행될 거라 낙관하는 시각은 많지 않다.
 
바른정당에선 국민의당보다는 여전히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에 더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인사도 없지 않은데다 이를 노린 한국당에선 홍준표 대표가 지난달 29일 ‘샛문은 열려있다’고 추가 복당자에 대한 수용 가능성을 열면서 바른정당을 흔들려 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바른정당에선 6일 권성주 대변인 논평을 통해 “홍 대표가 보수우파의 얼굴로 있는 것이 바로 보수대통합의 최대 걸림돌”이라고 입장을 내놨지만, 한편으로는 홍 대표 체제만 아니라면 한국당의 보수통합에 대해서도 아직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기에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찬물을 끼얹는 변수로 작용할 여지가 없지 않다.
 
여기에 최근 국민의당에서도 통합파 의원 한 명이 더 아쉬운 상황에서 안철수계로 꼽히는 최명길 최고위원마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함으로써 이전보다 의원 수가 줄어들게 되어버려 양당 통합파가 주변의 ‘흔들기 시도’를 무시하고 통합을 강행하기엔 원내교섭단체 구성조차 확실히 장담하기 쉽지 않은 실정이다.
 
▲ [시사포커스 오훈 기자] 김동철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민의당 정당혁신 비전선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7일 국민통합포럼 세미나에서 “분명히 양당 간 통합의 때는 온다”면서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는데, 지금은 양당이 정책연대를 통해 굳건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순서”라고 속도조절에 들어가야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특히 김 원내대표는 예산안 처리를 둘러싸고 이견을 드러냈던 점을 의식한 듯 “예산은 그럴 수밖에 없었지만 양당 간의 정책공조는 순조롭고,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라며 “이렇게 착실하게 준비를 해나가는 게 지속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유승민 대표도 지방선거 전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 서비스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국회법, 방송법, 공수처 등을 일일이 나열하면서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공통으로 입법을 추구해야 하는 대목이 있다. 이번 입법공조를 통해 양당 간 신뢰를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우선 통합보다 정책연대 쪽에 더 방점을 뒀다.
 
그러면서도 유 대표는 이 자리에서 “이번 정기국회를 넘어서 양당이 진지한 노력으로 입법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으면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 데 이어 같은 날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이 정부 정책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공통분모를 찾는 진지한 대화와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통합 의지를 드러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국민의당 내 ‘통합 반대파’ 반발이 최대변수
 
이런 가운데 통합을 가로 막는 가장 큰 난관은 국민의당 내 반대파의 목소리인데, 박지원·정동영·천정배 의원을 주축으로 한 평화개혁연대 측이 안 대표 측에 누구보다 각을 세우고 있다.
 
먼저 천정배 전 대표가 지난 4일 조선대 강연 직전 연설문을 통해 “지역주의를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취해 온 영남 패권세력에 대한 투항을 영호남 통합이라며 국민을 현혹하고 있다”며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나서려는 안 대표 측에 직격탄을 날렸고, 박지원 의원도 7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안 대표는 호랑이 굴로 간다고 말은 하는데 쥐구멍으로 가고 있다”며 “바른정당과 (통합)하고 다음에 한국당 세력들과 통합해서 보수 대통령 후보가 돼 집권의 길로 가려는 것”이라고 안 대표를 공격했다.
 
또 박 의원은 당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서도 “안 되는 통합으로 가니까 자꾸 떨어지는 것”이라며 “통합하면 2등 정당으로 된다(고 하는데), 통합하면 꼴찌 정당 된다. 어디 다니면서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하는데) 그 통합의 살 길이 죽을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통합론을 주장하는 안 대표 탓으로 규정했다.
 
▲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서 안철수 대표를 겨냥 “통합 논의로 분란만 크게 일으키기 않았나. 정치적 판단력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상돈 홈페이지

비단 평화개혁연대 주축인 이들 외에도 그동안 안 대표에 날을 세워왔던 같은 당 이상돈 의원역시 7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한 자리에서 “(바른정당과) 정책연대협의체가 출범했다고 그러는데, 그게 당내 많은 의원들한테 크게 공감대가 있었느냐, 하면 저는 그게 별로 공감대가 없었다고 생각한다. 회의적”이라며 “제일 문제는 (안 대표가) 통합 논의로 분란만 크게 일으키기 않았나. 정치적 판단력에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안 대표를 향한 공세수위를 높였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의원은 “중도통합이라는 게 영국 토니 블레어 전 총리의 경우 노동당 기반 가지고 기존 보수당 정책에 실망했던 중도보수층을 흡수했던 것이지, 자기 기반도 없이 중간층 탈탈 털어서 집권하겠다? 그렇게 될 수 있나”라며 “우리 당이 작년 총선 때 지지도가 제일 높았다고 생각하면 당시 호남 유권자들 지지를 받았고 또 거대 양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이 우리를 지지했다. 그러니까 지지도를 높이려고 하면 원래의 두 그룹의 지지를 다시 획득하도록 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그는 거듭 바른정당과의 통합에 대해 “최명길 의원, 이언주 의원, 이태규 의원 이렇게 세 의원이 안 대표의 통합 드라이브, 바른정당과의 통합 드라이브에 가장 앞장서 있었지 대다수 의원들이 공감대를 가졌던 게 아니다”라며 “통합도 이제 통합할 수 있는 대상 자체가 거의 소멸되다시피 하지 않았나. 처음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공감대도 형성되지 않은 채 지도부에서 일방적으로 통합을 추진한다는 불만이 당내에서 확산되자 김동철 원내대표는 7일 국민통합포럼 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충분히 내부 토론을 안했기 때문에 그런 것(갈등)이 생긴다”고 인정하면서 “다음 주에 또 토론을 할 거다. 장시간 토론할 것”이라고 일단 갈등 봉합을 위한 토론회를 열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에 따라 내주 토론회가 당 향방을 결정하게 될 주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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