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의원선거구 획정안에 질타 쇄도…재개발지역 인구유입 가능성 간과 지적

▲ 서울시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구의원 선거구 조정 최종안 제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한 각 선거구에선 구의원 선거구 조정 문제를 놓고 벌써부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6·13지방선거가 반년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주민등록 기준 서울시 인구가 계속 줄어들면서 서울시 자치구 선거구 조정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지만 일각에선 신중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가 벌써부터 정치권 최대 화두로 떠오를 만큼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니 현재 서울시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 마련하고 있는 서울시 자치구 의원 정수 및 선거구획정안을 놓고도 일부 지역에선 이미 불만의 목소리까지 표출되고 있어 선거구 조정이 예상보다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민주당·국민의당 시의원, 구의원 선거구 조정 필요성 제기
 
올해 3/4분기 기준 서울시 인구는 9,891,448명으로 서울시 25개 지역구 구의원 366명(전체 구의원 419명 중 53명은 비례대표)의 의원 1인당 인구수는 현재 27025명 정도인데, 지난 2014년 10월 국회의원 선거구별 인구편차 기준은 2대1을 넘어서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재판소 판례를 감안할 경우 서울시 지역구 구의원 1인당 적정 인구수는 18017명(하한)~36034명(상한)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서윤기 서울시의원은 지난 10일 구의원 1인당 적정 인구수에 못 미치는 마포 나 선거구 등 12곳은 물론 상한선을 넘는 강서 마선거구 등 13곳에 대해서도 조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그는 최소선거구인 마포 나 선거구의 경우 최대선거구인 강서 마선거구와 인구편차가 약 4배 이상 난다는 점을 들면서 최근 인구변동이 큰 지역의 특성이 선거구 획정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뿐 아니라 서 의원이 지적하기 몇 달 전인 지난 6월에도 국민의당 소속인 김용석 서울시의원 역시 서울시 내에도 노원, 중랑, 양천, 강서, 서초, 강남, 송파구 등 7개구는 인구 상한선을 상회한 구의원 선거구가 있는 반면 마포, 은평, 강동 3개구는 인구 기준을 넘긴 선거구와 미달된 선거구가 혼재하고 있고, 특히 서초, 강서, 노원은 인구대비 구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구의원 선거구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었다.
 
▲ 김용석 국민의당 시의원(서초 4선거구)은 서울시 내에도 노원, 중랑, 양천, 강서, 서초, 강남, 송파구 등 7개구는 인구 상한선을 상회한 구의원 선거구가 있는 반면 마포, 은평, 강동 3개구는 인구 기준을 넘긴 선거구와 미달된 선거구가 혼재하고 있고, 특히 서초, 강서, 노원은 인구대비 구의원 수가 상대적으로 적다면서 구의원 선거구 조정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용석 시의원

그러다 보니 일견 여야를 막론하고 시의원들을 중심으로 구의원 선거구에 대한 지역구 의원정수 조정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듯하지만 일각에선 투표가치의 평등을 내세워 사실상 ‘게리맨더링’하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비판도 없지 않은 실정이다.

무엇보다 정부여당에 대한 높은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는 데 대한 자신감이 도리어 여당에서 적극 지역구 조정 필요성을 제기하는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는 주장인데, 만일 지지율이 낮았다면 선거구 의원정수 확대는 도리어 야권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높은 상황에선 지역구 의원정수를 늘리는 편이 자당 의원 당선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군소정당의 진출 가능성도 열려 야당의 목소리를 분열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대양당이 아닌 국민의당 측에서 선거구 조정 필요성을 먼저 제기했다는 것도 이 같은 비판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는데, 한 선거구별 의원정수가 2명에 불과했던 시절엔 해당 지역구에서 득표 수 1, 2위만 당선되다 보니 거대정당만 지방의회를 장악하게 됐지만 공직선거법 26조(지방의회의원선거구의 획정)에 의거 최소치인 2인을 넘어 3, 4인까지로 확대될 경우 3, 4등만 해도 의회에 진출할 수 있어 군소정당들 입장에선 지역구 조정에 결코 반대할 이유가 없다.

