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들 사이에서는 소비자들의 소비형태가 날이 갈수록 영리해지는 추세를 반영한 듯 소위 '스마트 소비자' 대응방법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은 물론, 오히려 이를 구매 활동에 적극적으로 이용함에 따라 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전으로 부상하고 있다. 과연 스마트 소비자들이 누구이며, 이들에 대해 기업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고객 정보를 관리할 수 있는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고, 고객에 접근할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짐에 따라 과거에 비해 오늘날의 마케터들은 상대적으로 풍부한 고객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고객 데이터 베이스를 열면 고객들의 인구통계학적 특성뿐만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떠한 제품을 얼마만큼 구입했는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고객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이며, 향후 어떠한 제품을 어떠한 방식으로 어필했을 때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IT 기술과 CRM 패키지의 보급이 과연 과거에 비해 마케팅 활동을 편하게 만들어주었을까? 대부분의 마케터들은 "결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물론 과거에 비해 향상된 IT 기술과 고객 분석 구조는 고객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고 있지만, 이러한 정보 기술의 발전은 마케팅 담당자뿐만 아니라 소비자들도 똑똑하고 까다롭게 만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예로 들어보면, 기업들은 인터넷을 통해 신시장과 신매체를 얻은 반면, 소비자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제품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게다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데 만족하지 않고 인터넷상에 특정 브랜드나 제품에 대한 커뮤니티를 자율적으로 만들어서 정보를 공유하고, 제품을 평가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커뮤니티내 구성원들이 공동 구매라는 방식을 통해 제품 가격과 선택사양에 대한 협상력(Bargaining Power)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일들은 인터넷의 보급과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들이었다. 이와 같이 정보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점점 스마트해지고,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도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스마트 소비자들의 등장은 마케팅 활동에 새로운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 '고객 데이터 베이스' 인터넷이 확산되기 시작하던 시기에 우리 나라는 IMF라는 경제적 시련을 겪었다.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많은 소비자들은 가능한 좋은 물건을 값싼 가격으로 구입하기를 원했으며, 인터넷은 이러한 욕구를 적절히 해소시켜 주는 역할을 하였다. 다양한 선택의 기회와 제품 정보를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고, 때마침 등장한 대형 할인점 등 할인업태와 더불어 소매 가격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인식도 심어주는 역할도 하였다. 이러한 경험을 한 소비자들은 점점 스마트하게 변화하였다. 즉, 제품을 구매하기 이전에 충분한 제품 정보와 가격대를 파악하고 구매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오프라인 매장의 점원들은 소비자들을 응대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토로한다. 용산 전자 상가에 근무하는 점원들은 "고객들이 이미 제품 가격대 및 제품의 성능도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응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그래서 "소비자들이 정보를 얻지 못한 신제품 위주로 제품을 추천하고 있지만 과거보다 소비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고 공통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고객보다 높은 정보력을 바탕으로 판매하던 시장도 이제는 고객이 주도권을 준 형태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스마트 소비자들은 단순히 정보를 수집하고 비교하는데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경험과 정보를 다른 소비자들과 공유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이 가시화된 것이 온라인상의 다양한 브랜드 커뮤니티들이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커뮤니티내에서 브랜드를 평가하고, 제품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공유하기 때문에 참여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결과 브랜드 커뮤니티의 제품 평가 영향력은 광고에 못지 않게 매우 막강해져서, 이들로부터 좋지 못한 평가를 받은 제품들은 시장에서 고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신용카드사나 통신업체 등에 대한 각종 인터넷 안티(Anti)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한편, 특정 제품에 대한 공통된 문제가 발생하였을 경우, 과거에는 개개인이 대응하던데 비해서 이제는 커뮤니티를 매개로 집단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과거에는 돈이 많이 드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의사를 표현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최근에는 인터넷을 통해 기업의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소위 전염 마케팅(Virus Marketing)이 마케터보다 소비자들에 의해 더욱 효과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갈수록 대응하기 힘든 소비자들 마케팅 분석가들은 이러한 브랜드 커뮤니티를 이끌고 있는 스마트 소비자들 중 상당수는 '카테고리 매니아'라고 말한다. 