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복당파’에 힘 싣자 경쟁후보들 洪 겨냥 공세 높여

▲ 자유한국당이 차기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경선을 앞둔 가운데 출마 후보군으로 꼽히는 의원들 중 상당수가 '홍준표 사당화'를 의심하며 복당파 출신 후보를 내세우려는 홍 대표에 맹공을 퍼붓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이 오는 12일 개최될 예정인 가운데 날이 갈수록 출마후보들 간 신경전이 격화되고 있는데, 그 표적의 중심에 정작 경선 출마자도 아닌 홍준표 대표가 오르면서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원내대표 후보들 중 바른정당 탈당파 출신인 김성태 후보가 사실상 친홍준표 후보로 꼽힌 데 따른 타 후보들의 연이은 압박공세인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대표 역시 절대 물러서지 않으면서 점점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을 띠고 있어 자칫 이번 원내대표 경선이 당 통합은커녕 내홍만 재발시킬 하나의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벼랑 끝 선 친박, 洪과의 ‘샅바싸움’ 승산 있을까
 
일단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 당내 다수를 차지했음에도 점차 폐족화 되어가는 친박계에선 당 혁신을 내세운 홍준표 대표의 활동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데, 친박계가 주도한 20대 총선 공천을 통해 원내 입성한 다수의 의원들 중 이른바 ‘강성 친박’만 꼬집어 ‘잔박’이라고 갈라치기 전략을 펼치면서 친박 핵심으로 손꼽히던 의원들의 위기감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친박계가 기울었다는 단적인 사례는 홍준표 대표가 베트남 방문일정으로 해외에 나가있던 지난 24일 의원총회에서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1억원을 수수했다는 혐의로 검찰이 소환한 데 불응키로 한 친박 핵심 최경환 의원에 대한 동료의원들의 태도였는데, 당시 최 의원은 “특검법을 발의하거나 여러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당에서 마련해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호소했으나 과거 친박계를 대표해 원내대표 경선서 당선됐던 정우택 원내대표조차 28일 기자들과 만나 “개인 판단일 뿐이지, 당 차원의 결정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앞서 최 의원이 의원총회를 통해 당에 호소했던 그날 홍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는 현재 검찰에서 최 의원에 대해 진행 중인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 없다”고 못을 박았던 만큼 해외에서의 원격 지시조차 영향을 미칠 정도로 홍 대표가 당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데, 이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까지 친홍준표계 인물이 당선되면 사실상 ‘홍준표 사당화’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당장 친박계는 물론 친박 색채가 옅은 중립적 의원부터 비박계에 이르기까지 홍 대표를 향해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 중 몇몇은 오로지 홍 대표를 견제하고자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선교 자유한국당 의원의 경우 지난 28일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저의 경쟁력은 최하위”라면서도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더는 못 본 척할 수 없어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정면으로 홍 대표를 겨냥해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실제로 한때 ‘원조 친박’이라 불렸으나 정작 친박 핵심으로는 분류되지 못했던 한선교 의원의 경우 지난 28일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은 저의 경쟁력은 최하위”라면서도 “홍준표 대표의 사당화를 더 이상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더는 못 본 척할 수 없어서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심했다”고 정면으로 홍 대표를 겨냥해 경선 출마선언을 한 바 있다.
 
특히 한 의원은 친박계를 과거 ‘바퀴벌레’부터 최근 ‘고름’, ‘암덩어리’ 등에 비유한 홍 대표의 발언을 일일이 열거하면서 홍 대표의 막말이 도를 넘었고 대표 자질까지 의심된다며 (곧 발표될) 당무감사 결과도 홍 대표 사당화의 도구로 쓰일 우려가 있다고 노골적으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라 한 의원과 마찬가지로 중립 성향의 온건 친박계지만 홍 대표와는 개인적으로도 가까운 편이었던 이주영 의원까지 당초 김성태 의원의 출마를 의식해 불출마하려던 입장을 번복하며 원내대표 경선에 출사표를 던지고 홍 대표와 각을 세웠는데, 일단 이 의원은 지난 28일 홍 대표가 페이스북을 통해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어느 분이 자기가 내 이름을 개명해줬다고 얘기하는 건 적절치 않은 처사”라고 자신을 직격한 데 대해 정면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그래선지 이 의원은 홍 대표와 같은 방식으로 2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당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에 이름 하나 바꾼 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냐. 저하고 진실공방이라도 벌이자는 거냐”면서 “요즘 홍 대표의 페이스북 정치에 대해 걱정하는 당원이 많다”고 일침을 가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독불장군에게는 미래가 없다. 당의 미래는 강경보수가 아니라 합리적 보수에 있다”며 “특히 막말에 가까운 일부 표현들은 당의 이미지를 더욱 비호감으로 만들고 있다”고 홍 대표의 리더십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비단 한 의원이나 이 의원 외에 아예 분명하게 친박계로 꼽히는 유기준, 홍문종 의원까지 홍 대표에 맞서 원내대표 경선 출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상황이다 보니 아무리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오던 홍 대표라지만 쉽지 않은 일전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일부 비박까지 홍준표에 견제구…洪 측도 SNS 설전 펼치며 공방
 
심지어 홍 대표의 막말을 지적하는 대열에는 일부 비박계 의원까지 합류해 한 목소리로 성토했는데,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후보군 중 한 명인 나경원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라며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홍 대표는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 나경원 한국당 의원은 지난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보수의 혁신, 변화의 가장 큰 걸림돌은 홍준표 대표의 막말”이라며 “원내대표 선거 초반부터 홍 대표는 겁박과 막말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고 홍준표 대표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무엇보다 이 의원이 칭한 ‘줄 세우기’란 표현에서 읽을 수 있듯 홍 대표가 이번 원내대표 선거를 ‘친홍 지도부’를 완성하기 위한 통과의례 정도로 보고 있다는 데에 일부 비박계까지 견제구를 던진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의원은 “보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막말을 더 이상 인내하기 어렵다”며 “원내대표 선거는 당의 미래에 대한 고민의 선택이 돼야 한다”고 거듭 홍 대표를 압박했다.
 
