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건립 놓고 찬반 갈등 과열…정치적 사안으로 비화

▲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사진)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사안을 놓고 각각 찬성과 반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격돌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최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서울 마포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 도서관에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사안을 놓고 크게 논란이 일어난 바 있어 <시사포커스>는 이를 계기로 외국의 대통령 동상 설치 사례와 더불어 박 전 대통령 동상에 대한 찬반 측 입장을 살펴보는 기회를 가졌다.
 
◆ ‘링컨 좌상’ 명물인 美 링컨기념관, 주요명소로 각광
 
먼저 미국 수도인 워싱턴 시에 있는 링컨기념관은 미국의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러햄 링컨을 기리고자 1914년부터 무려 8년에 걸쳐 만든 기념관인데 현재는 연간 650만 명이 방문하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주요 명소로 꼽히고 있으며 이 곳의 가장 대표적인 기념물이 바로 내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할 수 있는 5.8미터 높이의 거대한 링컨 전 대통령 좌상이다.
 
비단 링컨기념관 뿐 아니라 워싱턴에는 토마스 제퍼슨 기념관, 프랭클린 루즈벨트 기념관 등 다양한 대통령 기념관이 산재해 있고, 이들 역시 기념관에 빠짐없이 대통령 동상이 자리 잡아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어 모으고 있다.

물론 허버트 후버 전 대통령이나 워런 하딩 전 대통령 기념관처럼 내부에 동상이 없는 경우도 일부 있으나 대체로 방문객들을 고려해 기념관 내에 해당 인물의 동상이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미국 외에 또 다른 대통령제 선진국인 프랑스를 봐도 비록 기념관과는 별개지만 프랑스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샤를 드골 전 대통령 동상이 수도인 파리의 중심가 샹젤리제 거리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인 영국조차도 수도 런던에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박물관이 있으며 기념관 내에 있는 처칠의 흉상이 관람객들을 맞이하고 있다.
 
◆ 한국, ‘대통령 기념동상 설치’도 정치 논란으로 비화
 
▲ 미국 수도인 워싱턴 시에 있는 링컨 기념관에는 16대 대통령을 지냈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좌상이 대리석으로 만들어져 설치돼 있다. ⓒ링컨기념관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비록 역대 대통령만 40명이 넘을 정도로 오랫동안 대통령제를 이어온 미국과 같은 서구 선진국에 비한다면 대한민국의 역사는 상대적으로 짧다 보니 전직 대통령이 많은 편은 아니어서 초대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전 대통령까지 해도 11명 정도지만 이 몇 안 되는 전직 대통령을 놓고도 동상 건립에 있어 그간 정치적 논란이 계속돼 왔다.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 전 대통령 동상은 국회 로텐더홀과 생전 거주했었고 인근에 이 전 대통령 기념관이 있는 이화장 등에 현재 설치되어 있지만 과거 남산과 인하대에 있던 동상은 차치하더라도 불과 몇 년 전인 2011년 부산 부민동 대한민국 임시수도 기념거리에 설치됐었던 동상은 물론 2016년 경인여대에 세워졌던 3미터 높이의 석상 역시 논란이 계속되다가 끝내 철거된 바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서울에는 영등포구 문래근린공원에 군복을 입은 형태의 흉상이 있고,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원 본관 서쪽에도 동상이 있으며 고향인 경북 구미시 생가엔 무려 5m 높이의 동상이 설치되어 있다.
 
이 뿐 아니라 경북 청도군에는 새마을운동 발상지 광장에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있으며 철원 군탄공원에도 박 전 대통령 동상이 자리 잡고 있을 정도로 각지에 널리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충남 당진 지역 농민들이 성금을 모아 만든 박 전 대통령 동상은 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 건설했던 삽교천 방조제 쪽에 설치하려 했으나 일부 지역시민단체의 격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난항을 거듭하고 있고 당초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박 전 대통령 탄생 100돌을 기념해 서울 광화문 광장에 세울 계획이었던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사업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래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결국 박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 광화문 광장 대신 일단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4.2미터 높이의 박 전 대통령 동상을 설치해 기념사업을 진행하고자 했지만 기념도서관이 서울시 소유 부지(무상영구임대)에 위치해 있다 보니 조형물을 세우기에 앞서 서울시 심의를 거쳐야 하는 절차 문제가 있어 끝내 동상 실물도 없이 기증식을 진행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박 전 대통령 외에 김대중 전 대통령 동상은 고향이 있는 호남지역을 중심으로 적잖이 세워져 있는데 생가가 있는 전남 신안 하의도 뿐 아니라 출신 고등학교인 목포상고(현 전남제일고)에도 입상이 설치되어 있으며 광주광역시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에는 흉상이 있고 아예 전남도청 앞 남악신도시 중앙공원의 김대중 광장에는 좌대 포함 6.3미터 높이의 동상이 건립되어 있다.
 
이밖에 노무현 전 대통령 동상은 생가가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 내 노 전 대통령 추모관에 흉상 형태로 설치되어 있으며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대구 팔공사 파계사 아래에 있는 자신의 생가에 입상으로 세워져 있다.
 
하지만 별도 재단이 아닌 국가 차원에선 역대 대통령 동상을 모두 건립해오기도 했는데,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됐다가 지난 2003년 개방됐던 충북 청주의 청남대에는 대통령광장에 이승만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9명의 역대 대통령 동상이 세워져 있으며 박근혜 전 대통령 동상은 아직 설치되어 있지 않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은 청남대 내 본인의 이름을 딴 ‘대통령길’에 세워져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청남대에 있는 이들 10명의 대통령 동상을 만든 작가가 최근 박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에 세울 박 전 대통령 동상 제작자와 동일인물인데, 앞서 광화문광장에 있는 세종대왕 동상 역시 그의 작품으로 세간에서 전직 대통령 동상을 놓고 벌어지는 정치적 논란과 무관한 동상제작 분야 전문가로 알려졌다.
 