즉, "특정 제품 카테고리에 대한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브랜드에 대해서는 날카로운 비판 안목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라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충성스러운 고객으로 만들기 매우 어려운 소비자인 셈이다. 최근 조사결과를 보면 스마트 매니아 층은 소비자들 중에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들의 특징을 살펴보면 자신이 관심 있는 종류의 물건에 대해서는 가격에 관계없이 구매하며 신제품에 대한 관심도 높은 편이다. 또한 주위 사람들에게 제품에 관한 정보도 잘 가르쳐 주는 특징이 있다. 이들은 주로 20대 남성의 사무기술직, 관리직, 학생에서 많이 나타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스마트 매니아들은 스마트 소비자들에 대한 오피니언 리더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러한 스마트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은 온라인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되는 추세가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상에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폐점 시간이 가까운 야간에 할인점을 방문해 보면 낮과 같이 활기찬 것을 느낄 수 있다. 낮에 쇼핑할 시간이 없는 맞벌이 부부들이 주요 이용 고객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세히 보면 폐점 시간 직전 할인이 되는 아이템을 겨냥한 야간 쇼핑족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매장에서 만난 한 소비자는 "이제는 이 시간에 맞추어 쇼핑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며, "동일한 제품을 값싸게 살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반응이었다. 반복된 판촉과 할인을 경험한 소비자들은 광고, 판촉 활동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오히려 이를 역으로 이용하는 추세이다. 최근 제휴 카드 서비스 사용과 포인트 적립에 열심인 소비자들의 모습은 이를 잘 나타내주고 있다. 따라서, 마케터들이 생각하기 쉬운 가격 할인, 판촉물 제공 등은 소비자들에게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게 되었고, 이러한 경직된 마케팅 활동으로 단기적인 매출 상승 효과는 가져올 수 있겠지만, 고객을 감동시키고 유지시키는 역할은 점차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스마트 소비자의 리더, 카테고리 매니아 한편 분석가들은 스마트 소비자들에 대해 "까다로운 고객인 동시에 아이디어 창구의 역할도 하는 야누스적 존재"라고 평하고 있다. 스마트 소비자들은 일반 소비자에 비해 자신의 불만과 불평 사항을 적극적으로 기업에게 표현하는 편이다. 고객 만족에 관한 많은 연구 결과에서 고객들은 네 번의 구매 중에서 한 번 정도는 불만족하고 있으며, 불만족한 고객 중 5% 미만만이 불평을 하는 것으로 타나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고객들이 불평하기보다는 공급자를 변경하거나 구매하지 않는 소극적 반응을 보인다고 한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소비자 연대가 가능해지고 즉시 불만을 기업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스마트 소비자들은 제품에 대한 불만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 심지어 그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에는 불매 운동을 벌이는 경우도 많다. 최근 기업 및 브랜드 안티 사이트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증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스마트 소비자들은 마케팅 활동에 부정적인 참여 활동만 하는 것은 아니다. 고객 상담 사이트에 불만 사항을 논리적으로 설명함으로써,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스마트 소비자들의 등장에 따른 변화에 마케터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최근 한 연구기관에서는 스마트 소비자의 발생원인과 특성을 고려해 기술적인 대응보다는 '고객 가치 제공'이라는 본질을 바탕으로 대응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스마트 소비자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마케팅 역량 강화에 앞서 스마트 소비자들의 내면의 니즈를 우선적으로 파악해야 적절한 대응 전략을 도출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소비자 트렌드를 바탕으로 스마트 소비자들의 특성을 분석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니즈를 도출하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지치고 짜증이 나있는 스마트 소비자들은 소비생활에서 자신들이 마케팅 소구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존중받기를 원하고 있다. ▲소비생활이 전체 삶 속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이제 단순한 제품이 아니라 제품 구입 및 사용에 관한 총체적인 경험을 중요시하고 있다.(최근 스타벅스,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 경험 마케팅 사례가 속속 성공하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마케팅 활동에 노출된 소비자들은 이해하기 복잡하고 어려운 편익 프로그램보다 단순함을 통해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진솔한 마케팅을 원하고 있다. 