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특활비 ‘국정조사·특검’ 당론화하며 선전포고…성패 관건은 洪 태도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그동안 적폐청산을 내세워 전방위적 수사를 이어오던 검찰이 점차 칼날을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으로까지 겨누기 시작하자 지금까지 내부 수습에만 여념 없었던 한국당 역시 대대적으로 정부여당에 맞서 총공세에 돌입했다.
 
먼저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박근혜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특수활동비 청와대 상납 문제를 파고드는 검찰을 겨냥해선 검찰의 특수활동비 법무부 상납 의혹으로 맞불을 놨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국회 특수활동비까지 거론하며 여당까지 압박하기에 이르렀다.
 
이 뿐 아니라 때마침 일어난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 역시 제1야당으로선 대정부 공세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소재가 되어 심지어 정권을 내놓으라는 주장까지 펼치는 등 총력을 쏟고 있는데 이 같은 한국당의 공세가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한국당, 위기 앞에 결집? 친박 최경환 주장에도 호응
 
검찰 수사의 칼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넘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까지 향할 움직임이 보이자 그렇게도 내홍을 빚어왔던 한국당 내부가 현 정권에 맞서 조금씩 뭉치는 분위기다.
 
그래선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정부여당 지지율 때문에 일단 대대적인 정부비판엔 수위를 조절해오던 한국당이 바른정당의 원내교섭단체 상실로 사실상 유일보수당 자리부터 분명히 한 데 이어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공작 혐의로 구속됐던 김관진 전 장관이 지난 22일 법원에 의해 석방되자 이를 계기로 본격 국면전환을 시도하는 것이란 시각이 적지 않다.
 
또 홍준표 대표조차 성완종리스트 수사를 받던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 재임 시절) 국회 특활비로 나온 4000~5000만원 중 남은 돈을 부인에게 생활비로 줬다는 SNS글로 최근 특활비 사적 유용 의혹을 받게 되자 특활비가 아닌 월급을 준 것이고 특활비는 야당 원내대표들에게도 매달 전했다고 반격했다가 전혀 받은 적 없다는 발언이 당시 야당(현재 여당)의 원혜영 의원으로부터 나오면서 도리어 수세에 몰리게 된 상황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부분에 대해선 결국 홍 대표가 21일 ‘내 기억의 착오’라며 한 발 물러나긴 했으나 한 시민단체가 24일 홍 전 대표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한국당에 대한 검찰의 사정 칼날은 이제 지도부에게까지 옥죄어 들어오고 있다.
 
이렇듯 당내 위기의식이 팽배해지면서 24일 열린 한국당 의원총회에선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출당시키느냐 여부로 당내가 들끓으며 수세에 몰렸던 친박 최경환 의원까지 직접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높이기에 이르렀는데, 최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 국정원으로부터 특활비를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 정부의 정치 보복성 편파수사가 지나치다”며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최 의원은 “그동안 좌파 언론들은 저에 대해 롯데 50억원 수수, 면세점 인허가 개입, 해외 자원개발 개입 등 온갖 비리를 제기해왔지만 캐도 안 나오니 전 정권의 뭐라도 하나 캐야한다 이렇게 해서 국정원 특활비 뇌물 수수라는 황당무계한 죄를 저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는 것”이라며 “검찰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저를 죽이는 데 혈안이 돼 있는데 이런 검찰에 수사를 맡겨선 안 된다”고 결백을 호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혼자 감당하기에는 억울할 정도로 막무가내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건 명백하게 야당과 국회를 손아귀에 쥐어야겠다는 의도”라며 “제가 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달라. 특검법을 발의한다든지 공정한 수사를 받을 수 있는 그런 장치를 빨리 당에서 만들어주길 부탁드린다. 앞으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당 지도부와 함께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검찰의 압박이 단지 최 의원 한 명에 국한된 게 아니란 데에 공감대를 느꼈는지 이 같은 호소는 어느 정도 효과를 냈는데, 한국당은 이날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국가 권력기관의 특활비 불법 사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정조사와 특검을 병행키로 당론화한 데 이어 특검법 발효 전까지는 검찰이 수사를 중단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아울러 정우택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최 의원이 검찰 소환에 응할지 여부는 당이 아닌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라면서도 “다만 우리 당에서 특검법을 냈고 특검에서 조사할 수 있도록 지금의 검찰 수사 중단을 촉구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며 “촉구를 해놓은 상황이고 만약 우리 당을 위협으로 몰고 가는 상태에 온다면 극한 투쟁을 할 것”이라고 검찰에 경고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태흠 최고위원은 최 의원의 검찰 출석과 관련해서도 “의원 대부분은 수사에 특검이 도입될 때까지는 (검찰 수사에) 불응하자는 것이 다수 의견”이라며 “거의 (소환) 불응이라고 보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 [시사포커스 이광철 기자]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이에 힘을 얻었는지 최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가진 의총 직후 기자들에게 “당론으로 특검법을 발의했다”며 “특검의 공정한 수사가 중요하고 그 여건이 되면 얼마든지 조사에 응하겠다”고 사실상 검찰 수사 불응 입장을 밝혔다.
 
