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단일화', '보수 분열'로 흐르면 선거 필패

▲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이 서울시 교육청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지난 2014년 6·4교육감 선거 결과는 17개 시도 중 13개 시도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됐을 만큼 보수 후보들이 부진했던 가운데 내년 6월 교육감 선거에선 이전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교육감 선거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선거판을 뒤흔들 변수로 꼽히고 있지만 선거를 반년여 앞둔 지금도 일부 지역에선 여전히 후보들이 서로 난립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단일화를 추진하려는 단체들까지 우후죽순으로 분산돼 있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처음 맞는 교육감선거에서 상대적으로 보수 후보들은 이전처럼 쉽지 않은 경쟁을 하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진보 후보, 이번에도 약진할까…수도권 예측불가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에선 진보 진영에서 서울(조희연), 부산(김석준), 경기(이재정), 충남(김지철), 전북(김승환), 전남(장만채)은 물론 아예 전교조 출신 후보를 내세워 인천(이청연), 광주(장휘국), 세종(최교진), 강원(민병희), 충북(김병우), 경남(박종훈), 제주(이석문)까지 총 13곳을 석권해 사실상 보수진영의 완패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따라 서울의 경우 곽노현 전 교육감이 시작한 혁신학교 등의 정책을 계승한 조희연 교육감이 전임 문용린 교육감의 정책을 뒤집고 평준화에 방점을 둔 진보 교육정책을 다시 가속화시켰고 비단 서울 뿐 아니라 진보 교육감들은 무상급식이나 학생인권조례 제정, 자유학기제 도입, 자사고·특목고 폐지는 물론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등 교육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마다 한 목소리를 내며 대체로 강한 결속력을 보였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9년 만에 정권교체까지 이뤄지며 새로이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집권 반년이 지나도록 70%를 넘는 수준의 지지율 고공행진을 유지하고 있어 보수후보들에게 있어선 긴장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해도 보수후보들이 지난번 선거 이상 최악의 참패를 당하리라 전망하는 이는 많지 않은데, 보수나 진보에 치우친 정치적 성향보다는 일단 진실성, 청렴성 등의 인물 개인 요소가 승패를 좌우하게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무엇보다 수도권 선거에선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서울만 해도 공정택-곽노현-문용린-조희연 교육감으로 보수와 진보가 계속 번갈아 당선됐던 점에 비추어 후보의 정치적 성향만으로 선거가 어느 한 쪽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고 전임자들 중 각각 보수와 진보로 꼽히는 공정택 교육감과 곽노현 교육감은 선거법 위반으로 모두 중도하차했던 데다 비록 기소유예로 마무리됐지만 그 후임인 문용린 교육감과 조희연 교육감도 선거법 위반혐의로 법원을 오간 바 있기 때문이다.
 
서울 교육감들은 선거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로 구설에 휘말렸다면 인천은 이보다 더 나아가 직선제 이후 당선된 보수 성향의 나근형 교육감(초대)과 진보성향의 이청연 교육감(2대) 모두 뇌물수수 등 부패 혐의로 연이어 구속되면서 다음 선거에선 정치적 성향보다도 청렴성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 단일화 또한 내년 선거에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대표적으로 서울에선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당시 조희연 후보는 진보 유일 후보로 나서게 된 반면 보수 측에선 문용린, 고승덕, 이상면 후보로 표가 분산되면서 전체적으로는 보수후보들이 과반을 이뤘음에도 조 후보가 당선되는 반사효과를 얻은 바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무조건 단일화 효과만 노리기엔 조심해야 할 부분도 적지 않은데 지난 선거 당시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던 고승덕 후보에 맞서 문 후보가 ‘보수단일후보’를 표방하다가 보수단일후보 사칭 혐의로 기소돼 법원을 오가게 됐던 점을 들어 일부에선 이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또 현 교육감인 조 교육감 역시 선거과정에서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가 지난해 말 선고유예 판결을 받고 한숨 돌린 바 있어 후보들의 진실성에도 수도권 유권자들의 관심이 기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일부에선 조 교육감이 일단 대법원에서까지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 재출마에도 문제가 없어, 나오기만 하면 우선 20~30%의 현역 프리미엄 효과를 받을 수 있는데다 향후 정책 추진에 있어서도 교육안정성 측면이나 진보 성향인 현 정부와의 관계 측면에서 보수후보보다는 진보후보인 조 교육감을 재신임하게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재까지 내년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도권 지역 교육감 후보로는 먼저 서울에서 이대영 전 서울시 부교육감과 이주호 전 교육부장관 등 2~3명 정도가 보수 측으로 꼽히고 있으나 현재 재임 중인 조 교육감 역시 진보 교육감 재선을 위해 다시 나설 것으로 유력하게 전망돼 단일화가 되지 않는다면 보수후보에게 힘겨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울산과 함께 전국에서 교육감 구속으로 공석 중인 지역 중 한 곳인 인천의 경우 당장 무주공산이 된 만큼 보수 후보로는 고승의 전 인천시교육청 정책국장과 현재 신명여고 교장인 권진수 전 부교육감, 김영태 인천광역시의회 교육위원장, 안경수 전 인천대 총장, 윤석진 인천교총 전 회장, 이재희 경인교대 전 총장, 이본수 전 인하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고 진보 후보로는 고보선, 김경언, 김종욱, 도성훈, 신현수, 임병구, 하인호 등이 언급되고 있어 후보만 벌써부터 14명이나 난립할 정도로 혼전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다 보니 두 진영 모두 단일후보를 내기엔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많지만 그 중에서도 진보 단일화가 보수 단일화보다 힘들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이재정 현 경기도 교육감은 내년 6.13 선거에 출마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서울, 인천 외에 경기지역에선 현재 재임 중인 이재정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에 맞설 보수후보로는 일단 현재까지 이달주 태안초 교장, 석호연 전 유치원연합회 회장, 임해규 전 국회의원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 TK는 보수후보 난립, PK는 현 교육감 신임 기류
 
