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 변경 ‘신의 한 수’ 오너 일가, 오리온홀딩스 63.8%
오너 일가→오리온홀딩스→오리온 지배구조 확립

▲ 돈 한 푼 안들이고 오리온 담철곤 이화경 부부가 오리온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를 장악하게 됐다. [사진 / 시사포커스 DB]
[시사포커스 / 김용철 기자] 돈 한 푼 안들이고 오리온 담철곤 이화경 부부가 오리온그룹 지주사인 오리온홀딩스를 장악하게 됐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공시에서 오리온은 유상증자를 단행,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은 오리온홀딩스 지분이 예전 30%에서 60%로 2배 이상 뛰었다. 이로써 오리온그룹 지배구조는 오너일가→오리온홀딩스→오리온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확립하게 됐다.

이게 가능한 배경에는 오리온홀딩스가 이례적으로 정관을 바꾸면서다. 오리온홀딩스는 9월26일 자사의 신주 발생 가능 수량이 ‘총 발행주식 수의 30% 이내’로 제한돼 있던 정관을 ‘무제한’으로 바꿨다. 당시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해 정관 변경에 나섰다는 게 오리온측의 설명이다.

정관 변경은 오리온 오너 일가의 오리온 지분 축소로 이어졌지만 반대로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오리온홀딩스를 통해 오리온을 지배하는 효과를 거두게 됐다.

오너 일가의 오리온 지분율은 28.36%에서 7.93%로 줄어든 반면 오리온홀딩스 지분은 이화경 부회장의 경우 14.57%에서 32.6%로, 담철곤 회장은 지분 12.83%에서 28.73%로 훌쩍 뛰었다. 자녀들까지 합한 오너 일가의 오리온홀딩스 지분율은 28.46%에서 63.8%로 급등했다.

담철곤 회장, 이화경 부회장의 감소한 오리온 지분은 고스란히 오리온홀딩스로 옮겨졌고, 오리온홀딩스는 오너일가 지분과 1000만주를 매수해 오리온 지분 37.37%를 보유 지주사가 됐다. 이 과정에서 오너 일가는 돈 한 푼 안들이고 오리온그룹을 장악하게 된 것이다. 정관 문구 변경 ‘꼼수(?)’를 써서 지배력 강화라는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오리온은 지난해 11월 공시를 통해 제과사업부문은 오리온(가칭)으로 재상장하고, 투자사업부문은 오리온홀딩스(가칭)으로 변경 상장해 지주사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지주사 전환은 지주회사→자회사 식으로 지분구조가 단순해져 경영 및 소유 구조의 투명성이 높이는데 있다. 하지만 소유 투명성보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지주사 전환에 매달린다는 비판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유상증자가 지주사 요건을 갖추기 위한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는 오리온측의 설명에도 지주사 전환한다고 밝힌 이후 일련의 과정이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는 부인할 수 없게 됐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