변화된 소비자의 니즈를 분석해야 이와 같은 스마트 소비자들의 니즈는 마케터들에게 IT 기술에 의존한 마케팅에서 벗어나 기본에 충실한 고객 대응 방식의 필요성을 알려주고 있다. 우선 고객 내면의 니즈 파악과 더불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노력도 강화해야 한다. 유명한 역사가인 E.H Carr는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마케팅도 역사와 마찬가지로 고객과 기업간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서만 발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은 고객에 대한 진지한 이해와 대화의 노력 대신에 CRM 패키지, 광고와 판촉 등의 기계적 마케팅에 열을 올려왔다. 그 결과 소비자들은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에 만성화되어 마케팅 효과가 점차 떨어지는 부작용을 겪어왔다. 이를 해결하기 또다시 마케팅 활동에 더욱 많은 비용과 노력을 투입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든 셈이다. 의사가 병이 낫지 않는다고 독한 항생제만 써서 결국 항생제 남용으로 쓸 약을 모두 없앤 꼴이 되듯이, 가격할인, 판촉, 광고 등 기계적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하면 결국 진짜 이것들이 필요할 때 쓰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 애널리스트들은 "스마트 소비자에게 효과적으로 소구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기계적 마케팅 대신에 고객과 대화 노력, 특히 감성적 연대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감성적 연대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가 홀마크이다. 홀마크 카드는 수십 년 동안 고객들과 감성적인 관계를 맺고자 노력해왔다. 몇 년간 수십 가지의 상황에 맞추어 여러 가지 감성적 메시지를 만든 결과, 이 분야의 독보적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고객과의 감성적 연대를 강화할 수 있는 강력한 장치가 콜센터이다. 일반적으로 콜센터는 고객의 불만을 처리해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콜센터의 숨겨진 역할은 고객의 불만을 충실히 들어줌으로써 문제가 설사 해결이 안되더라도 스스로 어느 정도 만족감을 느끼게 해주는 역할을 해준다. 따라서 기업들은 콜센터를 이용한 스마트 소비자와의 진지한 대화를 통해 관계를 강화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스마트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직설적인 설득 광고 메시지를 지양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의 한 대규모 통신 회사는 최근 자사의 무선 서비스에 대해 신규 고객보다 기존 고객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는 마케팅 전략으로 선회한 바 있다. 과거에는 단순히 "만약 당신이 가입을 유지하면 이러한 편익을 받게 됩니다"라는 DM을 발송한 반면, 이 회사는 고객이 무선 서비스를 일년쯤 사용할 시점에 기념 카드를 발송했다. 카드 안에는 무료 전화카드를 동봉하고 고맙다는 말 외의 상업적 메시지는 넣지 않았다. 이 결과 단순히 계약을 갱신하라는 메시지를 보낸 경우 33%의 해지율을 보인데 비해 단순 기념 메시지를 보낸 경우 해지율이 훨씬 낮게 나타났다고 한다. 이와 같이 속 들여다보이는 마케팅에 익숙한 스마트 소비자들에게는 은유적인 마케팅이 효과적일 가능성이 높다.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라 한편, 소비자들이 이와 같이 구매에 적극적이고, 제품 정보에 관심이 많아진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마케터와 고객간의 신뢰가 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마케터들은 고객에 대해 좋은 브랜드를 구축하면 고객 신뢰가 저절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브랜드는 고객과의 신뢰를 매개하는 훌륭한 수단이지만 그 자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오히려 스마트 소비자들은 가격을 더 중요한 척도로 삼고 있다. 오픈 프라이스가 일반화되면서 고객들은 항상 자신이 올바른 가격에 제품을 구매했는지 불안해한다. 즉, 한 주 후에 가격이 30% 낮아질 수 있다거나 할인율이 거짓일 수 있다고 의심이 들면, 소비자의 마음은 혼란해 질 수밖에 없다. 결국 고객들은 가격 정책이 명확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과 불만이라는 심리적 비용까지 얹어서 생각하기 때문에 관리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즉, 단기 매출에 얽매여서 빈번한 할인판매나 채널별로 다른 가격 전략을 내세우지 말고, 공정한 가격 책정 원칙을 수립해서 고객과의 신뢰를 강화해야 한다. 대부분의 제품을 경쟁력 있는 정상가에 판매하고, 떳떳한 세일 행사를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고객이 경쟁사 제품의 가격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가격 정책에 투명성을 유지해야 한다. 한 전문가는 월마트의 'Everyday Low Price'를 예로 들면서, "무조건적으로 싼 가격에 공급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들에게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매일 제시한다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신뢰를 얻은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회, 경제가 다양해지고 분화될수록 새로운 소비자와 소비 특성이 나타난다. 스마트 소비자 역시 향상된 정보 획득 역량과 마케팅 면역력을 바탕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복잡하고 기술적인 마케팅 툴이 해결책은 아니다. 오히려 마케팅의 기본인 고객과의 대화를 통한 이해의 노력이 스마트 소비자에 소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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