물론 군소정당 특성상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낼 역량이 충분치 않다는 조직력의 한계로 인해 거대정당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건 쉽지 않을 것이란 회의적 시각도 여전히 없지는 않으나 일단 원내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쥐었던 것처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은 거대 양당을 견제하면서 지역사회에 자당의 입지도 분명하게 확보겠다는 데에 1차적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야권의 정당 지지율이 여당과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반등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도 없지 않은데 그러다보니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당들은 조금이라도 당선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이미 지도부 사이에 선거연대를 공공연히 거론하며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 선거구별 인구 수 우선할 경우, 소외지역 발생 문제 있어
 
하지만 각 당의 사정과는 별개로 최대 관건은 결국 지역구 조정 범위를 어디까지로 하느냐는 것인데, 공직선거법24조 3항에 따르면 자치구·시·군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을 학계·법조계·언론계·시민단체 외에도 시도의회 및 시도선거관리위원회가 추천하는 사람 중에 시·도지사가 위촉해 구성하는 만큼 다른 곳은 차치하더라도 우선 서울시의 경우 시장이 민주당 소속이기 때문에 일각에선 여당에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되지 않겠느냐는 의혹의 시선도 보내고 있다.
 
전술했던 것처럼 선거구 조정을 찬성하는 측에선 지난 2014년 10월 30일 헌재의 국회의원 선거구 조정 판결을 명분 삼아 선거구별 인구수를 주요기준으로 삼아 선거구 조정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는데 이 경우엔 조정 결과 인구가 집중된 번화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만 반영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현재 서울시와 교외지역 간 인구 이동이 활발한 만큼 서울시 내에서 각 자치구 간 인구 이동도 재개발 등을 이유로 이에 못지않게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지역대표성이 지나치게 평가절하된 채 상대적으로 인구수가 적다고 주변 선거구로 통폐합하게 되면 해당 선거구에서 당선된 구의원은 통합선거구 내에서 인구수가 적은 지역보다 유권자 수가 많은 지역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선거구 내 유권자 수에 방점을 뒀던 2014년 헌재 판결을 내세우는 것은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표’로서 선출되기에 선거구 조정 이유로 타당할 수 있으나 해당 판결이 지방선거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었던 것은 물론 업무전반에 있어 국회의원보다 지역색채가 강한 지방의원에 대해선 단순히 인구수보다 지역대표성을 더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또 헌재는 이미 2009년에 자치구 의원에 대한 인구편차 기준에 대해서도 ‘60%’라고 판결을 내린 바 있어 이에 따르면 조정되어야 할 자치구나 선거구는 없는 셈이다 보니 사실상 정치인들이 저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아전인수식 근거를 내세우는 게 아니냐는 지역주민들의 비판도 상당하다.
 
◆ 구의원에 앞서 국회의원 선거구부터 조정돼야 한다는 주장도
 
▲ 서울시 구의원 총 정원은 공직선거법에 규정되어 있는데, 서울시의회는 이를 토대로 '서울특별시 자치구의회 의원 선거구와 선거구별 의원정수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구별 의원정수와 선거구를 최종적으로 정하게 된다. ⓒ서울시의회

이런 가운데 일부 지역에선 무작정 구의원 지역구부터 조정하기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구부터 조정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펼치고 있는데, 마포구의 경우 지역구 의원정수는 조정 이전이나 이후나 16명(지역구 기준) 그대로지만 마포갑과 을이 동수였던 이전에 비해 조정 이후엔 구의원 수가 마포을 쪽에 편중된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실제 용강동, 신수동, 대흥동, 염리동, 공덕동, 아현동, 도화동이 있는 마포갑 지역에는 구 의원 수가 8명에서 7명으로 줄어드는 반면 서강동, 합정동, 서교동, 망원1동, 망원2동, 연남동, 성산1동, 성산2동, 상암동을 포함하고 있는 마포을 지역엔 선거구 조정이 되면 구의원 수가 1명이 더 늘어나 9명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를 놓고 대흥동 지역의 급격한 인구 유출과 근래 지속된 상암동 등지로의 인구 유입을 고려한 결과라는 견해도 있으나, 당장 구의원 수가 줄어드는 마포갑 주민들은 인구 유출입 변동이야 앞으로도 얼마든지 유동적일 수 있는 만큼 이를 근거로 기존 동수였던 구 의원 수에 불균형을 일으키려 한다면 국회의원 지역구부터 조정해야 맞는 게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들은 인구 유출지역에 대해서도 그 원인부터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서울시에서 가장 유권자 수가 적은 선거구가 되어버린 마포 나 선거구만 들여다 봐도 당장 대흥동에는 약 1300세대, 염리동에는 2600세대 규모로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향후 2년 내 완공되자마자 새로 유입될 인구만 해도 16000명(4인가족 기준)에 달하며 마포갑 지역 전체 기준으로는 27000명(4인가족 기준) 가량 들어오게 돼 오히려 구의원 수를 더 늘려야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의 선거구 조정안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한 채 단순히 선거 시점만을 기준으로 한 근시안적 결과라며 지역사회의 질타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자치구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는 내달 5일까지 의견수렴을 마치고 13일경 서울시장에게 최종안을 제출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어 과연 이전과는 변화된 조정안을 내놓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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