한편 국내에서 수도권 다음으로 인구가 집중된 지역인 영남지역 교육감 선거 판도에도 벌써 많은 이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 보수의 아성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TK)지역에선 일찌감치 보수 후보들이 난립하는 양상을 띠고 있고 있는 반면 부산·경남 지역은 진보 후보로 당선된 현 교육감들에게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일단 대구에선 우동기 현 교육감의 3선 도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고 경북 지역은 이영우 현 교육감이 3선으로 물러나게 돼 후보 난립이 점쳐지고 있는데, 권전탁 전 교육청 교육국장, 문영규 전 교육청 행정국장, 이경희 전 포항교육지원청 교육장, 안상섭 경북교육연구소 이사장, 임종식 현 교육청 교육정책국장, 이해우 경북교육포험, 임인배 전 국회의원, 이찬교 전 전교조지부장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중 이 전 지부장만 진보 후보일 뿐 나머지는 모두 보수 후보다 보니 보수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지금처럼 난립할 경우 이례적으로 경북지역에서 진보 교육감이 탄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와 달리 부산, 경남지역은 앞서 언급했듯 현 교육감의 지지도가 높은 상황인데, 경남지역의 경우 전교조 교육감인 박종훈 교육감이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어 심광보 경남 교총 회장 등 보수후보들은 도전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며 부산의 김석준 교육감도 진보 성향이지만 지역 내 반발을 의식해 학생인권조례 제정 공약을 철회하는 등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이면서 진보와 보수 모두를 아우르고 있어 보수와 진보 모두 어떤 후보를 내더라도 현 교육감을 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이들 지역과 달리 학교시설 공사업체 선정 과정에서 뒷돈을 받은 혐의로 김복만 교육감이 구속돼 현직 공석 상태인 울산에선 현재 김석기 전 교육감과 이종문·박흥수 전 시교육청 교육국장, 울산교총 이성걸 회장, 박광일 한국폴리텍대학 울산캠퍼스 학장 등 보수 후보 5명과 노옥희 전 교육위원, 전교조 창립멤버인 정찬모 시의회 전 교육위원장 등 전교조 출신 후보 2명 정도로 후보군이 압축되고 있는데, 대대로 보수후보가 당선되어온 지역이지만 보수 교육감이 이번에 비리로 구속된 데다 진보 성향인 현 정부여당의 지지도가 높다는 점 때문에 결과를 쉽게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호남·충청·강원 등 기타지역, 출마후보는?
 
이밖에 호남지역의 경우 전라북도만 해도 김승환 전 전북교육감, 김윤태 우석대 교수, 서거석 전 전북대 총장, 유광찬 전 전주교대 총장, 이미영 전 전북지역교육연구소 대표, 이재경 전 전주교육지원청 교육장, 천호성 전주교대 교수, 차상철 전북교육연구정보원장, 황호진 전 전북교육청 부교육감 등 후보가 난립한 상황이지만 대대로 진보 후보가 독점하다시피 해온 지역이다 보니 이번에도 큰 이변 없이 진보 교육감의 당선이 예상되고 있다.
 
또 충청권에선 지난 선거에서 유일하다시피 한 중도 성향 당선자인 설동호 대전 교육감이 재선에 도전하는 가운데 최한성 대덕대 교수, 성광진 전교조대전지부장, 한숭동 전 대덕대 총장 등 진보후보가 난립하고 있고 보수후보로는 김동건 전 시의원과 이창섭 충남대 교수, 이명주 공주교대 교수의 출마가 점쳐지고 있다.
 
끝으로 강원지역은 진보 성향인 민병희 현 교육감이 3선에 나서는 데 맞서 교총 출신인 신경호 전 춘천교육장과 민성숙 전 춘천시의원 등 2인의 보수후보가 나와 3파전을 벌이게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사실상 2020년 있을 21대 총선 이전까지는 이렇다 할 대규모 선거가 없어 정치권 역시 내년 지방선거를 서로 승부처로 여기고 있어 보수, 진보 후보 간 각축전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일단 교육감 예비후보 등록일은 시·도지사와 동일하게 선거일 전 120일인 내년 2월 13일부터 실시되는 만큼 내년 초로 접어들면서 선거 열기가 보다 뜨거워지면 유력후보군이 지금보다 한층 분명하게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