◆ ‘내홍 매듭’ 예단키엔 洪 ‘특검 범위’ 이견 드러내
 
하지만 아직 한국당이 대정부공세를 위해 완전히 뭉쳤다고 섣부르게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주장도 상당한데, 당장 24일 의총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특활비 국정조사와 특검에 대해서도 그 범위를 두고 홍준표 대표와 이견이 드러났던 점이 대표적으로 꼽히고 있다.
 
베트남 방문 중이어서 의총에 불참할 수 밖에 없었던 홍 대표는 이날 의총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달 과정에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보는데 우리가 특활비 국정조사와 특검을 요구하는 대상은 현재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다”라며 “현재 검찰에서 진행하고 있는 특활비 수사를 공정하게 하라는 것이지 수사 물 타기가 목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예 홍 대표는 이날 의총에서 특검법 발효 전까지 최경환 의원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혐의 등을 비롯한 검찰 수사 중단을 요구한 게 문제라고 지적하는 듯 “저는 현재 검찰에서 최모 의원(최경환)에 대해 진행 중인 국정원 특활비 수사에 응하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 마치 특정 의원을 비호하기 위해 특검 추진하는 것인 양 보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김대중, 노무현 특활비도 공정하게 수사하도록 특검을 추진하는 게 옳다고 했을 뿐”이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그러자 대정부 공세에 있어서 당장 한 목소리를 내려던 한국당에선 홍 대표의 이 같은 갑작스러운 이견에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데, 이미 당론을 결정한 상황에서 홍 대표의 지적에 따라 수정하기도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앞서 최경환, 원유철, 이우현 의원 등 한국당 의원들이 속속 검찰 수사선상에 오르던 지난 17일 “친박은 지금 자동 사망절차로 가고 있다”면서 일견 강 건너 불구경 대하듯 발언하던 홍 대표의 발언에 비쳐 이런 태도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수순이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아직 당무감사 결과부터 내달 원내대표 경선 등 당 내홍이 촉발될 여지가 있는 잠재요소가 상존하고 있어 머지않아 친박과의 충돌은 불가피한 만큼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인적 청산을 끝마칠 수 있는 이 같은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을 것이란 해석이다.
 
이를 증명하듯 홍 대표는 공수처 설치 반대, 김대중·노무현 정권 특활비 특검 촉구, 세월호 유골 은폐 사건에 대한 대통령 책임 추궁 등 문재인 정권을 견제하는 데에는 총력을 기울이면서도 이번 경우처럼 당내 친박계가 회생할 수 있는 여지에 대해선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렇듯 지도부 내에서도 동상이몽하는 상황에서 과연 한국당의 대정부공세가 힘을 받을 수 있을지, 아니면 오히려 여론으로부터 외면받게 되는 자충수가 되는 건 아닌지 그 결과에 벌써부터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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