◆ 논란 불구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 평가 높아
▲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를 놓고 역사적 평가가 엇갈리면서 박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는 사안에 대해 찬성과 반대하는 측이 서로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사진은 박정희 기념도서관 내부 모습. 사진 / 시사포커스DB

대통령 기념관에 동상을 설치하는 사안에 대해 별 논란조차 일지 않고 이슈도 되지 않는 서구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대통령 기념관에 해당 대통령의 동상을 설치하는 사안에조차 그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들며 파열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 결과를 통해 일단 동상 설치의 정당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것인데, 먼저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지난 2015년 7월 20일부터 30일, 8월 4일부터 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전국 성인 2003명을 상대로 실시한 ‘해방 이후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끈 대통령’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응답자 중 44%의 지지를 받아 1위를 기록했고 그 뒤를 이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는 20%포인트의 격차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11월에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리얼미터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 조사 결과, 국가 발전에 가장 기여한 대통령에 박 전 대통령(40.7%)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으며 이 역시 2위인 노무현 전 대통령과 11.7%포인트의 격차를 보였다.
 
무엇보다 조사 결과 정치성향별로도 보수층(69.6%) 뿐 아니라 중도층(36.5%)에서까지 박 전 대통령이 1위로 꼽혔다는 점은 박 전 대통령 지지층이 보수층에만 편향되어 있는 데 불과하다는 일부 주장마저 일축시키고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진행됐던 동일한 내용의 여론조사에서도 2, 3위에는 변화가 있었지만 1위(53.4%)는 똑같이 박 전 대통령으로 나타난 바 있어 정치적 논란과는 별개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업적은 국민들 사이에 어느 정도 평가 받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실제로 이는 여러 기관에서 조사한 결과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 2012년 1월 4일 KBS와 국민대학교 리더십·코칭 MBA 자료분석실이 발표한 ‘리더십 인식조사’(성인 남녀 1348명 대상으로 2011년 12월 6~8일간 실시)에서도 역대 대통령의 리더십을 1~5점으로 평가하게 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3.78로 1위를 기록한 것으로 나왔다.
 
또 전·현직 대통령이 다시 출마한다고 가정했을 경우 지지율을 알아보고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같은 해 5월 19일 실시하고 2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마찬가지로 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게 과반 지지율(50.5%)을 얻으며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렇듯 박 전 대통령에게 보이는 국민들의 신뢰가 명확하게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이름을 단 기념도서관 앞에 자신의 동상을 세우는 것조차 쉽지 않은 실정인데, 역설적이게도 박정희 기념도서관 자체는 지난 1997년 대선 직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역사 화해’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건립이 추진된 것이어서 동상 하나를 놓고도 ‘역사 화해’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현 시점을 돌아보면 도리어 과거보다 후퇴한 셈이라 할 수 있다.
 
◆ 동상 건립 놓고 찬반 주장 ‘평행선’…양측 토론 통해 결론 날까

이런 가운데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 문제로 해당 지역사회는 물론 국론까지 분열될 조짐을 보이자 오는 27일 합정동 100주년 기념관 강당에서 마포포럼 주최 하에 동상 건립 찬반 토론회를 개최할 것으로 알려져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이 토론회에서 동상 건립 반대 측 패널로 참석하게 되는 공병각 마포시민공동행동 대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유린해온 독재자 박정희의 동상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국민적 요구에 역행하는 처사이며 민주주의를 염원해온 마포주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박정희 기념재단으로부터 박정희도서관을 환수하여 현대사역사도서관으로 전환하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공 대표는 “2001년 서울시와 박정희기념재단 측은 서울시가 무상대여한 토지에 건물을 지으면 서울시에 일체를 기부채납하고 시설의 절반 이상을 도서관으로 운영한다고 약정했으나 도서관 건립이란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박 전 대통령을 ‘조국 근대화의 영웅’이라고 우상화하고 부각시키는 기념관으로 만들어버렸다”며 “무상 임대의 전제조건을 지키지 않은 박정희도서관은 시민의 재산으로 다시 환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상 건립 찬성 측으로 토론에 나서게 될 임덕기 전 건국회장(현 소비자공익네트워크 마포지부 고문)은 서울시 소유지인 박 전 대통령 기념관에 동상을 세우려면 먼저 만들기 전에 행정절차부터 거쳤어야 됐다는 지적에 맞서 “미술관 만들어놓고 거기 걸어놓을 그림 하나하나 검열하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그렇게 따지면 대통령 기념도서관에는 어떤 내용의 서적이 비치되어 있는가 까지 문제 삼아야 될 것”이라며 “대통령 기념관에 대통령 동상 세우는 것조차 일일이 문제 삼는 건 정치적 의도”라고 반박했다.
 
또 지난 13일 박 전 대통령 기념도서관 주최를 열린 동상 기증식에까지 찾아와 건립 반대를 외쳤던 진보단체 등을 겨냥 “상식적으로 박 전 대통령 기념관에 박 전 대통령 동상 세우는 건데 왜 반대하나”라며 “기념관 앞에 몰려와서 물리적으로 막으려 하는 게 법치국가에서 온당한 일인가”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찬반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들과 더불어 오경환 서울시의원(반대)과 민영기 애국포럼 명예회장(찬성)이 패널로 참석해 열릴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 찬반 토론회’에서 과연 어떤 결론이 도출될 것인지 벌써부터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