홍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이 같은 인식은 앞서 거론했던 한선교 의원의 발언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는데, 한 의원은 홍 대표가 김성태 의원에 힘을 실어주려는 점을 꼬집어 “당내 기반이 약한 홍 대표는 이미 복당파와의 손익계산이 끝난 듯 하다”며 “사무총장을 비롯한 주요 당직은 물론 수석대변인까지 복당파로 채웠다. 원내대표마저 복당파로 내세워 화룡점정을 찍으려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런 당내 반발에 직면한 홍 대표도 그저 침묵하고만 있지는 않았는데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박근혜 사당화 7년 동안 아무런 말도 못하더니만 홍준표 5개월을 사당화 운운하는 사람들을 보니 참으로 가관”이라며 “(당을) 수렁에서 건져내니 이제야 나타나 원내대표를 출마하면서 당 대표를 욕하면 의원들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느냐. 비전을 의원들에게 보여주어야지 당 대표를 견제하겠다고 내세우는 것은 틀려도 한참 틀렸다. 견제는 내가 아니고 문재인 정권”이라고 격하게 반박했다.
 
한 발 더 나아가 하루 뒤인 29일엔 지도부 일원인 이종혁 최고위원까지 “당 대표의 정치적 수사를 막말이라 대드는 분들이 있다. 그게 자신들을 겨냥한 것 같아 아프신 모양”이라며 “총구를 당 살리려 발버둥 치는 대표에게 겨누지 말고 나라 망치려고 작심한 좌파정권과 좀 싸워보라”고 적극 지원사격에 나섰다.
 
전직 국회의원이나 현재는 원외 출신 당직자인 이 최고위원의 경우 지난 27일에도 지도부 중 친박계와 가까운 김태흠 최고위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보면 대표가 원내대표 경선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계파를 없앤다면서 갈등을 야기할 수 있는 말을 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고 지적하자마자 곧바로 “우리 당내부터 대표에 대한 예우를 갖춰줄 것을 촉구한다”고 맞불을 놨을 만큼 대표적인 홍 대표 최측근 인사다.
 
◆ 홍준표,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 수위 조절 나설까
 
하지만 우선 강공에 나서는 자세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당내 반발 기류가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일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사태가 확대되자 홍 대표도 잠시 속도 조절에 나서는 모양새인데, 홍 대표가 임명했던 ‘복당파’ 출신인 장제원 수석대변인이 한선교 의원으로부터 ‘홍 대표와 손익계산 했느냐’고 비판 받게 되자 “마치 수석대변인이 감투인양 후배를 저격하고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챙기려 하는 모습에 이것이 정치인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며 “심한 모멸감을 느낀다. 그만두겠다”고 28일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장 수석대변인의 사퇴 소식을 접했는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한 홍 대표는 “아직 보고 못 받았다”면서 “사퇴하면 안 된다”고 급히 수습에 들어가려고 했는데, 29일엔 정우택 원내대표까지 MBC라디오 ‘변창립의 시선집중’에 나와 “친박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데 대해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요새는 계파라기보다 현 지도체제 또는 당 운영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과 이렇게 운영돼선 안 된다고 하는 그런 두 부류가 있다. 친홍, 비홍”이라고 에둘러 홍 대표를 비판하자 분위기 변화를 감지했는지 홍 대표는 의외로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바로 취임 인사차 여의도 당사로 찾아온 한병도 청와대 신임 정무수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홍 대표가 최경환 의원에 대한 국정원 특활비 수사 등과 관련해 지나치게 몰아붙이지 말아달라고 호소한 것인데, 홍 대표는 한 수석에게 “우리 의원들 자꾸 잡아가지 마라. 혐의가 있으면 수사는 해야겠지만 갑자기 연말에 많이 몰리니까 내가 당 대표인데도 차도살인한다는 말도 나온다”며 “여권에서 나를 도와줄 일도 없는데 차도살인(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한다는 말이 나오니까 부담스럽다”고 하소연 아닌 하소연을 했다.
 
비록 이 같은 발언이 잠시 당내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일종의 ‘립서비스’에 지나지 않는다는 혹평도 있기는 하나 그가 지난 17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뒤 기자간담회에서 “친박은 지금 자동 사망절차로 가고 있다”며 다른 당 일인 양 방관했었던 자세와는 사뭇 달라졌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홍 대표의 변화가 일부 나타나고는 있지만 친박 더 나아가 비홍 측 입장에선 오는 12일 있을 원내대표 경선이 홍 대표의 당권 독점을 저지하기 위한 마지노선인 만큼 향후 공세수위가 낮아지기보다는 경선일이 가까워질수록 후보 단일화 등을 비롯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당의 향방을 좌우할 그 결과에 벌써부터 모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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